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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국은 '봉'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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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제 미국은 '봉' 됐다"

<아랍인의 시각> 이라크는 '미국의 아프간' 될 것

다음은 이집트에서 발행되는 영자 주간지 <알-아람 위클리(Al-Ahram Weekly)> 3월 20-26일자에 실린 이라크전쟁에 관한 분석 글이다. 알아람 정치전략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이슬람운동 전문가인 필자 디아 라시완은 이 글에서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군사적으로는 승리하겠지만 결국 아랍민중들의 저항에 의해 이라크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무런 명분도 없이, 국제사회의 동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무리한 군사행동을 감행함으로써 아랍민중들의 저항을 촉발시킴으로써 결국 1980년대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빠졌던 것과 같은 늪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편집자

***봉이 된 미국(Americans as sitting ducks)**

이라크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공격이 시작되기도 전에, 21세기 최초로 발생할 이 엄청난 전쟁의 직접적인 정치적 결과는 이미 결정됐다. 남은 것은 전쟁이 가져올 군사대결의 결과와, 그것이 가져올 간접적인 정치적 영향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미국, 이미 정치적으로 패배**

미국과 영국은 유엔은 물론 서구 동맹국, 자신들을 제외한 전 세계로부터 이번 전쟁에 대한 승인을 얻는 데 실패했다. 전쟁에 대한 지지를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정당화될 수 없는 전쟁은 서구진영 내에서조차 전례 없는 갈등을 촉발시켰다. 이런 갈등은 나토는 물론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로 구성된 나프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같은 무역기구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지원하지 않았다. 더욱이 단 하나의 아랍 및 이슬람권 국가에게도 전쟁의 정당성을 설득시키지 못함으로써 미국과 영국이 처한 난처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일부 아랍국가들은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군의 영토 사용을 허락하기는 했지만 이들 국가조차도 공식적으로는 이라크전에 반대하고 있다.

이같은 초기의 정치적 패배는 전쟁의 전개 과정에서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치적 패배의 중요성은 미ㆍ영으로부터 이라크 공격의 정당성을 박탈했다는 점에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공격은 정당화되고 많은 국가들이 미국을 지원했을 것이다. 반면 조국을 방어하기 위한 이라크 국민들의 투쟁은 침략자들이 결여하고 있는 정당성을 얻게 됐다. 결국 이라크 전쟁은 과거 베트남 전쟁 상황의 재연이 될 것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사기는, 자신들이 국제법에 의한 전쟁의 정당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면서 급속하게 무너졌다. 동시에 미국은 공식ㆍ비공식 차원을 막론하고 전세계적인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일단 이라크전이 진행되면 똑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반면 전세계 여론과 국제적 합법성에 의해 전쟁의 정당성이 지지되고 있다고 느끼는 이라크 국민들과 이라크 정권의 사기는 진작될 것이다. 이는 틀림없이 전쟁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전쟁이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지속될수록 더할 것이다.

명분 및 국제적 정당성의 결여는 보다 심각한 또 다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과 영국 군대가 이라크에 수개월, 혹은 수년동안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점령통치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적어도 10만명의 병력이 필요하다. 미국이 이처럼 대규모 주둔군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이라크 내의 저항세력과 군사적 충돌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병력의 주둔은 결국 인종, 종교, 정치적으로 복잡한 이 지역에서 궁극적으로 볼모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ㆍ영 점령군은 수많은 저항세력들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다.

***"1982년 레바논 미 해병 폭탄테러를 상기하라"**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이라크 전쟁과 '전세계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를 연결짓는 것은 미국과 영국 점령군에게 더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기본전략에 따르면, 현재 진행중인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번 이라크전, 그리고 전세계적인 군사안보 문제는 미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명명한 단일 전략아래 묶여있다. 이같은 전략은 테러리즘이 완전히 궤멸될 때까지 적어도 10여년간은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길고 긴 전쟁 중 하나에 불과하다.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의 양성소, 또는 은신처로 의심되는 세계의 모든 지역들을 소탕해야 하기 때문이다.

9.11 이후 미국 정부의 성명과 언론보도에 비추어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이라크 다음의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라크전쟁과 동시에 이 두 나라에 손을 댈지도 모른다. 특히 그동안 이란은 미국측의 비난의(회교문화, 회교정권, 알 카에다 및 국제테러 지원 등의 이유로)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제1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 앞서 이란을 칠지도 모른다.

