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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우리 아랍인은 노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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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우리 아랍인은 노예가 됐다"

바그다드 함락 소식 접한 아랍인들의 충격, 절망

거의 저항을 찾아볼 수 없었던 미-영군의 바그다드 함락과 환호하는 바그다드 시민들, 쓰러진 사담 후세인의 동상 등으로 인해 아랍이 큰 충격에 빠졌다. 철권통치를 상징하던 사담 후세인의 동상이 쓰러지는 장면을 보며 환호하는 바그다드 시민들의 모습과 승리의 기쁨에 들떠있는 미군의 모습이 생중계되자 많은 아랍국가들은 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의 로이터통신이 9일(현지시각) 카이로발로 보도했다.

***"믿을 수 없다. 저들은 이라크 국민이 아니다"**

통신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알자지라와 아부다비 위성방송을 지켜보며 미군의 빠른 군사적 점령후 바그다드 광장에서 쓰러지는 후세인의 동상을 지켜보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라말라의 한 상점주인인 왈리드 살렘은 "이것은 비극이며 잔인한 코미디다.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 지금 장면은 마치 이라크가 군사적 저항없이 바그다드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이라크 군대는 어디 갔는가. 그들이 모두 증발됐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엔지니어인 알리 자다는 "오늘은 부끄러운 날이다. 이날로 아랍인들은 노예가 됐다. 미국에 대해 정면으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오늘 갑자기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굽실거리면서 공손한 아랍 지도자들뿐이다"고 개탄했다.

많은 아랍인들은 미-영군의 침공에 의해 무너진 이라크의 상황을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인해 겪고 있는 처지와 똑같다고 생각해왔다. 반전을 표방하는 깃발에는 종종 이라크 국기와 팔레스타인 국기가 함께 어우러졌다.

카이로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아메드는 후세인의 동상이 제거되자 환호하는 이라크 국민들을 보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정상적인 이라크 국민들이라면 저럴 리가 없다. 불가능하다! 저들은 아마도 쿠르드족이나 시아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아랍인들은 사담의 몰락은 다른 아랍 지도자들에게 경고가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라말라시의 가자지구 서안에서 상점을 하고 있는 알리 하산은 "동상이 무너지는 장면은 얼마나 이라크 국민들이 사담 정권에 불만을 갖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아마도 이번 사태는 스스로를 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다른 아랍 지도자들에게 교훈과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자지라 "이제부터 발생하는 모든 일들에는 미국 냄새가 날 것"**

그러나 아랍권의 다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지난 90년 이라크에 의해 점령당했던 쿠웨이트가 사담 후세인 동상의 제거에 환호하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은 서방세계와는 다른 시각으로 이번 사태를 보고 있다. 많은 아랍인들에게 이라크 사태는 자유의 선언이라기보다는 외부세계의 힘에 의한 제국주의적 전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미군이 후세인의 동산 얼굴에 성조기를 씌었을 때 아랍인들이 가장 많이 보는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해설자는 "이제부터 발생하는 모든 일들에는 미국 냄새가 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많은 아랍권 방송들도 이라크 병원에 넘쳐나는 민간인들의 피해장면과 미군 탱크에 의해 사망한 언론인들의 모습, 그리고 바그다드에 대한 미사일 폭격장면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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