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수만명의 무고한 이라크 민간인들의 희생을 초래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던 일본의 다국적기업 소니의 계획이 무산됐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작전명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를 플레이스테이션2의 게임 상표명으로 사용하려던 소니가 15일(현지시간) 관련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소니는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시작한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충격과 공포'를 게임 상표로 사용하겠다고 상표등록을 신청했다가 '전쟁이 게임이냐'는 전 세계적인 반발에 부딪혔었다.
소니는 15일 소니그룹 명의로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I)의 미국 자회사(SCEA)가 '충격과 공포'라는 상표명을 이용해 이라크의 비극적인 상황을 상업화하려고 시도한다는 언론들의 비판을 받아왔다며 SCEA가 그같은 시도를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소니는 소니그룹과 SCEI 경영진은 그같은 비판에 대해 동의하며 이는 '충격과 공포'라는 용어가 어떤 맥락에서 이용돼야 하는지의 의미를 간과한 후회스러운 나쁜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소니는 이와 함께 "SCEI는 '충격과 공포'를 게임 상표명을 신청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겠다"며 "소니 경영진은 이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소니가 사용하려던 '충격과 공포'란 상표명은 지난 96년 처음 군사작전용으로 도입된 개념으로 우세하고 압도적인 폭격을 이용해 적을 공포에 빠뜨린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이번 미국의 이라크 침공 작전에서 정밀폭탄을 이용한 대규모 바그다드 공습 등을 통해 그대로 재연됐다. 미국은 또 '충격과 공포'라는 작전명을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 작전을 인식하도록 선전전을 폈다.
소니는 애초 미국의 이같은 군사작전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용으로 아주 적합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지난달 20일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개시한 직후인 3월 21일 게임 상표명으로 신청했다가 세계 여론은 물론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을 받아온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상표등록 담당관청이 소니 뿐 아니라 다른 게임업체들도 신청한 '충격과 공포'라는 상표명을 여론을 의식해 취소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게임업계의 관측이다. 즉 소니는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포기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 상표명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한 십여개의 게임업체들 가운데 한 곳에 '충격과 공포'란 상표를 사용하도록 허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