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네이드, '복제아' 사진 공개. 그러나, 복제 입증자료는 제시 안해**
지난해 12월 인간 복제에 성공했다고 주장해온 미국의 인간복제회사인 클로네이드사가 24일(현지시간) 복제아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사진의 주인공이 진짜 복제아인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최초의 복제아 '이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섯명의 복제아기를 출산시켰다고 주장해왔다. 공개된 사진은 병원 인큐베이터 안에서 눈에 붕대를 감고 기저귀를 차고 있는 평범한 아기의 모습이다. 회사측은 "사진 속의 아이는 이브 이후 지난 1월 세번째로 태어난 복제아이며, 일본에서 출생했다"고 주장했다.
클로네이드사의 브리지트 부아셀리에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다음주 브라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아이가 복제됐음을 증명하는 과학적 자료를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복제아의 DNA와 복제아 부모.형제의 DNA 구조가 유사하다는 증거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부아셀리에는 지금까지 '이브'가 이스라엘에 살고 있으며, 네덜란드, 일본,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복제아를 탄생케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근거자료를 내놓지 않아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어왔다.
[상파울루(브라질) 로이터=뉴시스] 2003.03.26 중앙일보
<사진> 클로네이드사가 지난 1월말에 출생했다고 주장하는 복제 아기
지난 2월 14일,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가 안락사했습니다.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 로슬린 연구소 측에 따르면 돌리가 돌이킬 수 없는 진행성 폐질환을 앓아 안락사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돌리는 1996년 7월 태어난 이후, 6년 7개월 동안 돌리는 아마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기록된 동물일 겁니다. 돌리는 당시 6살된 암양의 유선(乳線) 세포-그래서 돌리의 이름은 가슴으로 유명한 배우 돌리 파튼(Dolly Parton)에서 따왔답니다-에서 복제되어 태어난 이후, 4마리의 새끼도 낳아서(생식력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여) 복제 동물이 이론 뿐 아니라 실제로도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해 주었죠. 그러나, 돌리는 보통의 양에 비해 빨리 늙는 조로(早老) 현상-관절염 등-을 보이다가 결국에는 늙은 양들이 많이 걸리는 진행성 폐질환으로 사망해서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보통 양의 평균 수명이 10-12년 정도인 것에 비하면, 7년도 채 못 산데다가 특별 관리까지 받았을 돌리가 노인성 질환에 걸렸다는 것은 복제 동물의 수명에 대한 문제와 결부되어 다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물론 돌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언 윌머트 박사는 연구소의 다른 보통 양들 중 몇 마리도 돌리와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며 돌리의 죽음과 복제 자체는 무 상관이 없다라고 주장하긴 했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복제 생명체의 가장 무서운 부작용인 조로(早老) 증상이 나타난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복제 동물의 수명이 보통 생물보다 짧을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언되어 왔습니다. 정상세포에는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라는 세포 증식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1961년, 미국의 생물학자 레너드 헤이플릭은 인간의 섬유아세포(fibroblast, 섬유성 결합조직을 형성하는 세포, 가장 대표적인 세포로 피부에 많습니다)를 이용한 실험을 하던 중, 아무리 이상적인 조건 하에서 배양을 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죽어버리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태아에서 채취한 섬유아세포는 약 70회 정도, 성인에게서 추출한 섬유아세포는 약 30회 정도 분열한 이후, 세포 분열이 정지됨을 관찰했던 것이죠. 더구나 재미있는 것은 태아의 섬유아세포를 30회 정도 분열시킨 뒤, 액체 질소(영하 197도)에 수년간 냉동 보존한 뒤에 다시 해동해서 역시 40회 정도 더 분열하여 70회를 채우고 나면 더 이상 분열이 되지 않는 현상이었습니다. 이후, 정상적인 세포에는 일정한 분열 수명이 있어서, 그것을 횟수를 다 채우고 나면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 이런 현상을 헤이플릭의 이름을 따서 헤이플릭 한계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헤이플릭 한계는 인간이 아무리 좋은 조건과 이상적인 환경에 놓여지게 되더라도 결국 일정한 수명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70대 노인의 섬유아세포의 경우에도20회 정도 분열을 하기 때문에, 인간의 최대 수명은 길어야 120세-150세 정도라고 추측될 수 있었습니다.
<사진> 배양된 섬유아세포(fibroblast)
헤이플릭 한계로 인해 정상 세포는 무한정 증식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복제 동물의 경우, 이미 여러 번 세포 분열을 거친 세포를 복제하는 것이어서 도너(donor)가 살아온 햇수만큼 copy 는 수명을 손해볼 수도 있다는 것이 예측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험실에서의 이론적 추측은 실제 복제 동물이 나오기 전에는 증명할 수가 없었기에 그저 우려로만 존재했었으나, 여섯살 된 암양에게서 복제된 돌리가 7여년을 살고 죽은 것에서 사람들은 이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돌리가 죽은 이후 일부 종교계에서는 '신은 복제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으셨다'라는 논지의 글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곤 했었지요. 하지만, 복제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일단 왜 정상세포가 헤이플릭 한계를 가지는지 살펴보기로 하지요. 그건 우리가 가지고 있는 DNA의 구조(이중나선형)와 복제 방향(5'->3'쪽, 즉, 한쪽 방향으로만 합성가능한 효소체계)의 구조적 한계 때문입니다.
