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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기자시대의 종식과 언론 패러다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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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기자시대의 종식과 언론 패러다임의 변화”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67> 조선일보 김대중 편집인의 퇴장에 즈음해

조선일보 김대중 편집인이 11일 편집인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영향력 있는 언론인을 꼽을 때 언제나 뒷자리에 앉기를 거부했던 김대중씨도 결국 시대의 물결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나고 만 것이다.

사실 '기자 김대중'은 어느 의미에서 '제왕적 기자'의 전형이었다. 조선일보라고 하는 막강한 언론기관의 뒷받침과 자신의 배짱과 개성, 기자적 감각과 능력, 적당한 현실과의 타협주의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하겠지만, 김대중씨는 일반인들에게 못지 않게 기자사회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었다. 언론인으로 입신하고자 꿈꾸는 젊은 기자들에게 김대중씨는 하나의 목표이기도 했다.

김대중씨가 편집인의 자리를 내놓은 것은 아마도 본인의 뜻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김대중 정권 내내 정권에 대한 공격의 최선봉에 섰었고, 대선 국면에서도 사실상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고 노무현 후보를 공격했으나 그러한 뜻이 좌절된 지금, 현장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가 워싱턴 특파원 자격으로 다른 곳이 아닌 미국으로 가는 것도 이러한 그의 마음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조선일보로서도 그의 이러한 희망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필자가 김대중씨의 퇴장을 보면서 이 글을 쓰는 것은 한 언론인의 성쇠와 영욕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김대중씨의 퇴진이야말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언론 패러다임의 본격적인 변화에 대한 예고편과도 같다는 점이 요점이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종이언론은 인터넷 매체에게 사실상 패배했다. 물론 힘이 약해서 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20대와 30대,그리고 40대로 외연이 확장되고 있는 변화된 정치민심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설사 읽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훈계만 하려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개혁의 새 시대에 언론패러다임은 과연 어떻게 바뀌고 있는 것인가.

첫번째로 지적해야 할 것은 당연히 코드의 변화다. 새로운 코드는 변화와 개혁이다. 노무현을 당선시킨 세대는 유권자이기도 하지만 신문의 입장에서는 결국 독자일 수밖에 없다. 낡은 패러다임에 안주하고, 더 나아가 변화와 개혁을 좌절시키려는 논조는 더 이상 독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뿐이라면 그래도 아직은 언론 패러다임의 변화라고까지 할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개혁과 변화의 코드는 김대중정권 초기에도 한때의 유행처럼 있었다. 그러나 보수 종이언론은 결국 김대중정권을 붕괴시키다시피 하는 데 성공했었다.

보다 결정적인 것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의사전달통로다. 이것이 두번째로 지적될 수 있는 변화다. 보수적인 세대들은 인터넷을 단순히 종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매체인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것도 맞는 얘기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극히 단편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이란 매체가 갖는 의사전달방식은 쌍방향에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김대중기자적 시각과 논조는 실시간으로 전파되면서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 수많은 익명의 전문가들에 의해 분석되고 결정적인 취약점이 무엇인지, 그것이 갖는 의도가 무엇인지 드러난다. 또한 수많은 익명의 독자는 그러한 분석들을 통해 서로간 토의하고 논쟁하며, 그러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정제된 반론으로 다듬어지게 된다. 다듬어진 논리는 즉시 수만개, 수십만개의 게시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종이신문의 활자를 통해 일방향으로 주입되는 김대중기자적 논리와 시각은 이러한 의사전달통로를 통해 그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보수종이언론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세대를 20대와 30대만으로 국한시켜 본다면 그것은 오판이다. 40대와 50대, 심지어 6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도 진보적인 시각을 지닌 익명의 전문가는 많다. 오히려 한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일수록 나이를 불문하고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통계도 있다. 인터넷의 새로운 의사전달통로로 형성되는 익명의 전문가들에 의한 담론 형성이 드디어 보수종이언론의 제왕적 기자가 쓰는 칼럼의 위력을 분쇄시키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미 그것은 이번 대선국면에서 극명하게 증명됐다.

이러한 쌍방향식 의사결정과정이야말로 인터넷이 다른 어떠한 통로를 능가하는 결정적인 장점이다. 인터넷을 통한 장관추천이라든지 정책제안 등에 대해 종이보수언론들은 포퓰리즘인 것으로 매도하고 있으나 인터넷의 쌍방향성과 이를 통한 자체정화능력에 대한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이제 언론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김대중 편집인의 퇴장은 그러한 변화의 극점에서 드러난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독자를 무시하고, 독자에게 판단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된 판단 자체를 투영하며, 일방적으로 교훈을 주고 선도하려는 보수종이언론의 자세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가령 조선일보가 새로운 인터넷 매체를 창간한다 하더라도 이와같은 쌍방향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종이언론이 맞이했던 실패를 반복하고 말 것이 분명하다. 끝난 것은 종이언론의 시대가 아니라 일방적 주입식 오만 언론의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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