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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없는 말聯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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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없는 말聯의 앞날은?

윤재석의 지구촌 Q&A <22>

Q) 강력한 권위주의 통치로 말레이시아의 경제부흥을 이끈 모하마드 마하티르(Mahathir bin Mohamadㆍ77) 총리가 오는 10월 은퇴한다고 하죠. 장장 22년을 차지했던 권좌로부터 스스로 내려오는 지도자라는 점에서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선임장관과 함께 귀감이 되고 있죠.

A) 현직 국가수반으로서는 최장기 집권자인 그는 1981년 취임한 후 지금까지 강력한 경제개발 정책과 아시아적 가치 추구라는 이념으로 만년 빈국이던 말레이시아를 20여년 만에 신흥공업국으로 탈바꿈시킨 위대한 지도자입니다. 마하티르는 총리 취임 직후부터 아시아의 선발국인 한국과 일본을 따라잡자는 이른바 '룩 이스트 팔러시(Look East Policy)'를 강력하게 추진했습니다.

화교자본의 말레이시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화교우대정책을 펴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화교집단을 강력한 지지세력으로 만들었고 이들의 자본과 지지에 힘입어 연평균 10%를 웃도는 고속성장을 지속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치 개발연대 박정희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로 경제정책은 물론 외교조차도 직접 주물러 "마하티르의 말은 곧 법"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였고 스스로 "다당제 민주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떤 나라에는 독재가 필요하다" 고 말하는 등 가부장적 통치방식을 고집하는 한편, 언론과 반대파에 대한 혹독한 탄압으로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전 공언한 대로 오는 10월 바다위 압둘라(Abdullah Badawi․63) 부총리겸 내무장관에게 총리직을 물려주기로 하고 권력이양 작업을 진행중에 있어 그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고 하겠습니다.

Q) 바다위 차기 총리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 특히 새 지도자 취임에 즈음해 말레이시아 경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은 것같던데요.

A) 그렇습니다.

바다위 차기 총리에게 최대의 과제는 역시 말레이시아의 지속적 성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마하티르는 바다위에게 상당한 유산을 물려주고 떠나게 됩니다.

그는 우선 아파트와 자가용을 보유한 두터운 도시 중산층을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공항 신항만, 고속도로, 세계최고 높이의 쌍둥이 빌딩인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스(Petronas Twin Towers), 국민차 프로톤, 정보고속회랑 등과 무엇보다 2020년 선진국 진입의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현재의 전망대로라면 마하티르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6%라는 양호한 실적을 후임자에게 상속하게 됩니다. 이는 지난해 4%를 웃도는 좋은 성적입니다. 아울러 실업율 3.2% 인플레비율 1.8%도 건강한 경제를 말해주는 지표입니다.

하지만 암울한 지표도 있습니다.

말레이시아가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외국인 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는 지난해의 경우 2001년에 비해 42%가 감소한 29억5천만달러에 불과했습니다.

델컴퓨터, 인텔, 모토롤라 등 굴지의 다국적 첨단기업이 입주해 9만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국 페낭주(州)의 고추쿤 선임장관은 "다른 신흥공업국들과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년동안 페낭주의 일자리는 2만4천개가 줄었습니다. 중국의 경우 말레이시아의 절반 또는 5분의 수준의 임금으로 같은 제조업 공장을 가동할 수 있어 그쪽에 공장을 짓거나 투자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관계로 경쟁력을 읽어가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바다위 정권의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입니다.

Q) 대이라크전쟁과 대테러전쟁에서 미국쪽에 줄을 서라는 압력도 말레시이아로선 적잖은 부담이고 이 때문에 반미감정이 더욱 고조되기도 하면서 외국인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같죠?

A) 이슬람교도가 60%를 차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입장으로서는 테러리즘의 연계 또는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대이라크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태도를 미국이 못마땅해 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마하티르와 바다위는 대이라크전이 테러리스트들로 하여금 더욱 기승을 부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전역에 팽배한 반미감정도 문제입니다.

