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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발굴 사업이 별거 아니라는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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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발굴 사업이 별거 아니라는 국방부

[윤재석의 '쾌도난마']<28> 이거 하나만은 미국에게 배우자

국방부엔 월·화·목·금요일 오전 네 번의 정례브리핑이 있다. 현안이 없어 간혹 생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진행된다.
28일 오전 10시30분에도 정례브리핑이 예정돼 있었다. 브리핑 제목은 '한·미 국방부 전사자 유해발굴 협력 합의각서(MOU) 체결'.
요지는 한·미 국방장관을 대신해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김일생과 미 국방부 정책차관실 참모장 피터 버가 간에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한다는 거였다.
출입기자로선 관심이 가는 사안이었다.

"없던 일로 해주세요!" 유해발굴 한미 각서 체결

전사자 유해발굴 및 신원확인은 국방부의 업무 우선순위 2위에 해당하는 중대 과업이다. 장정을 소집해 전장에 내보냈다가, 전사한 분은 호국영령이다. 가족에겐 두고두고 천추의 한이 될 아픔의 샘이다.
따라서 국방부는, 군은 장정(壯丁)을 소집할 권한도 있지만, 전장에서 숨진 호국영령의 넋과 시신을 유족에게 돌려 드릴 책무도 있다. 이에는 등가(等價) 원칙이 적용된다.

그런데, 예정된 브리핑 시간이 20분이나 지나도 브리핑 대에 아무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공보실에 알아보니 브리핑이 취소됐다는 거였다. 대변인 김민석을 만났다.

"사안이 별거 아니라서 취소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낙원을 점령해 대표적 야만국이 된 미합중국이지만, 적어도 본받을 점 하나가 있다. 바로 미국의 전사자 유해발굴 시스템.
2001년 5월 하와이 태평양사령부(PACPOM)를 방문하면서 충격받은 것은 바로 미군유해확인검증연구소의 존재였다. 히캄 공군기지 한쪽 허름한 건물에 자리만 잡았을지언정 이 연구소는 실로 '미군의 자존심'이었다.

당시 소장을 맡고 있던 육군 대령 데이브 패거노는 자신에 찬 어조로 "미국민으로서 조국을 위해 싸우다 숨진 이들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전장에서 실종된 8만 명에 가까운 미군을 마지막 1명까지 확인 발굴해 내겠다는 각오로 170여 명의 전문가가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소 요원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5명의 공군 조종사 유해를 찾기 위해 도보로 히말라야의 빙하지역을 가로질러가기도 하고, 한국전 당시 실종된 미군 유해를 찾기 위해 북한당국과의 어려운 협상을 거쳐 북녘땅을 밟기도 한다.
심지어 유해 한 구당 2500만 달러를 북한에 퍼주기도 한다. 이 부대의 또 하나의 특징, 예산 한도가 없다.
미국에 배울 게 거의 없지만, 이거 하나만은 바짓가랑이 붙잡고라도 배워야 한다.

▲ 지난 15일 강원도 화천군 육군 7사단 칠성체육관에서 있었던 '6.25 전사자 합동 영결식' ⓒ연합

국방부 브리핑이 취소된 직후, 서울 동작구에 자리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이곳엔 16만 5000여 위(位)가 모셔져 있다. 그 중, 현충탑엔 한국전 당시 전사한 분 중 시신을 찾지 못한 호국용사의 위패가 10만4000여 위, 시신은 찾았으나 신원을 알 수 없는 무명용사 유해가 7000 위 모셔져 있다. 결국 호국영령의 3분의 2가 시신이 없거나 신원을 알 수 없는 영령으로 좁은 현충탑에 갇혀 있는 것이다.

국방부 산하 유해발굴단(단장 육군대령 박신한) 측은 달랑 한 장인 보도자료 한 귀퉁이에 참고자료라며 '국방부 연도별 유해 발굴 현황'을 부전(附箋)했다. 유해는 발굴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유족에게 유해를 정중히 돌려 드리는 것이다.
발굴한 유해 중 몇 구를,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던 현충탑 속의 무명용사 유해 7000위 중 몇 위를 유족에게 봉헌했는 지에는 관심이 없나 보다.

유해발굴단에 전화를 넣었더니, 서울에 있다는 단장은 통화도 되지 않았다. 안보 불감증 정권의 못된 바이러스가 국방부까지 감염시켰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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