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임사장에 이긍희(57) 대구MBC 사장이 내정됐다. MBC 지배주주(70% 소유)인 방송문화진흥회(위원장 김용운)는 3일 오후 정기이사회를 열어 최근 사표를 제출한 김중배 전 MBC 사장 후임으로 이긍희씨를 내정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MBC 신임 사장이 내정됨에 따라 MBC 주식의 30%를 소유한 정수장학회와 함께 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이긍희 대구MBC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선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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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긍희 신임 사장 내정자는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70년 MBC에 프로듀서로 입사한 후 오락·교양 프로그램 PD를 거쳐 교양제작국장과 정책기획실 이사, 편성실장, MBC프로덕션 사장, MBC 전무 등을 역임했다. MBC 사장에 PD출신이 사장이 되기는 최창봉 전 사장(89-93년)에 이어 두번째로 이 내정자는 김중배 전 사장의 잔여임기인 2년동안 MBC 사장직을 수행한다.
이 사장 내정자는 이날 엄기영 특임이사와 최종 표결에 붙여진 방문진 이사회 2차투표에서 방문진 이사들중 재적 과반수(5명)의 지지를 얻어 엄 이사를 물리치고 사장 내정자로 선출됐다. 최종 결선에 오른 이 사장과 엄 이사, 그리고 고진 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등 세명의 후보를 놓고 치른 1차투표에선 과반수 득표자가 없었다.
MBC와 방문진 내부에서는 방문진 이사들 가운데 이 내정자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고정표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신임 사장의 내정은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달 28일 방문진의 임시이사회 이후 방문진 이사들의 기류가 급속히 이 내정자로쪽으로 쏠렸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성명을 통해 MBC 내부인사 혹은 MBC 출신이 신임사장이 돼야 한다고 요구해온 노조측은 이긍희 신임 사장의 내정에 대해 일단은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 노조측의 요구대로 내부인사가 사장이 됐으니 일단 시간을 갖고 지켜보자는 것이다.
***MBC노조 "방문진 결정 존중하며 앞으로 감시하고 견제하겠다"**
노웅래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위원장은 "그동안 사장으로 여러 사람을 겪어봤듯이 외부인사들이 MBC 사장을 하는데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외부인사보다는 내부인사를 요구했던 것이고 좀 부족하더라도 내부인사가 사장이 되는 문화가 정책돼야 MBC의 정치적인 독립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방문진 이사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일단 MBC 내부인사가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만큼 노조가 구성원들과 함께 MBC의 정체성과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감시하고 견제하겠다"며 "내부인사를 뽑아 놓고도 문제가 많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중배 전 사장의 사퇴 이후 개혁적인 인물을 기대해온 MBC 일각에선 개혁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MBC 중견간부는 3일 방문진 이사회 직후 가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긍희 내정자의 경우 나이와 경력면에서 엄기영 이사보다 장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개혁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방문진 이사들이 엄 이사의 사장 취임이 가져올 세대교체와 개혁의 후폭풍을 많이 의식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을 만드는 것과 시대의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개혁적인 방송을 추구하는 것인데 이 내정자가 이같은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바가 있지만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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