예컨대 이슬람소비자연합회라는 단체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동안 코카콜라의 소프트 드딜크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여 오고 있습니다.

미국정부는 이같은 반미감정의 고조를 우려해 미국인들에게 말레이시아 여행을 자제하라고 경고할 정도입니다. 물론 말레이시아으로선 이것이 과장된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하긴 하지만---

이같은 현실은 필연적으로 미국 기업들의 대 말레이시아 투자를 머뭇거리게 합니다. 요즘 미국 기업들중 말레이시아를 투자 1순위로 꼽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Q) 아무튼 바다위의 통치스타일이 마하티르와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A) 마하티르가 '강압적인 건축가'라면 바다위는 '의견을 모으는 건축가'라는 평가입니다.

바다위는 말레이시아의 경쟁력 제고를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서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외국 기업들로 하여금 말레이시아에 우수하고 영어에 능통하며 숙련된, 또는 훈련가능한 인력이 풍부하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한편으로 그는 은행부문 합병, 증시 활성화, 법인 관리 개선 등을 통한 경기 부양책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 구상중 하나가 바로 국영은행의 체질 강화로 이른바 이슬람본드마켓의 활성화입니다. 이미 지난해 홍콩 상하이 뱅킹 커퍼레이션(HSBC)는 말레이시아 정부를 위해 6억달러규모의 이슬람본드를 팔았습니다.

바다위는 또한 외국투자가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증시를 부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몇 년 말레이시아 증시는 한마디로 죽을 쑤고 있거든요.

지난 2월 12일 현재 말레이시아 증시 시가총액은 1천3백억달러 규모로 이는 1977년의 55%, 즉 반토막에 불과합니다.

바다위는 증시 부양책의 하나로 우선 공기업 경영의 투명화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반기에 한번 발표하던 경영상태 공개를 분기에 한번으로 늘리는 한편, 기업 임원들에게는 주주에 대한 임원의 책임에 관한 교육과정을 필히 이수토록 하고 정부는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위원회를 제정했습니다.

물론 투자가들이 이같은 변화를 전적으로 신뢰하기엔 시기상조입니다만, 법인 관리만큼은 개선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것이 싱가포르에 있는 골드만 삭스 재산관리회사측의 평가입니다.

증시법 위반자에게 실형뿐 아니라 태형까지 부과하도록 법을 엄격하게 한 것도 변화라면 변화입니다.

Q) 전문가들의 전망이 상반되고 있다죠?

우선 낙관적 전망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뉴욕 살로먼 스미스 바니(Salomon Smith Barney)의 경영이사인 스티븐 태런(Stephen Taran)의 전망입니다.

태런은 바다위가 경제부문에서 마하티르와 비슷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의 고객들에게 말레이시아 본드를 구입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마하티르가 물러날 경우 말레이시아 경제가 위태로울 것이라는 우려는 잘못된 것이라며 "바다위의 권력 승계는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며 그는 우수한 통치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비관적 전망도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중국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느간칭 웬(Ngan Ching Wen) 유니코-데사(Unico-Desa Plantations Bhd.) 경영이사는 바다위 정권이 들어설 경우 경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화교계 기업인들중 많은 수가 이미 공장문을 상당수 닫아버렸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바다위 정부의 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선 외국인 투자가 뿐 아니라 내국인 기업가들에게도 유인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Q) 바다위는 어떤 인물입니까?

A) 현재 부총리를 맡고 있는 바다위 압둘라(Abdullah Badawi․63)는 지난 1904년 페낭(Penang)주의 이슬람지도자 가정에서 태어나 1964년 말라야대학(University of Malaya)에서 이슬람학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땄습니다.

1978년 마하티르가 이끄는 말라야연합전국기구(United Malays National Organization)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그는 관료로도 승승장구해 교육부장관, 국방장관, 외무장관을 두루 거친 뒤 99년부터 부총리겸 내무장관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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