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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물(格物)은 평천하(平天下)로 나아가는 제1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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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물(格物)은 평천하(平天下)로 나아가는 제1보”

신영복 고전강독<154> 제13강 강의를 마치며-8

‘대학’의 8조목 중에서 주자가 가장 의미를 둔 것은 격물(格物)과 치지(致知)라고 생각합니다. 치지재격물(致知在格物) 즉 물(物)에 격(格)하여 지(知)에 이른다는 뜻입니다. 지(知)란 인식이나 깨달음의 뜻입니다. 그리고 격(格)에 대한 해석도 여러 가지입니다만 격(格)은 관계를 의미합니다. 물(物)과의 관계를 통하여 인식을 얻는다는 것이지요. 실천을 통하여 지(知)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지요.

물(物)이란 우리가 있다고 생각하든 없다고 생각하든 상관없이 우리의 주관적 의사와는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물질(物質)과 같은 개념으로서 외계(外界)의 독립적(獨立的) 대상(對象)을 의미합니다. 인식과 깨달음이 외계의 객관적 사물과의 관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주장은 매우 중요합니다.

돈오(頓悟)와 생각의 비약(飛躍)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요. 선종(禪宗)불교의 주관주의(主觀主義)를 배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주자가 주목한 ‘대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격물치지(格物致知)에 대하여는 비판적 견해가 없지 않습니다. 물(物)의 의미에 대하여도 그것은 기존의 봉건적 질서를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천명(天命)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이지요. 인간이 관여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 경우의 지(知)란 사회적 실천에 의하여 얻어진 합법칙적인 인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예(禮)와 같은 봉건적 가치를 수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격물치지(格物致知)는 인식체계가 매우 논리적이며 객관적 지식에 대한 합당한 설명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됩니다. 주자는 불교의 심론(心論)과 도가의 관념론을 비판하는 근거를 격물치지에서 찾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5장에서 주자는 격물치지의 의미를 한층 깊이 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5장은 주자가 ‘대학’을 재정리하면서 없어졌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자신이 직접 써서 채워 넣은 것입니다. 그래서 보망장(補亡章)이라고 불리는 장입니다. 따라서 ‘대학장구서(大學章句序)’와 함께 주자의 사상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자는 치지재격물(致知在格物)의 의미를 우리의 인식(知)은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데서 온다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사람에게는 인식능력(心之靈)이 있고 사물에는 이치가 있기(有理) 때문에 앎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물에게로 나아가서 그 이치를 궁구(窮究)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물과의 관계 즉 실천에 의한 객관적 사물과의 접촉을 인식의 제1보로 규정하고 격물(格物)을 전체 체계의 기초로 삼고 있습니다. 최상층에 있는 평천하(平天下)로 나아가는 제1보로 삼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주자가 ‘대학’을 주목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격물치지와 전체계의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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