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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너마저..." 부시의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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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너마저..." 부시의 진퇴양난

시간은 없는데 블레어 '이라크 사찰 연장'에 합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가장 믿었던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지난 15일 2백만명이 길거리에 나서 영국내 반전여론에 한풀 꺽여 이라크 사찰기간 연장을 수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14일에는 그동안 부시 편을 들었던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마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 없다"고 밝혀 부시 행정부에 치명타를 안겨주었다. 말 그대로 고립무원이다.

***토니 블레어도 영국내 반전여론에 밀려 사찰연장 수용키로**

블레어 영국총리는 15일 글래스고우에서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이라크 유엔 무기사찰단은 더 많은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며 "나는 이라크 문제를 앞으로도 계속 유엔 합의를 통해 해결해나가려 한다"고 전례없이 평화적인 어조로 말했다. 블레어는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유엔 결의가 없어도 이라크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영국도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블레어의 입장변화는 영국 국민들의 반전여론이 유례없이 거세기 때문이다. 유엔 결의없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는 영국인들은 현재 70% 정도로 지난해보다 크게 많아진 상태다. 블레어로서는 국민지지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라크 전쟁을 명분없이 강행할 경우 자신의 정치생명을 내놓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몰린 셈이다.

블레어의 변심(?) 못지 않게 부시를 당혹케 하는 것은 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의 최근 보고다.

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은 14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2차보고에서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어떠한 대량파괴무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혀 부시를 궁지에 몰았다. 부시로서 그나마 다행인 점은 블릭스 사찰단장이 보고때 "하지만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며 이라크는 많은 의혹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미 3개월 이상 이라크에서 무기사찰활동을 해온 유엔 무기사찰단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여부에 대해 확고한 결론을 내리지 못함에 따라, 미국이 그동안 주장해온 전쟁 명분이 크게 사그라들게 됐다. 부시로서는 "의혹이 있다"는 사찰단 보고에 방점을 찍고 싶겠지만, 이라크전을 반대하는 대다수 안보리 회원국들은 "사찰활동에도 불구하고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더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날 "1차 보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라크가 핵개발 계획을 재개했다는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칼을 다시 넣을 줄 아는 용기**

부시가 현재 가장 고심중인 대목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초 제출될 예정인 미국과 영국 주도의 두번째 이라크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를 통과할 것인지 여부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부시 행정부가 군사력 사용을 승인하는 결의안 내용은 안보리 이사국들의 반대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라크의 유엔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만을 언급한 채 무력사용에 대한 명시적 표현은 생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하면 미국과 영국은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부결되더라도 유엔이 무력사용을 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으며, 전쟁을 반대해 온 프랑스 러시아 중국은 결의안에 찬성하더라도 전쟁을 승인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라크전은 반드시 하겠다는 게 부시의 생각인 것이다.

이같은 부시 입장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16일 NBC방송 '언론과의 만남'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엔 안보리가 이라크 무기사찰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은 잘못이며 이라크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한 데서도 확인된다.

그는 "미국과 영국이 이번 주말동안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을 승인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외교적 해결을 위한 시간은 소진되고 있다"며 "안보리는 불행히도 (어떤 사태에) 대응하지 못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안보리는 '이빨'을 가진 평화의 도구가 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평화를 어지럽히려는 수많은 인물들에 결코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안보리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우리가 몇 주일을 기다릴 수 있지만 몇달까지는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외교적인 틀 안에 있지만 그것은 그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틀이 아니다"고 전쟁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재 부시가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이라크 전쟁을 위한 군사지원 문제를 놓고 분열됐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일단 터키에 대한 군사지원에 합의함으로써 미국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줬다는 점이다.

"전쟁이냐 아니냐"에 대한 미국의 결정은 일단 유엔 무기사찰단 3차보고가 이뤄지는 오는 28일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3월 이후로 시간이 연장될 경우 사막지대의 여름이라는 계절적 특성으로 인해 이라크 공격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기 때문이다.

부시에게는 칼집에서 칼을 빼는 것보다 칼을 다시 넣을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세계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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