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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의혹', 김대통령이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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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의혹', 김대통령이 풀어라

<데스크 칼럼> '국민적 합의' 없는 남북 개선은 물거품

김대중 대통령이 '대북 비밀송금 의혹'과 관련해 직접 해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대통령 직접 해명을 계기로 '의혹'을 둘러싼 불필요하고도 소모적인 논쟁이 종식되기를 기대하면서, 그리고 이번 논쟁이 보다 탄탄한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몇 자 적어본다.

비밀송금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절차적 하자'(국민 몰래 북한에 현금을 지원한)와 '내용적 성과'(남북관계 개선 및 남북간 일정한 신뢰구축이라는)와의 대립이다. 전자를 강조하는 측은 김대중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과 관련해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비밀송금의 전모를 속속들이 밝히고, 나아가 처벌까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후자를 중시하는 쪽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현금지원이라는 '뒷거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남북관계의 앞날을 위해 전모를 모두 까발기기보다는 일정한 선에서 매듭을 짓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밀송금이 사실로 드러난 지난 1월말 이후 논쟁은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하는 측에 의해 주도돼 왔다. 지난해 10월 최초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정부측의 대응이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난 데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야당인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은 연일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외치면서 김대중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당사자인 김대중 대통령이 대북 송금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고도의 '통치행위'이므로 실상을 밝힐 수 없다고 버텨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또한 지명관 교수나 도올 김용옥 교수 등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 이 문제를 '현명하게' 처리하자고 충정어린 호소를 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아직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몇몇 언론기관이 실시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는 이 문제에 대한 현재의 국민감정이 어떤지를 잘 말해준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최초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정부의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배신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어제 만난 한 북한전문가는 이렇게 정리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상 '대북 뒷거래'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특히 북한은 1995년 이후 주로 민간교류를 통해 현금 등을 확보해 왔다. 사업권 등과 관련해 웃돈을 요구하는 형식이다. 이는 대북 거래를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겪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협상에서도 북한은 현금지원을 요구했을 것이며 정부는 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정상회담 이후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으려는 노력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대북 현금거래의 경우 미국의 감시망을 피해 갈 수가 없다. 아시아의 금융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홍콩, 싱가포르, 마카오의 은행 약 1백개의 계좌만 감시하고 있으면 금방 드러나게 돼 있다. 따라서 사후적으로라도 뒷거래의 실상을 밝히고 이의 불가피성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를 얻었어야 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아마도 소수정권이라는 정치적 한계 때문에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 같다.

또 하나, 대북 사업과 관련해 현대측이 독점 형태로 추진했던 반면 국내의 다른 대기업은 일본 등과의 컨소시엄 형태를 추진했다. 대북 경제협력의 경우, 외국의 경제적 이익이 함께 엮여 들어가야 안정성이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대측의 독점적 사업추진 쪽을 택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국제적 협조의 결여가 오늘의 곤경을 불러 왔다는 것이다. 사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 4. 13 총선 직전에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발표함으로써 남북관계를 정파적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남북정상회담의 추진과정을 밝히고, 그 합의사항들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야당 등의 요구에 대해서도 등을 돌렸다. 그리고 이에 따른 오해와 불신이 오늘에 와서 몇 배로 증폭됐음은 물론이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대북 비밀송금의 뒤늦은 폭로에만 초점을 맞춰 김대중 정부가 이뤄놓은 남북관계에서의 성과를 깡그리 무시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안될 말이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관련 성과는 남북관계의 장래를 위해 매우 소중한 자산이며 따라서 이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논란이 남북관계의 투명성 제고와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계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북 송금의 실상을 밝히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야당도 이번 기회를 정치적 주도권 확보의 계기로 삼으려는 정파적 태도를 버리고 민족의 앞날을 생각하는 대범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보수언론들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복수심을 버리고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또한 차제에 대북 관계에 대한 우리 민족 나름의 원칙에 합의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무슨 이유로든 한반도의 전쟁 재발은 막아야 한다는 것, 둘째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도 저지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한의 경제붕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쟁의 참화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는 일본의 핵무장을 비롯한 군사대국화를 조장하고 중국도 이에 대항하여 군비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게 만들어 동북아 정세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이 지역의 경제성장 잠재력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북한의 경제붕괴는 대규모 난민 발생 등에 의한 지역 정세 불안정과 함께 남한의 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2일 오후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 임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나는 이제 2주 후면 물러난다. 역사 속에서 평가를 받을 것"이라면서 "남북문제에 있어 나는 햇볕정책을 추구하면서 고통을 각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이 50년동안 냉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적대와 대결을 계속해 온 것을 풀어 화해하는 데에는 고통이 있고 많은 시련에 봉착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50여년에 걸쳐 쌓여온 불신과 반목을 푸는 데 어찌 고통과 시련이 없을 수 있겠는가. 대북 송금과 관련한 김 대통령의 직접 해명도 그 고통과 시련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고통과 시련 속에 그에 대한 올바른 역사적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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