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대학(大學)’독법
‘대학’은 원래 예기(禮記) 제42편이었습니다만 주자(朱子)가 그것을 따로 떼어 경(經) 1장, 전(傳) 10장으로 나누어 주석하였습니다. 경(經)은 공자의 말씀을 증자가 기술한 것이고 전(傳)은 증자의 뜻을 그 제자가 기술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대(漢代) 유가(儒家)의 공동저작이 통설입니다.
‘대학’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체계적으로 설명한 것으로서 유가사상 중에서 가장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내용이라 평가됩니다. 다음은 ‘대학’ 원문입니다만 자구(字句)번역은 하지 않고 전체의 구조와 내용을 검토하기로 하겠습니다.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
知止而後有定. 定而後能靜.
靜而後能安 安而後能慮 慮而後能得
物有本末 事有始終 知所先後 則近道矣
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 先治其國
欲治其國者 先齊其家
欲齊其家者 先修其身
欲修其身者 先正其心
欲正其心者 先誠其意
欲誠其意者 先致其知
致知 在格物 物格而後知止
知止而後意誠 意誠而後心正
心正而後身修 身修而後家齊
家齊而後國治 國治而後天下平.
親民(친민) : 백성을 친애함. 程子는 新民으로 읽음. 백성을 새롭게 함.
本末(본말) : 本은 명명덕, 末은 친민.
始終(시종) : 始는 知止, 終은 能得.
格物致知(격물치지) : 物에 格함으로써 知에 이름.
'대학’의 내용을 요약한다면 첫째 명덕을 밝히는 것(明明德), 둘째 백성을 친애하는 것(親民,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 新民), 셋째 최고의 선에 도달하는 것(止於至善) 이 3가지를 삼강령(三綱領)이라 합니다. 그리고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가 8조목입니다.
우리는 ‘대학’의 내용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주자가 왜 예기(禮記)의 이 부분에 주목하고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장구(章句)하고 주(註)를 가하였는가를 생각하여야 합니다. 주자 이전에도 사마광(司馬光)이 ‘중용대학광의(中庸大學廣義)’를 지어 ‘중용’과 함께 대학을 따로 다루었습니다.
이처럼 ‘대학’을 주목하게 된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대학’은 일반적으로 대인(大人) 즉 귀족(貴族), 위정자(爲政者)의 학(學)이라 합니다. 그러나 ‘대학’은 단지 지식계층의 학이라기보다는 당대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선언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명덕이 있는 사회, 백성을 친애하는 사회, 최고의 선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해탈과는 정반대의 것입니다. 송대 지식인들의 사회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반(反)불교적이고 반(反)도가적입니다. 불교의 몰(沒)사회적 성격에 대한 비판입니다. ‘대학’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평화로운 세계의 건설입니다.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는 방법이 8조목입니다. 8조목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格物--> 致知--> 誠意--> 正心-->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의 순서입니다.
이 순서가 반드시 옳은 것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학’이 선언하고 있는 것은 개인(個人), 가(家), 국(國), 천하(天下-世界)는 서로 통일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개인의 수양과 해탈도 전체 체계를 구성하는 한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수양과 해탈에 가장 근접한 조목이 성의(誠意) 정심(正心) 그리고 수신(修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그것은 전체과정의 일부분을 구성하는 것이며 그것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나는 이것이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자가 ‘대학’을 장구하고 주를 가하여 존숭(尊崇)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3강령으로 제시하고 있는 이상적인 사회상과 8조목으로 선언하고 있는 개인과 사회의 통일적 인식에 그 핵심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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