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을 통해 굳건한 동맹관계를 선보였던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의 밀월관계가 대선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이 24일 발표한 '노 당선자의 언론관 이대로 좋은가? 노 당선자의 왜곡된 언론관이 심히 우려된다'는 공식 성명이 24일자 조선일보 사설과 '盧 당선자의 부정적인 언론觀'을 노골적으로 베껴 썼다는 것이다.
양문석 전국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25일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의 노골적인 베껴 쓰기-전체 13문장 중 7문장이나 표절한 한나라당 성명서'란 논평을 통해 박 대변인이 23일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올라온 사설을 거의 그대로 표절했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은 "박 대변인은 전체 성명서 총 13문장 중 무려 7문장을 조선일보 사설에서 베꼈다. 시간상 조선의 사설이 23일 밤에 공개되었고 24일에 박 대변인이 발표했기 때문에 '저작권'은 분명히 조선일보에게 있다"며 그 사례를 적시했다.
다음은 양문석 정책전문위원이 25일 발표한 논평과 24일자 조선일보 사설ㆍ한나라당 성명 전문.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의 노골적인 베껴 쓰기-전체 13문장 중 7문장이나 표절한 한나라당 성명서'**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이 연일 언론관련 논평을 내고 있다. 괴벨스, 포퓰리즘 등 상당히 자극적인 용어를 구사하며 한껏 유식함을 뽐낸다. 한데 23일의 성명에서 사용한 '나치 괴벨스' 인용은 전혀 문맥과 상관없이 툭 튀어나옴으로써 네티즌들로부터 갖은 희롱을 다 당했다. 한데 24일에는 또 '포퓰리즘'을 특이하게 해석함으로써, 독특한 언어이해능력 및 사용능력을 과시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은 상대를 하지 않고 우호적 언론만을 이용해 '포퓰리즘식'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포퓰리즘은 대중추수주의 즉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만 추구함으로써, 국가의 미래를 고려한 정책결정행위를 포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대중들의 입맛이란 언론사들의 '입맛'과 일치한다. 그리고 포퓰리즘이 실현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론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언론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 한데 '우호적 언론' 그것도 여론시장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훨씬 취약한 언론들만 가지고 포퓰리즘이 가능할까. 최소한 한국 사회에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거대신문들을 배제한 포퓰리즘이 실현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박 대변인은 문맥도 맞지 않고, 논리도 없는 '억지'나 '궤변'을 '성명'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괴벨스' 또는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는 언론이 받아쓰기 딱 좋은 표현인 줄은 알았던 모양이다. 동아일보가 아니나 다를까 '괴벨스'가 포함된 문장을 박 대변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인용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의 '짧은' 지식은 '열심히' 공부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한데 문제의 심각성은 박 대변인의 노골적인 베끼기에 있다. 23일 밤에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올라 온 사설과 24일 박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을 비교해 보면, 박 대변인의 베끼기가 얼마나 심각한 지 드러난다. 먼저 제목을 보면, 24일 한나라당 성명 제목이 "노 당선자의 언론관 이대로 좋은가? 노 당선자의 왜곡된 언론관이 심히 우려된다"이다. 그리고 23일 조선일보 인터넷판 사설 제목은 "盧 당선자의 부정적인 언론觀"이다. 조선일보 사설제목을 박대변인이 '문답법'으로 풀어 베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본문과 비교하면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박 대변인은 전체 성명서 총 13문장 중 무려 7문장을 조선일보 사설에서 베꼈다. 시간상 조선의 사설이 23일 밤에 공개되었고 24일에 박 대변인이 발표했기 때문에 '저작권'은 분명히 조선일보에게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 노 당선자가 인터넷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론을 주도해온 신문을 '족벌체제' '기득권체제'라고 지칭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으로 모는 것은 공인의 발언으로는 격에 맞지 않는다.
박 대변인: 자신의 당선에 기여한 특정한 인터넷 매체와 방송, 신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정권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끊고 원칙대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노무현 정부가 언론과의 비정상적 유착관계를 끊고 원칙대로 해나가겠다는 것에 이의를 달 필요는 없다.
박 대변인: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정권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끊는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나, 그 실천 방안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 듯 하다.
