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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웃음을 두려워할까요?

[다산 칼럼]<11>

웃음은 살아내기 힘든 삶의 명약이다. 고통과 스트레스 완화는 물론 질병 치료와 건강증진 효과가 있는 웃음치료는 13세기부터 시도된 의술이기도 하다. 최근 가까운 친지 세 사람이 연이어 암투병에 들어갔다. 사랑하는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웃음 나누기 뿐이었다. "아무 생각 말고 코미디 보며 웃어요. 웃음이 저항력, 면역력, 치유력 모두 키워주는 명약이니까." 그러면서 농담 나누기를 했다. 때론 그들을 안고 울고 싶었지만 웃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어느 때보다 그들과 함께 많이 웃었다. 웃음 덕인지 세 사람 모두 건강을 되찾았다.

웃음은 깊은 감동과 의미를 느끼게 해

올해 관객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한국영화도 웃음이 넘쳐나는 작품들이다. 전반기엔 <써니>, 하반기엔 <완득이>, 두 편 모두 고통스런 삶을 제2의 인생으로 변혁시키는 극적 상황을 웃음 속에 풀어나간다. 진정한 코미디의 미덕은 이념이나 도덕을 내건 에토스보다는 고통을 웃음으로 녹여 내는 페이소스에 있다. 코미디의 제왕 채플린의 작품은 가난한 약자의 입장에서 권력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비극적 현실을 희극적 상황으로 변형시키는 코미디 공학의 실행이다. 그리하여 권력 풍자의 장으로 코미디가 탄생하는 것이다. 골계와 해학으로 양반권력을 풍자하는 마당극, 절대 권력 왕과 사제도 통제하지 못했던 유럽의 바보제, 이런 웃음만발 난장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고 쌓인 분노를 발산하는 화합의 축제였다. <왕의 남자>에서도 연산군과 광대의 관계를 통해 권력의 우울과 웃음의 관계를 묘사한 바 있다.

그런데 웃음이 고소당하는 사태가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인기절정 '사마귀유치원'에서 최효종 개그맨이 '(집권 여당) 국회의원 쉽게 되기'를 풍자한 것이 집단 모욕죄감이란 것이다. 하하하~ 우선 웃고 볼 일이다. 개그 코미디를 사실관계 자체로 수용하시는 그 분은 왜 그러실까? 궁금하다. 이목을 끌고 싶어 하신 일이라면 일단 성공이다. 게다가 이런 고소건으로 쓴웃음을 유포하며 권력과 웃음의 관계를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기회를 준 기여도 하신 것 같다. 나는 이 사태를 보며 두 가지를 발견했다.

해학과 풍자는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

하나는 중세 수도원의 도서실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것이다. 평소 흠모하는 중세 전공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 이 소설을 영화화하려고 중세관련 책 한 트럭분을 읽어낸 장-자크 아노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독약 묻힌 책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에코가 가상으로 지어낸 문제의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이다. 희극을 다룬 이 책에서 '웃음'을 다룬 부분에 독약이 묻어 있다. '예수님도 웃지 않았다', 라는 근거로 웃음을 금지한 중세 엄숙주의는 문맹자인 일반인은 물론 글 읽는 사제들도 종교권력으로 억압했다. 사람들이 웃음을 즐기는 것, 그것이 곧 권력에 대한 풍자와 조롱으로 접속하는 걸 알았기 때문에 영민한 수도원장이 웃음을 발견한 이를 죽여버린 것이다. 마침 그는 눈먼자로 나온다. 권력에 눈먼 권력자는 웃음 자체를 못견디기에 캐릭터 자체를 그렇게 표현 했을 것이다. 이 사태를 풀어내는 윌리엄 수사역은 숀 코네리이다. <007 시리즈> 제임스 본드 때보다 품격과 지성미 넘치는 풍모를 보여준 중후한 코네리의 잔영이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향긋하게 떠오른다.

다른 하나는 이 시대 웃음의 귀재 최효종의 발견이다. 이 사태를 맞아 인터넷으로 뒤늦게 찾아 본 최효종은 우울한 시대의 유머 등대이다. '애정남' (애매한 것들을 정해 주는 남자) 에서는 남성의 솔직한 내면을 밝혀줘 남성에겐 불리할지 몰라도 여성에겐 도움을 주는 공익 유머도 탄생시켰다. 그런 점에서 그는 물질 가치에 눈멀어 불행해진 풍토를 풍자하면서 코미디 공학의 본질을 온몸과 말로 증명하는 유희꾼 인간, 호모 루덴스 결정판이다. 고소에도 주눅들지 않고 그것조차 고소한 풍자감으로 삼는 최효종의 웃음놀이 기질과 웃음지킴이 서수민 피디에게 박수를 보낸다.

* 다산연구소가 발행하는 <다산 포럼>(www.edasan.org) 11월 29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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