북한이 베이징 3자회담에서 핵보유 사실과 8천여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거의 완료했다고 밝힌 이유는 무엇이며 향후 북미관계와 미국의 태도 변화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봐야 할까. 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5일 조선중앙통신사와의 기자회견에서 밝힌 '새롭고 대담한 해결방도'는 무엇이며 북한과 미국이 북핵문제와 관련 중국을 포함한 3자간 외교채널 유지에 합의한 배경은 무엇일까.
북한문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25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보유를 시인했다고 해서 새로운 북핵위가 조성됐다고 보는 것은 과장됐다"며 "북한 대표단의 이번 발언은 94년 한반도 핵위기 당시 북측 대표가 했던 '서울 불바다' 선언과 같이 북한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럼즈펠드 메모에 대한 북한측의 격앙된 반응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전문가는 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새롭고 대담한 해결방도가 무엇인지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는 두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즉 낮은 단계로는 북한측이 제네바합의와 관련된 폐연료봉 8천개에 대한 재처리문제를 경수로건설 등 전력지원과 연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높은 단계로는 북한이 제네바합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과거 핵문제, 즉 이미 처리된 플루토늄과 과거 보유 핵무기를 미국에 인도할 수도 있다며 미국과 상호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는 새로운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 전문가가 분석한 북핵문제 관련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은 다음과 같다.
***"북한측 핵보유 발언 놓고 미국의 새로운 고민이 시작될 것"**
"CNN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이 미국측 대표인 켈리 차관보, 혹은 대표단 일행들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의 핵보유 인정 사실을 보도했다는 것은 미측 대표단이 고의적으로 흘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3자회담을 며칠 앞두고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중국과 손 잡고 김정일 북한 정권을 붕괴시켜야 한다는 메모를 작성해 부시 행정부 수뇌부에게 돌렸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북한이 열받은데서 나온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그렇게 나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일단 협상을 깨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또 이 발언이 공식 협상테이블이 아니라 만찬석상에서 갑자기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북핵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정리가 안돼 있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파월 장관을 중심으로 한 국무부는 외교채널을 통한 북한과의 협상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럼즈펠드 등 국방부와 강경파는 협상할 필요가 없으며 영변 제한폭격과 북한 정권교체까지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협상시작 이틀만에 미국 대표단에게 돌아오라고 했다는 점도 이처럼 정리되지 않은 미국의 상황을 보여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오늘(25일) 밝힌 '새롭고 대담한 해결방도'는 지금까지 북한이 제시해온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해결방식이다. 문제는 검증인데 이를 두고 부시 행정부는 다시 어차피 확실한 검증은 불가능하니까 무시하자는 국방부 등 매파쪽의 주장과, 새로운 검증장치를 만들어 대화를 계속 해 나가자는 국무부 등 온건파의 입장으로 나뉘어 새로운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협상개시 이틀만에 깨질 줄 알았던 협상이 오늘까지 계속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중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 특히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서 북한과 미국의 3일째 협상을 주선했다는 것은 중국이 북한측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단 협상을 깨려던 북한측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 것이다.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누가 알겠는가. 미국 언론의 보도를 살펴봐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을 뿐, 핵실험 여부와 핵무기 갯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또 이런 발언을 저녁을 먹다가 돌발적으로 했다는 것은 미국이 강하게 나오니까 구체적인 답을 가지고 오라고 던진 말이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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