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NASA, 화장실에서 웃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NASA, 화장실에서 웃다

윤재석의 지구촌 Q&A <20>

Q) 미국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트린 유인 우주왕복선(Space shuttle) 컬럼비아호의 폭발사건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 사건을 종교계에선 미국이 지구촌을 전쟁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 것에 대한 신의 경고라고 해석하기도 하는 것 같더군요. 그건 그렇다 치고, 지난 1986년 1월 챌린저호의 폭발 사건이후 17년만에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우주왕복선 사업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주왕복선 사업은 경제성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실효가 있는 것인지요.

<사진1>

A) 80년대초 우주왕복선이 로켓 대체용으로 나왔을 때만 해도 우주왕복선의 효용성은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건설과 통신위성의 궤도 배치 및 수리, 높은 순도가 요구되는 신약 개발시험 및 첨단기술 실험 등 새로이 시도해야 할 많은 과학기술 분야 연구에 우주왕복선의 용도는 실로 엄청날 것으로 전망되었습니다.

하지만 우주왕복선의 효용을 냉정한 잣대로 재는 측에선 개발 초기부터 그 경제성과 안전성에 적지 않은 회의를 보여 온 것이 사실입니다.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추진되던 80년대 초반 NASA와 개발 기업들은, 주 1회 비행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우주왕복선 4대(Challenger, Columbia, Discovery, Endeavour)가 1년에 평균 5차례 비행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나중에 Atlantis 추가로 5대가 됨)

이는 경제성과 안전성 면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22.7t이나 되는 유료 화물을 싣도록 설계됐지만 화물칸을 꽉 채운 적은 한번도 없었으며 1회 발사에 5백만달러가 들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론 5억달러가 들었습니다. 이 역시 경제성면에서 취약하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오죽하면 NASA는 우주왕복선에 ISS거주 우주인용 생활필수품과 실험용품 배달이라는 새로운 임무까지 얹어 억지춘향격으로 존재의미를 부각시키기까지 했습니다.

소련의 경우 경우 미국과의 경쟁 차원에서 우주왕복선 부란을 개발했지만 1회 발사한 뒤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계획 자체를 폐기해 버렸습니다.

사고 이틀 뒤인 3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낸 다음 기사는 우주왕복선의 효용을 냉소적으로 표현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개구리가 폴짝폴짝 뛰지 않고 공중제비를 넘는다. 식물의 뿌리는 사방팔방으로 뻗는다. 새는 잘 날지 못한다.’

이번에 폭발한 컬럼비아호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수행했던 80여가지 실험 중 일부인 이 실험의 대부분은 우주에 가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전문가들은 유인 우주선의 과학적 효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과연 이들 실험이 수백억달러를 쏟아 붓고 우주비행사의 생명을 희생시킬 만큼 과학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는가. 오히려 NASA의 홍보에 더 공헌했을 것이다."

Q) 이번 사고가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라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A) 결론부터 말한다면 人災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컬럼비아호는 그간 70년대 말에 시험을 거친 엔진을 써왔으며 선실 내 컴퓨터는 80년대 것으로 미국의 10대들이 비디오게임용으로도 쓰지 않는 구형 8086칩도 써 왔다고 합니다.

디지털시대에 자석식 전화기를 쓰는 격이라고 할까요.

중량 90t에 약 20억달러 정도로 평가되는 컬럼비아호는 우주왕복선 중 ISS에 도킹하기 부적합하게 설계된 유일한 기종으로 1999년 챈드라 X-레이 망원경을 설치한 이후 크고 작은 문제에 시달려 왔다고 합니다. 이륙 후 수천파운드의 연료가 새 나와 궤도에서 균형을 잃은 적도 있고 엔진 작동을 통제하는 컴퓨터 이상으로 비상 백업시스템이 작동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NASA는 1999년 9월이후 17개월간 무려 9천만달러를 들여 컬럼비아호를 대대적으로 수리했습니다.

이번에 새로 알려진 사실은 NASA가 2001년 컬럼비아호를 퇴역시키려 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1981년 취역한지 20년이 지나 이미 노후 기종이 된 컬럼비아호에서 많은 기술적 결함이 드러났고 유지보수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 가뜩이나 어려운 NASA의 예산 사정을 더욱 압박했기 때문이죠.

<사진2>

Q) NASA에 대한 예산 삭감으로 안전 부문을 소홀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죠?

A) 미국 연방정부와 의회는 NASA를 ‘돈먹는 공룡’쯤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특히 냉전 종식후 더 이상 우주 개발 경쟁 상대가 존재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최근엔 중국이 잠재적 경쟁국으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지만) NASA는 골치 아픈 존재였습니다.

더욱이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NASA에 정부와 의회의 견제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부시 W 조지 대통령은 2001년 11월 백악관 예산실 부실장인 숀 오키프(47)를 NASA국장으로 보냅니다.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아닌 예산 전문가를 총책임자로 맞게된 것은 NASA로서는 치욕이었습니다만, 부시로서는 NASA의 방만한 예산 운영을 바로잡겠다는 복안이었던 것입니다.