조선일보: 가판 구독을 금지한다는 발상도 언론의 속보성과 정보성을 무시한 일방적 제동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박 대변인: 언론 자율에 맡길 '가판발간' 문제를 대통령이 개입해 막겠다는 것으로도 들린다. 언론의 '정보성과 속보성'은 물론 국민들의 신속히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노 당선자의 언론관은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바탕하고 있는 데다, 신문에는 강한 개혁을 요구하면서 방송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이 사실을 정확히 보도해야 한다면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도 예외일 수 없다.
박 대변인: 방송사와 신문사를 편가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 짓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당장 시정해야 한다.
오랫동안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등이 사설이나 칼럼 등에서 '정치 훈수'를 두면, 한나라당 대변인이 '지체없이' 성명이나 논평으로 흡수하고, 사무총장이나 총무가 국회에서 쟁점으로 삼아 왔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데 박대변인 처럼 주요 내용을 이렇게 거침없이 컨닝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몇몇 구절은 '순서'를 바꿈으로써, 몇몇 구절은 표현을 약간 달리함으로써 최소한의 '성의'는 보였다고 자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체 내용으로 보아 '표절'에 가깝다는 것은 앞으로 박대변인의 '정치적 성장'에 있어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충고컨데 박대변인은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적절한 단어 구사'도 할 줄 알아야한다. 그리고 최소한 13문장 정도는 남의 글 보지 않고 '작문'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직무대행이 한 때 '名대변인'이었음을 박 대변인은 신경써야 한다.
2003. 2. 25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 양문석
***조선일보 24일자 사설: 盧 당선자의 부정적인 언론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2일 '오마이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언론관과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 당선자는 "정권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끊고 원칙대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과거 정권들처럼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소주파티 등 향응을 제공하며 보도를 빼달라는 식으로는 대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의 가판(街版)신문 구독을 전부 금지하고, 그대신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정정·론 보도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세무조사나 뒷조사를 통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법일 뿐더러 효과도 없다는 견해다.
노무현 정부가 언론과의 비정상적 유착관계를 끊고 원칙대로 해나가겠다는 것에 이의를 달 필요는 없다. 정권과 언론이 서로 의지할 생각을 말라는 충고도 충분히 수용할 만하다. 로비를 근절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대응하겠다는 것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에 취임할 노 당선자의 언론관은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바탕하고 있는 데다, 신문에는 강한 개혁을 요구하면서 방송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이 사실을 정확히 보도해야 한다면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도 예외일 수 없다.
가판 구독을 금지한다는 발상도 언론의 속보성과 정보성을 무시한 일방적 제동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노 당선자가 인터넷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론을 주도해온 신문을 '족벌체제' '기득권체제'라고 지칭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으로 모는 것은 공인의 발언으로는 격에 맞지 않는다. 더욱이 청와대 언론홍보 비서진을 방송출신들로 채우고 있어 소수정권으로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MBC와 KBS사장, 방송위원 경질까지 겹쳐있어 차기정권에서 '방송의 독립성'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노 정권이 언론과의 관계를 정정당당히 하겠다는 의지는 이해가 되지만 신문매체를 너무 백안시해서도 안될 것이다.
***한나라당 성명: 노당선자의 언론관 이대로 좋은가?**
노 당선자의 왜곡된 언론관이 심히 우려된다.
자신의 당선에 기여한 특정한 인터넷 매체와 방송, 신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정권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끊는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나, 그 실천 방안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 듯 하다.
"청와대와 정부 각부처의 가판 신문 구독을 금지할 것이다"
"정정보도도 청구하고 반론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에서의 출입기자 등의 비서실 취재를 대폭 제한해 대변인실을 통해 'OK사인'이 난 언론사나 기자들에게만 선별 허용하겠단다.
피할 것은 철저히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리겠다는 것인가?
"변화와 개혁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잡고 있다"며 언론의 비판기능을 아예 무시하려 한다.
단순보도만 그것도 우호적이거나 일방적인 발표만 보도하라는 요구다.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은 상대를 하지 않고 우호적 언론만을 이용해 '포퓰리즘식'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언론 자율에 맡길 '가판발간' 문제를 대통령이 개입해 막겠다는 것으로도 들린다.
언론의 '정보성과 속보성'은 물론 국민들의 신속히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당은 대변인도 두지 않겠다고 하면서, 청와대에 홍보수석을 신설하고 국정홍보처와 각부처 대변인 기능 강화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닌가?
방송사와 신문사를 편가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 짓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당장 시정해야 한다.
2003. 2. 24.
한 나 라 당 대 변 인 박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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