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압도적인 전 세계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군사공격을 강행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기정사실화되자 이제 한반도와 전 세계의 우려는 다음 차례가 누구인가로 집중되고 있다.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아무런 명분도 없는 이라크 전쟁을 추진하는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계획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8일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앞으로 다가올 일들(Things to Come)'이란 칼럼에서 "올해 2월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에 따르면 존 볼튼 미 국무차관은 이스라엘 관리들에게 미국이 이라크를 패배시키면 다음 차례로는 이란, 시리아, 그리고 북한을 '손봐주겠다(deal with)'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라크 전쟁에서는 미국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되지만 우려되는 것은 전쟁이 몰고 올 여파라며 "현재 진쟁중인 상황으로 볼 때 미국은 북한이나 이란과 별도로 싸우든지, 아니면 동시에 싸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라크 전쟁의 진실이 정확히 전달되지 못한 채 왜곡된 미국 여론을 언급하며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내에 생길 전선"이라고 지적했다. 즉 "이제 부시 행정부는 제아무리 근거없는 주장을 펴도 별 탈이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된다 해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며, 오히려 전쟁을 벌이는 편이 지지표도 얻고 반대를 침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의 결론은 "명예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처럼 위험한 지식을 행동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라크 전쟁이, 외교정책은 물론 국내정치에서도,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들을 결정할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크루그먼 교수가 기고한 18일자 뉴욕타임스 칼럼의 주요내용.
***앞으로 다가올 일들(Things to Come)/NYT, Paul Krugman**
미국은 물론 이라크 전쟁에서 아마도 쉽게 이길 것이다. 나는 군사전문가는 아니지만 숫자를 헤아릴 줄은 안다. 그래서 미국의 현 국방예산이 4천억 달러인데 반해, 이라크는 고작 14억 달러라는 사실도 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전쟁이 몰고 올 여파다. 전후 점령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내 걱정은 이라크를 넘어 크게는 세계, 그리고 미국에 어떤 일이 생길 것이냐 하는 점이다.
부시팀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세계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얼마나 불신과 적의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이라크 국민이 미군을 환호하는 장면, 또는 우리들의 폭탄이 이라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과 놀라움을 일으키는 것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일단 보면 그들도 마음을 바꾸겠지 하는 믿음을 갖고 있는 듯이 보인다. 혹은 세계가 어떤 생각을 하든 관계가 신경쓰지 않겠다는 식이다.
그들은 모든 점에서 잘못돼 있다.
이라크에서의의 승리는 미국에 대한 불신을 결코 종식시키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부시 행정부는 규칙을 따르지 않겠다는 점을 여러 차례 분명하게 밝혀왔기 때문이다. 다음 사실을 상기해보자. 부시 행정부는 유럽에 지구온난화 문제에 간여하지 말라고 했고 러시아에게 미사일방어체제(MD)를 거론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또 개발도상국들에게는 구명용 약품거래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하고 멕시코에게 이민문제를 재론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한편, 터키 사람들에게 엄청난 모욕을 주었고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탈퇴하는 등 불과 2년 사이에 온갖 일들을 저질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이 군사력은 결코 신뢰를 대신할 수 없다. 부시 행정부는 자신들의 계획에 동조하도록 유엔 안보리를 윽박지를 수 있다고 분명히 믿은 것이다. 그러나 안보리 이사국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아프리카 관리는 "미국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들을 폭격하거나 침공하겠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점을 생각해보자. 미국은 무역적자를 메우기 위해 연간 4천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지 못할 경우 달러가치는 크게 하락하고 늘어나는 예산적자는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것이다. 외국인 투자는 이미 점차 고갈되는 징후들을 보이고 있어 미국은 앞으로 일련의 전쟁시리즈를 겪어야 할지 모른다.
이라크 전쟁은 이를 하나의 '시범사업'으로 보는 신보수파 지식인들의 머리에서 대부분 나온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8월 부시팀과 가까운 한 영국 관리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바그다드로 가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사나이들은 테헤란을 택하려고 한다." 올해 2월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에 따르면 존 볼튼 미 국무차관은 이스라엘 관리들에게 미국이 이라크를 패배시키면 다음 차례로는 이란, 시리아, 그리고 북한을 '손봐주겠다(deal with)'라고 말했다.
이라크는 정말 이들 여러 나라 가운데 첫 번째 표적인 것일까? 일련의 전쟁을 원하는 것 같은 '부시 독트린'만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실제 표적이 되거나,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국가들은 가만히 앉아서 자기들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를 악물고 무장을 할 것이며 아마도 선제공격을 할지도 모른다. 자기들이 말하는 주제가 무엇인지를 정말 아는 사람들은 북한의 핵 계획에 대해 극도로 신경과민 상태에 있으며 한반도 전쟁이 어느 때라도 터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진쟁중인 상황으로 볼 때 미국은 북한이나 이란과 별도로 싸우든지, 아니면 동시에 싸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내에 생길 전선이다. 이 전쟁이 어떻게 일어나게 됐는지 제대로 살펴보자. 이라크 문제에 대해 강경해진 경우가 이전에도 있었다. 격분한 클린턴 행정부가 지난 98년 폭격을 검토한 것이 그런 경우이다. 클린턴 행정부가 폭격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부시 행정부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의) 핵 계획에 대한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이 주장은 결점이 있거나 거짓된 증거에 토대를 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라크와 알카에다간의 연계를 주장하지만 정보기관 내부의 사람들은 이 주장을 넌센스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황당한 일들은 미국 국내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왜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부시 행정부의 동기를 불신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일단 전쟁이 터지면, 어떠한 비판도 비애국적이라고 요란하게 비난해온 사람들의 합창이 우리들을 거의 귀머거리를 만들 것이다.
이제 부시 행정부는 제아무리 근거없는 주장을 펴도 별 탈이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된다 해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며, 오히려 전쟁을 벌이는 편이 지지표도 얻고 반대를 침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명예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처럼 위험한 지식을 행동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라크 전쟁이, 외교정책은 물론 국내정치에서도,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들을 결정할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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