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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보수언론의 인수위 흔들기, 관료의 언론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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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보수언론의 인수위 흔들기, 관료의 언론플레이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66> “노무현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은 지난해 당선 직후 경쟁하다시피 방영된 이른바 “노 당선자에게 바란다”식의 방송보도에 실소를 금치 못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에서부터 나이드신 분들에 이르기까지, 또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총출동돼 “노 당선자가 이러이러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방영된 이 프로그램들은 물론 변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컸던 것인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비어천가(盧飛御天歌)’식 시각에서 방영된 이 프로그램들은 또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해 씁쓰레한 느낌을 금치 못한 사람들도 많았으리라 믿는다. 왜냐하면 절대로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 그리고 병폐를 척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니, 만병통치약이기는커녕, 노무현 정권 앞에 놓여 있는 뿌리 깊은 우리 사회의 수구기득권층의 능력을 감안하면 제대로 치유 가능한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해야 더 옳을 듯 싶다. 그동안 김대중 정권을 붕괴시키다시피 하면서 쌓아올린 자신감을 바탕으로 ‘어디 할 테면 해봐라’는 마음을 가슴 깊숙히 숨기고 있는 것이 오히려 현실인 상황이다. 수구기득권층의 숫자는 얼마되지 않지만 뿌리깊은 특권의식과 엘리티즘,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가능케 하는 재벌-관료-법조-언론 등 사회 망(網)적 차원의 권력과 금력으로 무장된, 그야말로 극복돼야만 할 대상이면서도 실제로는 지극히 극복하기 어려운 집단들이다.

이제 김대중 정권을 인수하기 위해 출범한 정권 인수위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이와 같은 만병통치약적인 시각이 다시 튀어나오고 있고, 이에 발맞춰 관료조직과 재벌인맥, 그리고 보수언론들의 인수위 흔들기가 시작되고 있다. 정말 우려스런 일이다. 인수위는 문자 그대로 노무현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정권을 제대로 꾸려가기 위해 전 정권으로부터 업무를 인수인계받은 조직에 불과하다. 노무현식 개혁은 취임 이후부터 시작되는 것이지 인수위가 떠맡을 일은 아닌 것이다.

관료조직의 충성경쟁과 인수위 인사들의 무경험이 어우러져 마치 확정된 정책마냥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각종 아이디어들은 기존의 관료조직이 다음 정권에게 채택해 달라고 요청하는, 말하자면 ‘소원수리’적 성격을 띠고 있다. 물론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인사들이 다음 정권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러한 소원수리가 타당하다고 생각되면 실제 정책으로 채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음 정권에서 논의되고 여론수렴을 거친 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들인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법적인 뒷받침도 따라야 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의 상황에서는 엄청난 저항이 예상되는 사안들도 많이 있다.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이 정권초기의 의욕으로 넘쳐나는 것이야 나무랄 일이 아니겠으나 스스로 명심해야 하는 명제는 결코 자신들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벌써부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보수언론들의 교묘한 사이벌리기 식 행태들이다. 예컨대 재벌이 개혁돼야 한다는 명제야 국민 누구나 납득하는 일이겠지만 이것이 합리적인 절차와 법적인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실을 조만간 실현될 일일 것처럼 교묘하게 포장해 재벌들의 경각심을 촉구(?)하는가 하면, 수술돼야 할 관료조직들의 반발감 역시 정도 이상으로 과대포장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또한 수구기득권층의 한 축을 이루는 일부 관료조직에서는 노골적으로 인수위의 개혁적 사고가 현실을 모르는 일인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권력을 잡고 과거처럼 나라를 통치해 나가려면 자신들의 협력이 불가결한 것처럼 은근한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일들은 일부 수구언론을 통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심지어는 인수위 인사들끼리도, 개혁핵심세력들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고 싸움질을 하는 것처럼 충동질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것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숨죽이고 있던 수구기득권층의 ‘견제 잽’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와 그를 보좌하고 있는 개혁핵심세력들은 자신들이 정말로 투명한 절차와 국민적인 공감대 속에서 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수구기득권층의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들의 힘은 작지가 않다. 오히려 빈약한 것은 개혁주체세력이다. 개혁주체세력에게는 이제 국민들의 지지로 배출된 노무현 당선자와, 그를 지지했던 개혁과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들만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필자가 당장에 기대하고 있는 것은 두가지이다. 수구기득권세력을 가능케 했던 밀실성 인사와 정책형성의 독점권을 폐지하려는 방침이 그것이다. 인터넷이나 팩스 등을 통해 장관을 추천받겠다는 것은 결국 인사통로의 개방을 의미한다. 과거처럼 끼리끼리 나눠먹기 식의 밀실인사와 정실인사를 배제하는 것이야말로 개혁을 위한 첫단추적 의미를 지닌다. 더욱이 이런 추천을 바탕으로 공개화된 인사검증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이것이 관행화되면 권력이 국민들에게도 돌아가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 또한 정책시안도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장단점에 대한 의견은 물론 개선점에 대한 각종 제안까지 수렴하겠다는 생각도 역시 마찬가지 의미를 갖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학연과 혈연, 그리고 지연으로 결합된 수구기득권세력의 반개혁적이고도 교묘한 모든 저항을 이겨내고 진정한 개혁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절차의 투명성과 이를 통해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끌어내는 길 이외에 어떠한 편법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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