<그림> DNA의 복제 패턴, 반드시 5'에서 시작하여 3' 방향쪽으로만 합성이 가능하다.
인간의 DNA는 두 가닥의 긴 끈이 나선형으로 얽힌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세포가 두개로 분열할 때는 이 DNA 역시 두 배로 불어나야 하는데, 이 때 문제가 생깁니다. DNA는 구조상 방향성을 가지는데 한 쪽 끝을 5'(five prime), 다른 쪽 끝은 3'(three prime)이라고 부릅니다. 왜 문제가 생기냐구요? 우리 몸에서 DNA를 합성할 수 있는 효소(DNA polymerase)는 한 쪽 방향 (5'->3')으로 밖에는 합성하지 못하거든요. 게다가 반드시 합성 시작 부위에 시작물질(primer, 윗 그림에서 분홍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필요하구요. 자, DNA는 양쪽 방향으로 뻗어나간 두 가닥인데, 효소는 한 쪽 방향으로 밖에는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두 가닥의 DNA 중 한 가닥은 문제가 없지만, 다른 쪽 가닥은 거꾸로 된 방향으로 조금씩 조금씩 합성해서 같다가 붙여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는 작은 조각들을 이어붙이는 쪽에서는 한 번 분열할 때마다 DNA 끝 부분이 조금씩 잘려나가게 된답니다. (끝부분의 마지막 조각은 연결할 수 없거든요) 이런 과정이 되풀이 되다 보면 DNA는 세포가 한 번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 부위에 중요한 유전인자라도 들어 있다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생명체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DNA의 끝부분에는 별달리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위치해 두었습니다. 이 부위를 텔로미어(telomere)라고 하는데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을 거듭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지며, 중간에 존재하는 중요한 유전자들의 손상을 막는 작용을 합니다. 세포가 여러 번 분열하여 텔로미어의 길이가 위험 수준으로 짧아지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죽어버리게 되죠. 이것이 바로 헤이플릭 한계가 나타나는 원인입니다.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들이 끊임 없이 분열을 거듭할 수 있는 이유는, 박테리아의 DNA 는 선형이 아닌 원형(circular form)이라서 방향성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분열을 거듭해도 DNA 가 짧아지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참고로 한 가지 더, 인간에게도 끊임없이 죽지 않고 번식하는 세포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암세포이지요. 암세포에게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아지지 않게 만드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즈(telomerase)가 있어서 텔로미어의 길이가 유지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여 주변 세포를 침범해 버린답니다.)
돌리의 수명이 짧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돌리가 태어났을 때부터 조심스레 예견되어 왔습니다. 왜냐하면 돌리의 탄생 직후, 세포를 추출해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조사해본 결과, 6살된 어미의 텔로미어 길이를 –이미 짧아진 길이를- 그대로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따라서, 만약 지금 위에서 보이는 사진 속의 아기가 정말로 복제인간이라면 혹시나 돌리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인간 수명을 80세 정도로 본다면, 30세의 엄마에게서 복제된 아이의 최대 수명의 50세이며, 사춘기를 넘길 나이쯤에 이미 노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측도 가능하니까요.
물론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복제 동물이 수명이 짧다는 것은 돌리 이전에도 알고 있었습니다. 양보다 훨씬 수명이 짧은(평균 900일)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복제된 쥐들이 보통 쥐들에 비해 수명도 짧고 노화의 징후도 일찍부터 나타난다는 사실을 관찰했으니까요. 학자들은 이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고, 이미 2002년 4월, 미국의 생명공학회사인 ACT(Advanced Cell Technology)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여섯 마리의 송아지를 복제해냈습니다. 이 복제 송아지들이 돌리와의 다른 점은, 돌리는 태어날 때부터 여섯살을 먹고 태어났으나, 이 송아지들은 텔로미어의 문제점을 해결한 채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실험실에서 배양해 본 결과, 보통 송아지의 세포는 약 60회 분열을 하는데 비해, 이 복제 송아지들의 세포는 약 90회 정도 분열을 하는 것을 보여 오히려 보통 송아지보다 훨씬 수명이 길어질 가능성조차 예고했습니다. 이론적으로만 따지자면 보통 송아지보다 50%의 수명 연장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 연구는 인간의 노화를 방지하고 좀 더 젊은 상태로 수명을 늘릴 가능성의 길을 열어놓은데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이 송아지들이 정말 수명이 길어질 지는 아직은 모릅니다. 소의 평균 수명은 10-15년 정도이기 때문에, 아직 10여년은 두고봐야 알 일이거든요. ACT의 발표에 따르면 이 송아지들도 1900여번의 시도를 거친 끝에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 아기는 과연 몇 번의 시도 끝에 태어났을까요, 그리고 클로네이드는 과연 이 아기의 수명과 삶의 질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을 했을까요? 차라리 클로네이드의 복제 아기 발표가 시류에 편승한 새빨간 거짓말이길, 저 아기는 평범하게 태어난 보통 아기이길 바라고 싶습니다. 복제에 대한 문제는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를 안고 있으니까요. 아직까지는 우리 사호는 복제인간을 받아들일만큼 성숙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듯 싶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제 의견은 관련 기사를 보시면 이전 제 칼럼과 독자 반론에 많이 언급했으니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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