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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각제 개헌론인가"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69>

***1. 내각제 공론화 시도가 갖는 정치적 함의**

정가에 '내각제 망령'이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의 '내각제 개헌 발언'이 나온 지 열흘이 지난 시점에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어느새 수면 위로 불쑥 올라온 느낌이다.

작금의 내각제 논의는 한마디로 말해 정치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정치편의적 발상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는 측면이 많다. 노무현 당선자가 아직 취임도 하기 전에 당선자의 임기를 1년여로 제한시키자는 식의 2004년 내각제 개헌 주장에서 정치도의는 물론이고 국민여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각제 공론화가 시도되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말해 여야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는 수구세력들의 미래에 대한 공포가 정치적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는 상황논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이대로 밀려서는 차기 총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치판에서 완전도태될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하지 않으면 안될 대목은 내각제 공론화 시도 속에 차기 집권세력에 대한 수구세력의 종합판 '파워 테스트' 성격도 들어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말하자면 우리 사회의 비주류였다. 주변 그룹도 자연히 비주류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의 주류를 자임해 왔던 수구세력들은 그동안 노무현 당선자와 보좌그룹에 대한 몇가지 파워 테스트를 해 왔었다. 어쩌면 노무현 당선자의 '상식과 원칙' 주의가 별 것 아니구나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한 사고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것이 내각제 공론화 시도다.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당선자의 임기를 2004년 총선까지로 하고, 차기 총선 이후 내각제로 전환하자는 한나라당의 내각제 주장을 본격적인 여야 협상 테이블 위로 올려보자는 식의 발언이 민주당 한화갑 대표 입에서 나왔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 바라봐야 이해가능하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물론 복잡한 정치적 함의가 담길수록 '개인적인 생각(私見)' 으로 포장해 띄워보는 것은 낡은 패러다임의 정치에서는 일상화된 수법이기도 하다. 그 정치적인 함의를 하나하나 까발려 보자.

***2. 구주류의 신주류에 대한 파워 테스트**

노무현 당선자를 비주류라고 앞서 표현했었다. 그러나 대통령이란 자리 앞에 늘상 붙는 수식어는 '제왕적'이란 단어다. 일단 집권에 성공하면 그가 비주류였건, 주변부 세력이었건 우리 사회에서는 주류로 격상된다. 대통령이 갖고 있는 권한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무현 당선자 주변의 보좌그룹들은 이제 '신주류'로 부상한 셈이다.

신주류의 대척점에 서 있는 수구세력들을 편의상 구주류로 정의하자. 구주류는 올들어 보수언론들을 동원해 끊임없이 파워 테스트를 해 왔다. 정권 인수위의 재벌정책이 모습을 드러내자 보수언론을 등에 엎은 구주류는 느닷없이 인수위와 재계의 갈등론으로 몰아가면서 인수위의 반응을 살폈었다. 재벌개혁은 차분히 한다는 응답으로 돌아왔다.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의 발언은 물론이고 김석중 상무의 '인수위의 목표는 사회주의'란 발언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능하다.

노무현 당선자 주변의 386세대에 대한 찔러보기도 성공했다. 실체 불분명한 나라종금 로비의혹이 보도되자 결국 주요한 386멤버인 안희정씨의 청와대 입성은 저지됐다. 지금은 약간 빛바랜 느낌이 있지만 보수언론들의 총리 추천도 '고건 총리설'로 어느 정도 먹히는 추세이기도 했다. 구주류에서는 "이것 별 것 아니네"란 생각을 했음직하다.

***3. "허니문이고 나발이고 없다. 무조건 흔들어라"**

이러한 파워 테스트의 종합판이 내각제 개헌 공론화 시도다. 왜 이런 변화구를 시도하지 않으면 안되는가. 앞서 얘기했다시피 개혁과 변화의 코드 속에서 청산돼야 할 대상이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먼저 개혁의 내홍 속에 휩싸였고, 곧이어 한나라당으로 열병이 전염된 것은 바로 이러한 코드와 수구세력의 이해불일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끊임없는 흔들기를 통해 집권 초반기의 정치를 엉망진창으로 이끌지 않는 한 이들에게 차기 총선은 기회의 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의 개혁이 차근차근 이뤄져 나간다면, 집권초반기의 국민적 인기와 맞물려 이들은 차기총선의 당내공천부터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고, 한나라당의 경우 공천의 관문을 어떻게든 뚫는다 하더라도 사회 각계각층에 포진돼 있는 개혁적 인사들과 맞붙어 이길 가능성은 대폭 떨어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허니문이고 나발이고 없다. 무조건 흔들어라" 이것이 한나라당 구주류의 생각이다. 정치협상에서 온갖 딴지를 걸고 나오는 데는 이런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민주당은 어떤가. 대선 과정에서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던 정치인들에 대한 심판 분위기가 압도하고 있다. 한화갑 대표는 신기남 의원이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대로 중립을 지키는 듯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은근히 흔드는 쪽을 두둔했었다. 후단협 인사들은 개혁그룹들로부터 참여를 거부당하고 있다. 정치권의 수구세력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해의 일치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내각제 공론화 시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이들도 노무현 당선자의 임기를 2004년 총선때까지 제한하는 식의 내각제 개헌론이 터무니 없는 주장이란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이같은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목표는 하나다. 신주류에게 구주류의 협조 없이는 나라를 제대로 끌고 나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자 함이다. 말하자면 내각제 공론화 시도는 수구세력의 '무력시위'적 성격을 띠고 있다.

***4. 수구세력의 목표는 달성될 수 없다**

노무현식 개혁이야말로 포퓰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포퓰리즘적 개혁은 동원된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엎고 절차와 원칙을 무시하는 일종의 혁명적인 수법이다. 그러나 노무현식 개혁이 중시하는 것은 상식에 합당한 절차다.

노무현식 개혁은 노무현 당선자가 밝힌 새 정부의 공기업-산하단체장 인사 기준에 극명하게 표현돼 있다. 효율성과 공익성 개혁성이란 세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그러한 원칙 속에서 인사는 임기가 끝나는 사람들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원칙과 상식에 입각한 절차를 채택할 경우 김대중 정권 초기의 포퓰리즘적인 질풍노도적 개혁시도와는 달리 수구세력이 준동할 틈새가 많이 있다. 김대중 정권 초기에는 없었던 이같은 집권세력 흔들기가 횡행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같은 수구세력들의 흔들기는 기본적으로 원칙과 상식이 갖는 위력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조금 느린 듯하지만 흔들림이 없는 원칙과 상식이 정착될 경우 낡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는 수구세력들이 설 자리는 없다. 노무현 당선자와 주변그룹들은 물론이고, 변화와 개혁을 염원하는 지지층 역시 흔들림 없이 차근차근 정치혁명을 완수해 나가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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