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포위중인 미국이 이라크를 쉽게 점령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라크 국민들의 정신을 변화시키거나 마음을 얻지는 못할 것이며, 더욱이 미ㆍ영군의 점령지역에는 후세인 진압과는 달리 군사적 진압이 거의 불가능한 회교적 색채와 민족주의적 성격을 함께 띠는 원리주의자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독일 전국지 쥐드도이체차이퉁(SZ)은 7일 '시간에 쫓기고 있는 십자군전쟁(Ein Kreuzzug unter Zeitdruck)'이란 논평에서 빠르게 진격하는 미군과 느리지만 희생자를 적게 내려는 영국군의 작전 차이를 비교하고 "미군들은 스스로 시간에 쫓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미군은 베트남전쟁 때처럼 미국내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전선이 형성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 따라서 전쟁의 최고목표인 바그다드는 비록 많은 수의 희생자를 필요로 한다 할지라도 매우 빨리 정복해야 하는 것"이라는 게 SZ의 분석이다.
SZ는 그러나 지금처럼 많은 희생자를 필요로 하는 미군의 잔인한 전략은 결과적으로 "미국과 영국, 그리고 서구세계가 앞으로 오랫동안 싸워나가야 할 정치적ㆍ군사적 저항을 낳을 것"이라며 "침략군의 점령지역에는 종교적으로 이슬람적인 색채와 민족주의적 성격을 띠는 원리주의자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이 새로운 극단주의는 후세인과 같은 독재자와 달리 몇주안에 점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음은 SZ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시간에 쫓기고 있는 십자군전쟁(Ein Kreuzzug unter Zeitdruck)'**
미군은 현재 바그다드시 경계선을 중심으로 포위작전을 펴고 있으나 사담 후세인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후세인은 아직 바그다드내에 숨어 있거나 혹은 더 안전함을 약속하는 친척들의 보호를 받기 위해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백40Km 떨어진 자신의 고향 티크리트에 은신처를 찾고 있을 것이다.
후세인은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인 토라보라에서 했던 것처럼 고향인 티크리트에 자신을 위해 만들어놓은 궁전과 벙커들을 이용해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후세인은 빈 라덴처럼 계속 많은 아랍인들을 선동할 것이다.
카이로(이집트)와 다마스쿠스(시리아) 베이루트(레바논)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암만(요르단)의 아랍인들이 서구세계의 새로운 십자군전쟁에 대해 갖고 있는 회의는 매우 깊다. 미영군은 그동안 수없이 선전됐던 '아랍인들의 정신과 마음'은 얻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이라크인들은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최후를 보기 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조국을 보호하려는 애국심에서 점령자들과의 전투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전쟁경과는 이같은 저항을 마음 속 깊이 새기게 한다.
***시간상의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인들**
바스라에 있는 영국군의 경우 차라리 조심스러운 긴 호흡을 갖고 도시 점령을 시도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이 전기와 물의 공급에 피해를 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희생자들의 숫자는 적게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군들은 스스로 시간상의 압박을 느끼고 있다. 그들은 베트남전쟁 때처럼 미국내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전선이 형성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 따라서 전쟁의 최고목표인 바그다드는 비록 많은 수의 희생자를 필요로 한다 할지라도 매우 빨리 정복해야 하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의 한 해설가는 카타르 도하의 중부군사령부에서 "미군들은 바그다드에서 움직이는 것은 뭐든지 쏜다"고 말했다. 미군들은 이같이 잔인한 점령과정을 통해 이라크군의 군사적 저항만을 파괴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침략군에 대항하는 많은 사람들의 정신적 저항과도 싸워 이기려는 것이다.
무장한 민간인들 가운데 일부는 미영군과의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거리를 둘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쟁과정을 통해 나타난 것과 같은 이같은 전략의 결과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서구세계가 앞으로 오랫동안 싸워나가야 할 정치적ㆍ군사적 저항을 낳을 것이다.
***"모든 평화를 끝장내는 평화"**
만일 사담 후세인이 벌써 사라졌다면 중동지역은 더 오래 이슬람세계의 성전(지하드)을 위한 전쟁터가 될 것이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오래된 역사적 기억을 갖고 있다. 이들은 앵글로-아메리카의 침략을 1918년 영국과 프랑스로 대표되던 서구 열강들이 오스만제국을 분열시켰던 정책의 연장선으로 파악하고 있다. 비록 당시 미국 대통령인 우드로우 윌슨은 민족자결주의를 약속했었지만.
하지만 당시 아랍인들에게는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약속마저 부인됐었다. 따라서 당시 아랍지역에 형성됐던 "평화는 모든 평화를 끝장내는 것"이라고 미국 작가 데이비드 프롬킨이 묘사했던 것이다.
그리고 1918년 오스만제국의 분열 당시 적용됐던 전후조약처럼 부시 행정부 매파인 리차드 펄과 폴 월포비츠, 리차드 체니가 특히 이스라엘에 유리한 '팍스 아메리카니즘'을 꿈꾸며 중동지역에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예고하는 것은 이미 새로운 전쟁의 단초를 내포하고 있다. 프로이센 장군이었던 헬무트 폰 몰트케(비스마르크와 함께 19세기 독일제국 건립에 큰 공을 세운 군 지휘관이자 사상가)는 "먼저 적의 마음을 얻는 것보다 뛰어난 군사전략은 없다"고 말했다.
폰 몰트케의 문장은 사실 정치적 전략에 더 잘 들어맞는다. 이라크 전쟁은 중동지역을 해방시켜야 한다. 침략군의 점령지역에는 종교적으로 이슬람적인 색채와 민족주의적 성격을 띠는 원리주의자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이 새로운 극단주의는 후세인과 같은 독재자와 달리 몇주안에 점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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