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살생부 수사의뢰는 인터넷을 공포정치로 탄압하는 처사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살생부 수사의뢰는 인터넷을 공포정치로 탄압하는 처사다"

'인터넷 살생부'의 주인공 - '피투성이'님과의 인터뷰 전문

20일밤 노무현 당선자 홈페이지에는 아주 희한한 글이 하나 게시됐다. 노무현 당선자 홈페이지에 올린 글 '인터넷 살생부'로 순식간에 '스타'로 부상한 '피투성이'님이 필자에게 공개적으로 대화를 요청하는 글이었다.

***<저는 지금 서영석 기자님과 대화하고 싶습니다>**

"그 분이 쓰신 글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모든 신문들, 심지어 한겨레, 오마이뉴스도 엉뚱한 얘기를 하더군요..

그런데 서영석 기자님만은 정말 정확하게 저에 대해 분석하셨더군요...

그분과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 분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앞으로 말조심하겠습니다."

<사진>

이 글을 본 필자의 지인중 누군가가 필자의 핸드폰 번호를 노무현 당선자 홈페이지에 올렸다. 21일 새벽 회사에서 자고 있던 필자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전화를 한 주인공은 '인터넷 살생부'의 원저자인 왕현웅님. 아침 9시쯤 국민일보 심의실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약속날인 21일 아침 그가 여의도 국민일보로 찾아왔다. 청바지에 잠바차림인 그는 안경을 낀 수수한 모습이었고, 민주당 구주류가 수사의뢰를 했다는 소식 때문인지 좀 초췌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화를 시작하면서 여느 네티즌 답게 곧 쾌활함을 되찾기 시작했다. 5층 심의실에서 1시간 반가량 대화를 나눴지만, 일부 언론에서 묘사했듯 폭력과 증오의 세계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특별하지도 않았고 뒤틀린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도 않았다. 지극히 건전하게 살아가는 노동자였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네티즌일 뿐이었다.

인터뷰를 하기 직전 그의 이력에 대해 먼저 물었다. 왕현웅(王鉉雄)님은 1974년생으로 올해 29세. 인천에서 조그마한 철공소에 다니고 있으며 월 수입은 130만~140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철공소에서 일하며, 업무가 끝난 뒤에는 사귀는 아가씨와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인터넷에 '피투성이'란 아이디로 글도 자주 올린다고 했다. 용접공으로 알려져 있지만 용접만 하는 것은 아니었고, 소규모 철공소인만큼 여러가지 일들을 함께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인천 대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기도 했으며 철공소에서 일한지는 4년정도 됐다고 했다. 아주 작은 공장이라 노동운동을 할 기회도 없었으며, 오로지 노무현 당선자를 좋아해 노사모에 가입하고, 작년 국민경선 때는 선거인단이 되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원서를 낸 것이 민주당과 맺은 인연의 전부였다. 그는 편모를 모시고 있으며 남동생이 있고 사귀는 아가씨와는 다음달쯤 결혼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은 '피투성이'님과의 인터뷰 전문.

Q: 인터넷 살생부란 이런 살벌한 이름의 글을 쓴 계기는 무엇인가.

A: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그런 류의 글들이 많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정리도 안된 글들이 많았고 분량도 짧았다. 전체적으로 정리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게 됐다. 대선기간 열심히 했던 의원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던 사람들이 앞장서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에게 진실을 확실히 알려주고 싶었다. 노대통령 당선자의 후보시절 자기 당 후보를 흔들면서 기회주의적 행태를 일삼았던 정치인들을 다음 총선에서는 국민들이 잊지말고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것 뿐이다. 누구의 사주를 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정치문제로 비화될줄은 몰랐다."

Q: 내용이 정확하다는 평가이고, 그래서 민주당내 인사들이 작성자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는데.

A: "한화갑대표나 정균환총무가 인터넷에 무지하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인터넷 게시판에 일부 정치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그들의 행태를 비판한 글들은 무수히 많다. 하루에도 수백개의 글들이 떠다닌다. 서프라이즈에 올라온 '토씹새격문'을 가장 많이 참조했다. 사실 그게 주요한 원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매체도 참고했고 국민일보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식이나 인명검색 등을 통해 정보를 입수했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보인 행태가 네티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 전혀 무지한 것 같다. 이름이 좀 살벌해서 그렇지 네티즌들에게 이 정도 정보는 상식이다."

Q: 왜 하필 살생부란 이름을 붙였는가.

A: "좀 전투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그랬다.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명부라는 점에서 살생부란 이름 이외에 더 적합한 말은 없다고 생각했다. 국민들에게 단죄를 받으라는 의미다."