만일 이라크 이외의 다른 '악의 축' 국가들이 지금까지 이라크를 겨냥했던 미국 군사력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들은 스스로의 방위를 위해 모종의 행동을 취할 것이다. 그럴 경우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은 그들의 첫 번째 목표가 될 것이다. 개연성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이란 쪽이 더 높다. 이는 또 이라크 인구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시아파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들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 점령군에 맞서 싸우는 데 합류할 것이다(시아파는 인구로는 다수이지만 현 후세인정권에서는 소외돼 있음: 역자). 최근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서 열린 이라크 시아파의 고위 성직자 대회에서 한 대표자가 했던 말은 이런 맥락에서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는 "만일 미군이 점령군으로 이라크에 남아있을 경우, 레바논 이슬람 저항군이 이스라엘 점령군에 저항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이 나라에서도 재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1982년 레바논에 주둔했던 2백여명의 미 해병대가 폭탄 테러로 사망한 사건은 미군 철수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상기해야 한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전 아랍민중의 저항 부를 것**

한편,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구 소련의 경험은 이라크에서 보다 악화된 방식으로 반복될 수도 있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수만 명의 이슬람 지원병들이 점령군에 저항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이번 전쟁의 경우 이라크 위기, 세계 테러리즘, 팔레스타인 이슈 등 연관성을 가진 문제들 때문에 수많은 이슬람교도들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대마왕(Great Satan: 미국)'과 싸우기 위해 결집할 것이다. 소련의 아프간 점령에 저항하기 위해 모여든 이슬람교도들 대다수는 아리비아반도에서 왔다. 아라비아 반도와 이라크 사이에는 통행을 저지할 수 있는 자연적ㆍ인위적 장애물이 거의 없다. 따라서 이들은 쉽사리로 이라크로 들어와 미국의 침공에 대항하기 위한 '성전'에 참여할 것이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정당성이나 국제적 합법성을 결여하고 있다. 이는 점령군에 맞서 싸우려는 이슬람 반군들의 전의를 고취시킬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알 카에다의 이라크 진입은 당연하며 실제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빈 라덴은 지난 2월 중순 2차례에 걸쳐 발표한 메시지에서 그같은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알 카에다의 이라크 진입이 어떤 형태를 띨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도대체 알 카에다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9.11 이후 언론이나 안보전문가들이 떠들어대는 소리는 일단 잊어버리자.

***스스로 적을 늘리는 미국**

알 카에다는 2가지 차원에서 존재한다. 첫번째는 카에다트 알 지하드(QA'edat Al-Jihad)로 이 조직은 2002년 4월에 자신의 존재를 선언했다. 이 조직은 아이만 엘-자와히리가 이끄는 이집트 지하드의 외국지부와 1990년대 중반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온 빈라덴 주위에 모여든 몇몇 그룹들이 합병한 조직인 것으로 보인이다. 이에 앞서 1998년 두 세력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의 이슬람 단체들과 함께 '유태인 및 십자군과 싸우기 위한 전세계 이슬람 전선'을 경성한 바 있다. 아마도 이들이 1998년 8월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 폭탄테러를 수행했을 것이다. 이 전선에는 내부에 여러 단계의 지도층과 함께 내부적 위계질서가 있으며 이론적 틀, 그리고 분명한 행동 계획이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들이 있다. 이들의 근거지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인도, 아라비아반도, 동아프리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차원의 알 카에다는 지하드운동 및 이슬람운동에 속하는 수많은 개인과 조직들의 광범위한 네트워크이다. 미국이 전세계에 테러 위협이 있다며 막연한'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부터 이같은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마치 이슬람 세계와의 전쟁처럼 선언하고, 이라크전쟁을 추진한 데다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격화됨에 따라 전세계 수많은 지역의 이슬람 단체들과 신도들은 미국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첫번째의 카에다트 알 지하드는 자신들의 전사가 있고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시도할 것이다. 동시에 이들의 목표에 동감하는 수많은 조직과 개인들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세계 어디서든, 미국의 이익을 저지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슬람 단체나 개인들이 알 지하드와 연계돼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공동의 적을 공유하고 있고, 폭력을 투쟁방식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을 뿐이다.

이같은 이슬람 단체와 개인들의 활동은 미국을 대상으로 한 알 지하드의 전쟁을 돕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그렇게 되면 알 카에다가 범인으로 지목되겠지만 범행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는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두 차원의 알카에다간의 연계관계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도 없으면서 (알 지하드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광범위한 (이슬람) 조직 및 개인들까지 알 카에다 공작원에 포함시키게 될 것이다. 미국과 영국 점령군의 운명에 관해서 말한다면, 두 차원의 알카에다는 이라크을 둘러싸고 있는 아라비아 반도 전역에서 상당한 동조자와 강력한 지원을 얻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요소들은 미국의 군사개입에 반대하는 세력을 결집시키는 주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며, 미군은 10년 전 아프가니스탄의 소련군이 경험했던 것처럼 이라크로부터 쫓겨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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