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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파병 동의' 유도성 여론조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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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파병 동의' 유도성 여론조사 논란

'편향적 설문 구성이다' vs. '문제될 게 없다' 맞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한국군 파병 지지 의사를 의도적으로 높게 유도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 18일 '이라크 전쟁'을 주제로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20일 발표했다. 언론사나 정부기관의 의뢰를 받지 않은 자체 조사였다.

갤럽의 조사에서는 첫째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동의' 여부, 둘째 '전투병 파병에 대한 동의' 여부, 셋째 '비전투병 파병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었다.

그런데 여기서 둘째와 셋째 설문 문항 구성이 '동의' 의사를 더 많게 유도하는 식으로 편향되게 구성됐다는 지적이다.

***"설문 문항 편향적" vs. "문제될 게 없다"**

설문 문항 원문은 1)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님께서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동의하십니까? 혹은 동의하지 않으십니까?" 2) "미국은 우방으로서 이라크전에 한국군의 파병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님께서는 우리나라 전투병의 파병을 동의하십니까? 혹은 동의하지 않으십니까?" 3) "그럼, 의료, 공병 등 비전투병의 파병은 동의하십니까? 혹은 동의하지 않으십니까?"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2), 3) 문항에 심각한 편향성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2) 문항에 대해 "질문에 '미국은 우방으로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은 '동의' 응답을 높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3) 문항에 대해서도 "앞선 문항에 이어서 질문하는 형식으로 질문하는 것은 전투병 파병에 반대한 사람들도 손쉽게 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할 우려가 있는 구성"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더 정확한 여론조사를 위해서라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동의 여부를 질문한 후,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이미 발표된 부분, 즉 "1개 대대 규모의 공병대 등 비전투병 파병을 검토하고 있는 정부 방침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직접 질문하는 곳이 옳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미국은 우방으로서'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서도 "그렇게 질문하려면 '우방인 미국을 돕기 위해 파병해야 한다'는 응답과 '국제적 동의를 얻지 못한 공격이므로 파병해선 안된다'는 응답을 동시에 던져 대칭적으로 구성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 역시 "편향성이 있어 보인다"며 "나라면 선택지를 네 개로 나눠 1) 전투병 파병 2) 비전투병 파병 3) 지지의사만 표현 4) 반대의사 표명 식으로 질문했을 것 같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한국갤럽의 관계자는 '미국은 우방으로서'라는 전제에 대해 "편향성의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노 대통령과 고 총리가 '미국은 우방'이라는 표현을 썼고 그에 따라 그대로 인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항 배치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조사원들이 3) 문항 질문을 던질 때 2) 문항에 대한 동의 여부를 읽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이번 조사는 문항수가 세개에 불과할 정도로 적고 전화조사를 실시했기 때문에 응답자들이 충분히 숙고해 답변할 수 있었을 것이며, 응답과정에서 편향성이 개입될 여지를 최소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미국 이라크 공격 반대 81.3%***

한편 한국갤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동의' 여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81.3%였으며 '동의한다'는 응답은 9.7%에 그쳤다. '무어라 말할 수 없다'는 응답은 8.9%를 차지했다.

<표1 미국의 이라크 공격 동의여부-계층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나이가 적을수록 높은 비율을 보여 20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대학생층에선 96.4%의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반면 '동의한다'는 응답은 남자가 여자보다 높았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높은 비율로 나타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결과와 대조를 이뤘다.

한국갤럽은 "이러한 결과는 미국이 내세운 정당성이 국제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세계적으로 반전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 대한 한국민의 인식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투병 파병 동의 16.1%에 그쳐**

우리나라의 '전투병' 파병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5%로 나타나 16.1%에 그친 '동의한다'는 응답률을 크게 앞섰다.

<표2 한국군 전투병 파병 동의 여부-계층별>

전투병 파병에 대한 연령별 동의 분포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 동의여부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즉 '동의한다'는 응답은 나이가 많을수록 높아지는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나이가 적을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와 학생층에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한국갤럽은 "이 결과는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전투병 파병'에 대해 29.2%가 찬성한 결과에 비하면 13.1%포인트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전투병 파병 동의 54.2%로 과반수 넘어**

갤럽은 마지막으로 '비전투병 파병'에 대한 동의여부를 물었다. 결과는 '동의한다'가 54.2%로 절반을 넘었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37.0%, '무어라 말할 수 없다'는 응답은 8.8%였다.

한국갤럽은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한ㆍ미 동맹의 중요성, 미국의 지원 요구에 대한 인식과 지금까지의 파병지원 관행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표3 한국군 비전투병 파병 동의여부-계층별>

응답자 특성별로는 남자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동의한다'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을 앞섰으며, 특히 남자 50세 이상에서는 동의가 73.4%를 차지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지난 18일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지역별 인구수 비례 무작위 추출법에 따라 전화조사를 이용해 실시됐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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