Q: 특히 역적중의 역적 등의 분류가 화제인데, 그들이 상처받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는가.

A: "살생부란 이름도 그렇지만 TV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물론 내가 쓴 글이 100%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90% 정도는 맞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일부 잘못된 내용이 있었다면 내잘못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그렇게 얘기할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해당 정치인들은 반성을 좀 했으면 좋겠다.이런 걸 꼬투리 삼아 수사의뢰하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인터넷을 공포정치로 탄압하려는 처사다. 그렇게 해서 인터넷의 입을 막을 수는 없다. 모든 네티즌들이 다 공감하는 얘기다."

Q: 왜 역적이라고 분류했나.

A: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반대했다고 해서 역적이라고 한 것은 아니다. 정당한 절차로 선출된 후보를 흔들고, 사퇴하라고 압력을 넣고, 백지신당설을 퍼뜨리고 한 것은 당원에 대한 배신행위요 민주주의에 대한 파괴행위다. 그래서 역적이라고 했다."

Q: 민주당 당원인가.

A: "2000년 총선에서 노무현당선자가 낙선한 직후 노사모가 만들어졌을 때 가입한 초기 노사모 멤버다. 하지만 직장 때문에 적극적인 활동은 전혀 못했고, 주로 노무현 당선자 홈페이지에 글을 쓰는 정도였다.대선 여의도 유세 때 서울로 올라와 유세중인 노무현 당선자 손도 잡아봤다. 민주당에는 작년 초 국민경선 때 선거인단이 되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했다. 하지만 선거인단으로 뽑히지는 못했다. 민주당과의 인연은 그뿐이다."

Q: 인터넷은 언제부터 접하기 시작했나.

A: "1999년쯤부터였다. 스타크래프트에 빠져서 인터넷을 시작했는데 곧 노무현이란 정치인을 만나면서 완전히 취향이 달라졌다"

Q: 노무현 당선자는 어떤 계기로 좋아하게 됐나.

A: "1997년 강준만 교수의 '김대중 죽이기'를 읽으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역시 강준만 교수의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을 읽으면서 노무현 당선자를 아주 좋아하게 됐다. 도서관에 가서 노무현 당선자의 5공청문회 속기록까지 찾아 읽어봤다. 특히 노무현 당선자의 <여보,나 좀 도와줘>란 책에 감명을 많이 받았다.

Q: 여자친구와 다음달에 결혼한다고 했는데,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어떤 반응을 보이든가.

A: "첫마디는 '이제 떴구나'라고 하다가 감방 갈지도 모른다고 하자 걱정돼서인지 울기까지 했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인터넷 살생부'에 오른 내용 정도로는 형법상 명예훼손죄 성립의 예외인 공인에 대한 평가에 해당되기 때문에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어느 변호사의 유권해석을 전해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처가집에 괜히 이상한 사윗감으로 찍힌 것 같다. 별거 아니라고 설명을 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는 듯한 기색이었다.

Q: 어머님은 어떻게 반응을 보이셨나.

A: "우리 아들을 믿는다. 반드시 우리 아들이 이길 것이라며 격려해 주셨다. 어머님은 정치에 무관심했는데, 내가 어머님께 권양숙여사가 TV에 출연한 동영상을 보여드렸더니 감동하시면서 노무현 지지자로 변했다."

Q: 정몽준 의원이 선거 바로 전날 지지철회했을 때 느낌은 어땠나.

A: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절대로 지리라고는 생각도 안했다. 대신 친구나 친척들에게 전화를 하면서 "날 봐서도 노무현 당선자를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첨에는 "너 미쳤니"하는 반응이었으나 다들 노무현 당선자를 찍었다."

Q: '피투성이'란 아이디가 아주 유명해졌는데 소감은.

A: "공장에 출근하다가 TV뉴스를 봤을 때는 내가 쓴 글을 갖고 보도하는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바로 내가 쓴 글이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다. 지금도 솔직이 기분 나쁘지는 않다. 정균환의원이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좋다. 가족들이나 여자친구에게도 감옥에 한번 갔다오면 되는거지라며 오히려 위로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니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게 정치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민주당의 내분을 부추기려는 외부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걸 알면서 계속 목소리를 높이는 정균환 이훈평 의원에 대해서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Q: 자기 소개를 한다면.

A: "인천의 조그마한 철공소에서 일하고 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월급은 130만∼140만원 정도 받는다. 사귀는 아가씨와는 다음달 결혼할 예정이다."

이 인터뷰는 필자인 서영석 국민일보 편집위원이 국민일보가 22일자로 보도한 인터뷰 내용을 확장보완한 것입니다. 편집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