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최근 중국을 공식방문했죠?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할 만한 사건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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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교조적 사회주의 국가의 수반이 이제 거의 자본주의 국가가 되어버린 왕년의 대형(大兄)나라의 지도자들을 만나고 그 발전상을 두루 살폈다는 점 자체가 빅 뉴스인데요.
카스트로 의장은 지난 달 24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개막된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참석한 사흘 뒤인 26일 중국에 와 3월1일까지 나흘간의 중국방문을 마치고 일본으로 갔습니다.
Q) 10년만에 다시 이뤄진 그의 이번 국빈방문은 중국측의 따사로운 환대는 예전같았지만, 카스트로로서는 어색한 느낌을 받은 부분도 있었겠죠?
A) 최고 실권자 장쩌민, 후진타오 공산당 총서기 등과 회동하고 서로 뜨겁게 포옹하고 서로간의 신의를 재확인했지만 무엇보다 카스트로는 이번 중국 방문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바로 중국의 눈부신 발전상 때문이었는데요.
마치 2년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상하이를 방문하고 받았던 충격과 비슷한 것이었을 테죠.
40여년전 이들 두 나라는 공산주의 낙원을 건설하기 위해 혁명의 보조를 맞추어 나갔던 정치적 형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동생은 그 자세를 고수해 오고 있는 반면, 최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형은 기업가들과 다국적 기업들로 흥청대는 극단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카스트로에게는 충격을 넘어서 청천벽력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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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가 리펑 전인대 상무위원장에게 한 말이 화제가 되고 있죠?
A)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카스트로는 리펑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가 지금 어떤 종류의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가 없다. 중국은 지금 내가 지난번(10년전) 방문했을 때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이것은 중국의 발전상에 대한 경탄과 함께 반세기 가까이 동지의 길을 걸어왔던 형으로부터 받은 배신감의 우회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Q) 그렇다고 중국-쿠바간의 우의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죠?
A) 중국의 유서깊은 공산당의 슬로건들이 광고입간판으로 대체되고 지도자들의 복장이 마오쩌둥 제복으로부터 양복-넥타이로 바뀐 지 오래임에도, 장 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지도자들과 중국 관영언론들은 카스트로의 방중 기간내내 양국간의 사회주의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반복 강조했습니다.
후진타오는 산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공산당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주의 국가로서 쿠바와 중국은 같은 이상과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권력 승계 후에도 중국은 쿠바와의 오랜 친선을 지속하고 상호관계의 진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이기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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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중국은 쿠바의 최대 원조국이기도 하죠?
A) 옛소련이 붕괴된 후 빈사상태의 쿠바를 지원하는 최대 후원국은 중국이 되었습니다. 중국은 매년 수억달러의 원조를 쿠바로 보내왔습니다.
이번 방중기간 카스트로는 76세 동갑내기 장쩌민과 원조를 포함하는 경제협력협정에 서명했습니다.
Q) 사실 두 나라 사이엔 유사점이 많지 않았습니까?
A) 중국이 1949년 공산당 정권을 수립해 교조적 사회주의 국가체제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고, 쿠바는 꼭 10년 뒤인 1959년 카스트로의 혁명에 의해 역시 사회주의 실험에 들어갔죠.
이들은 공히 집단 및 공동 농장 운영과 계획경제 체제로의 전환 등 거대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80년대 들어서 중국은 정부 소유의 공장과 기업들을 대거 매각하고 자유경쟁과 시장 경제를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베이징과 상하이로 대표되는 국제적인 거대도시로 나타나게 됩니다.
Q) 카스트로가 이번 중국 방문을 계기로 쿠바의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어느 정도 마련했을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A) 그는 리펑과의 면담시 “내가 그동안 중국의 변화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으나 오늘 당신과 이에 관해 얘기 나눌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했다고 합니다. 이는 카스트로가 귀국하면 중국의 개혁 청사진을 토대로 쿠바 재건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합니다.
마오쩌둥을 혁명가의 역할 모델로 삼았던 아르헨티나 출신의 전설적 게릴라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Ernesto Guevara de La Serna)가 건설한 쿠바가 이제 와선 마오이즘을 폐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모범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는 중국을 배우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한편으론 신기하면서 또 한편으론 씁쓸한, 묘한 기분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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