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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혁은 전혀 피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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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혁은 전혀 피곤하지 않다”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68> 피곤한건 수구세력뿐

노무현 당선자가 아직 대통령으로서 업무를 채 시작하기도 전부터 온갖 개혁저항적 움직임들이 준동하고 있다. 통상 수구세력으로 분류되는 개혁저항세력은 사회 여러군데에 잠복하고 있다. 기존의 낡은 패러다임이 유지돼야만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그룹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재벌, 관료, 학계, 언론 등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포스트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재벌들만의 모임은 아니지만 재벌의 이익을 대변해온 전경련 김석중 상무의 뉴욕타임스 발언은 말하자면 대표적인 개혁저항적 움직임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발언 당사자는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고는 하나, 중요한 것은 발언 그 자체가 아니라 전경련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행태들이다. 이들에게 재벌개혁을 지향하는 인수위 핵심그룹들이 어쩌면 사회주의자들로 보일 수 있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처럼 대기업이 아닌 재벌들 그 자체에 대한 특권적 지위를 해체하려는 시도가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는 기본적인 개념의 천착이 없는 이들에게는 권리에 대한 위협이요, 협박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란 얘기다. 또한 미국으로 떠나는 조선일보 김대중 전 편집인이 쓴 칼럼대로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측이 점령군이 되어 사회 곳곳에 진주하는 양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지향하는 목표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너무나 분명하다. 개혁은 경제를 혼란으로 몰고갈 것이며, 정치권을 난장판으로 만들 것이고, 50대 이상의 모든 연령층은 직장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그런 잘못된 신화를 전파하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개혁은 피로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는 선입견을 불어 넣고 싶은 것이라 하겠다.

정말로 개혁은 피곤한 것인가. 그렇다. 개혁은 피곤하기 짝이 없다. 정권과 유착해 뒷돈을 대면서 부당하게 부(富)의 세습을 일삼고, 세계규모에 이른 기업들을 손가락 하나로 좌지우지하다가 잘못되면 고용사장을 해고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회피해온 재벌들에게는 너무나 피곤한 일이 될 것이다.

새로운 집권자가 들어서면 실력자들 대문이 닳아지도록 드나들고, 남 안 보일 때 싸들고 온 돈뭉치를 들이밀면서 입신과 출세를 보장받으려 날뛰는 기회주의 관료들에게는 정정당당하고 공개된 절차, 그리고 실력과 인망에 따라 결정되는 인사개혁에 적응한다는 것이 정말로 피로하기 짝이 없는 일임에 분명하다.

지역구민의 열망은 단한번 선거때만 반영할 것처럼 사기를 치고, 4년 내내 보스에게 돈 싸들고 다니면서 아부하는가 하면, 그 돈 마련하기 위해 이권개입에만 정신 팔고 있는 썩어빠진 정치인들에게는 지역구민들이 자기 방식으로 진짜 민의의 대변자를 결정하는 정치개혁이 피로하기 짝이 없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 곳곳에 기생하면서 낡은 패러다임의 정치와 행정의 부패메카니즘에 익숙한, 그래서 그러한 부조리를 최대한 이용해 입신해 왔던 수구 기득권층들에게는 정말로 제대로 된 사회, 상식이 승리하는 사회, 올바르게 사는 사람이 출세하는 사회가 된다면 정말로 겁나고 두려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개혁이 절대로 피곤하지 않다. 타협하지 않고 제대로 된 개혁을 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지금까지 대기업이 창출하는 이익을 독점해 왔던 재벌들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들이 기여한 만큼 그 이익을 나눠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민들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하는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대접을 받게 되면 그 이익은 자연스럽게 특권이 없는 모든 보통 시민들이 누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국민들을 천민 취급하면서 특권을 누려왔던 수구기득권층이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민권은 더욱 신장되기 마련일 것이다. 변화와 개혁의 목표는 바로 이것이다. 몇몇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부당하게 누렸던 독점적인 권리를 모든 국민들에게 골고루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상식과 정의가 통용되는 사회가 자리잡는 것. 이것이야말로 노무현 정권의 지향점이요, 과제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권의 집권초기는 허약할 수밖에 없다.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인데다 정치권 자체에도 여야를 막론하고 낡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는 정치인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는지 모르나, 김대중 정권은 개혁피로감을 전파하는 수구기득권 세력에게 사실상 패배했었다. 노무현 정권은 김대중 정권을 거울 삼아 그와 같은 실패를 거듭해서는 안될 것이다.

개혁피로감 이론은 수구기득권세력이 장롱 속에 고이 모셔 두었다가 정권 초기에 몰릴 듯 싶기만 하면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었던 수법이다.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민심을 제대로 보고, 그 민심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돌파하는 것이다. 국민들도 수구기득권을 옹호하는 세력들은 다음 총선에서 절대로 국민의 재신임을 받을 수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 노무현 당선자를 배출시킨,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정신 팔지 말고 똑바로 사회 전반을 감시해야만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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