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을 추진하는데 있어 바람직한 정치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미국의 이라크 참전요청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캐나다의 한 장관이 19일(현지시각)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비판의 화살을 날려 이미 불편해진 미국과 캐나다 양국관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부시 정부는 인접국인 캐나다, 멕시코 등의 이라크전 불참 선언에 크게 격노해 있는 상태다.
***각료들의 잇따른 반부시 발언, '저능아' '사생아'**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여당인 자유당 소속의 허브 달리월(Dhaliwal) 캐나다 자원부장관(Natural Resources Minister)은 기자들에게 이라크와의 전쟁은 준비되지 못한 것이라고 묘사하면서 "세계는 바람직한 정치지도자로서의 초강대국 대통령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리월 장관은 "나는 부시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는 물론 세계인들이 기대하는 초강대국 정치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달리월 장관의 발언은 캐나다가 미국이 요청한 이라크전 파병을 거절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부시 행정부와 이미 불편해진 관계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미 국무부는 지난 18일 캐나다의 이라크전 불참결정에 대해 이미 "캐나다를 포함해 미국과 가장 가까운 일부 동맹국들이 이라크 문제해결에 필요한 시급한 지원을 하는데 동의하지 않았다"며 불쾌한 감정을 표출한 바 있다.
캐나다에서 각료 등 고위관계자들의 반미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달리월 장관의 발언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장 크레티엥 총리의 수석대변인이 부시 대통령을 '저능아(moron)'이라고 지칭한 것이 문제가 돼 사임한 바 있다. 또 여당의원인 캐롤린 패리쉬는 지난달 미국 행정부를 직접 겨냥한 연설에서 "나는 저주받은 미국인들을 싫어한다"며 부시팀 사람들을 '사생아(bastards)'라고 부르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과 장 크레티엥 총리간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은 편이다. 부시 대통령이 상당히 보수적인 반면, 크레티엥 총리는 자신이 리버럴(자유주의자)이라고 불리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의 최대 경제파트너인 미국의 영향력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크레티엥 총리는 최근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은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부시 대통령의 권위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캐나다 최대의 경제파트너**
캐나다 내각내에서 가장 열렬한 미국 옹호자인 존 맨리 부총리는 달리월 장관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캐나다의 일관되고 원칙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미국에 대해 혹은 미국의 동기에 대해 어떤 상징을 부여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맨리 부총리는 또 "미국인들은 그들에게도, 세계에도 어려운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나는 이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은 캐나다의 수출 비중 가운데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캐나다의 대미 수입비중은 2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캐나다 최대의 무역파트너인 셈이다. 캐나다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들이 우려하는 것도 이같은 현실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5월5일 캐나다 오타와를 국빈 자격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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