NASA는 노후한 우주왕복선을 대체하기 위해 1990년대 수십억달러를 들여 차세대 우주왕복선 개발사업인 우주발진계획(SLI)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키프 국장은 부임 만 1년뒤인 지난해 11월 이 계획을 무효화하고 기존왕복선을 2020년까지 쓰기로 확정했습니다.

그런데 우주왕복선 발사 준비 과정에서 결함이 자주 노출되자 우주왕복선 안전 문제를 조언하는 NASA 산하 항공우주안전자문위원회(ASAP)는 잇따라 경고를 내게 됩니다.

2002년 4월 리처드 블룸버그 ASAP 위원장은 의회에서 “우주왕복선의 안전성이 지금보다 더 걱정스러웠던 적은 없다”며 “NASA는 미래에 닥칠 위험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러자 NASA는 오히려 위원회 구성원을 바꿔버립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자문위원회 위원과 고문 중 7명이 2002년에 임기 도중 해임됐으며 일부 위원의 해임시기는 더욱 신랄한 보고서 발표를 앞둔 시점이었다고 보도해 오키프 국장이 이들의 해임에 관여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 위원회는 1967년 아폴로 1호 화재 사고로 우주인 3명이 숨진 뒤 구성된 조직인데 스로 만든 안전 조치를 35년만에 스스로 무시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사고 조사팀은 예산을 긴축하느라 안전 조치에 소홀했는지의 여부를 조사항목에 집어넣었습니다.

Q) 컬럼비아호 폭발사고가 난 직후 미국언론들이 NASA의 예산증액 가능성을 보도했습니다. 희생된 우주인과 그 가족들에게는 결례가 되겠지만 NASA측은 속으로 쾌재를 부를지도 모르겠네요.

A) 사고 이틀후인 3일 워싱턴포스트와 CNN방송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4회계연도에 NASA 예산을 대폭 늘려줄 것을 의회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들 언론은 한 행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NASA의 올 예산이 전년도보다 조금 늘어난 150억달러였으나 2004년에는 이보다 4억7천만달러가 증액돼 총 154억7천만달러가 책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는데요.

우주왕복선 프로그램과 관련된 부분의 증액규모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2003회계년도의 우주왕복선 관련 예산은 전년도보다 7천5백만달러가 줄어든 32억800만달러입니다.

사실 NASA의 예산, 특히 우주왕복선 관련 예산은 앞서의 지적도 있었다시피 경제적 실효성 문제로 의회로부터 삭감 압박을 많이 받아왔고 그래서 때때로 ‘화성 운석의 생명체 흔적’ 등 프로퍼갠더(propaganda)적 성격의 업적 발표로 학계의 비난을 받기도 할 정도로 정치적인 행보를 보여오기도 했습니다.(지구촌 Q&A<1> 참조)

이번 사고가 안전성 확보 미흡으로 발생한 것이 입증될 경우 증액 규모는 더욱 커지겠죠.

<사진3>

Q) 그동안 지지부진해 온 새 우주왕복선 조기개발도 불가피한 것같은데요.

A) 문제는 우주왕복선의 조기개발엔 무려 300억달러의 예산이 조속히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의회의 승인을 받는 것이 당면과제입니다.

아무튼 우주왕복선 관련 업체인 보잉과 노드롭 그루먼 등 관련업체는 새 우주왕복선의 조기개발을 서두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업체는 NASA가 추진해 온 우주발진계획(SLI)에 의거해 90년대부터 차세대 우주선 설계 사업을 진행해 X-33 등 파격적 디자인의 새 모델을 제시했습니다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지난해 11월 이후 이 계획은 중지된 상태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컬럼비아호 폭발사고와 관련된 설명에서 이번 참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우주개발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 차세대 우주왕복선의 재개 및 조기개발을 시사하는 발언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Q) 차세대 우주왕복선의 개발의 지연이 NASA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A) 그렇습니다.

우주왕복선 관련 업체인 록히드 마틴 보잉 노드롭 그루먼 등 우주왕복선 관련업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반대했죠.

이렇게 무리하게 왕복선을 계속 발사해 온 것은 이들 업체들이 이 프로그램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왔기 때문입니다.

96년 군수산업체인 보잉과 록히드 마틴을 비롯해 6천4백여개 기업이 참여한 USA(United Space Alliance) 컨소시엄이 결성돼 향후 10년간 1백20억달러를 받고 NASA의 우주왕복선 관리 용역을 맡아 왔기 때문에 이들은 새로운 우주선 프로그램이 추진될 때마다 반대 로비를 벌여 왔습니다.

한편으로 NASA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 국제우주정거장(ISS)사업과 연계된 주에 정부예산 350억달러를 배정하기도 했는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들 주 역시 왕복선 대체 프로그램이 거론될 때마다 필사적인 반대 로비를 해 왔습니다.

Q) 차제에 우주왕복선 프로젝트의 폐기론도 나오고 있죠?

A) 문제점이 산적한 우주왕복선 사업보다는 차라리 예전의 1회용 무인 우주선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 어떠냐는 얘긴데요. 프랑스의 경우 최근에 아리안 로켓 발사에서 실패했지만 큰 피해가 없었고 특히 인명 피해가 없었던 점에 비추어 이같은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