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북의 회답 기다리고 있다"

백악관 "공은 북한쪽으로 넘어갔다"

미 부시행정부는 8일(현지시간) '미국의 대북대화 용의'를 표명한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공동성명문이 북한측에 전달됐다면서 현재 북측 답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 TCOG 공동성명이 북한측에 전달됐다고 확인하고 미국측 입장이 제시된 만큼 "우리는 그들(북한)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TCOG 공동성명이 북한측에 어떻게 전달됐는지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그들이 전문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아직 우리가 제시한 입장에 대한 북한측 반응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그들은 전형적으로 그들의 정책을 정리해 반응을 보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측도 이날 미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관한 생각을 표명했으므로 이제는 북한이 반응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제 대화 추구가 북한에 달려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미국과 함께 들어간 합의의 일부인 약속을 일방적으로 저버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공이 북한쪽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미국은 동맹국들과 협력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조치를 취해 국제의무를 준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리고 미국은 이 문제에 관한 생각을 표명했다. 공은 이제 북한쪽 코트에 있고 이제는 그들이 대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그러나 플라이셔 대변인은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우리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것을 일관되게 말해왔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약속한 의무를 다시 준수하는 방법에 관해 북한과 대화할 용의는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6-7일 워싱턴에서 열린 TCOG 회의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의무를 어떻게 이행하여야 할 지에 관해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기존의 의무를 준수하는 데 대해 미국이 대가를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유엔주재 북한 외교관은 8일 북한은 핵개발과 관련한 미국의 대화 제의에 회답할 것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고 일본의 교도통신이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외교관은 북한은 미국의 대화제의에 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회답시기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 등 미국언론은 부시행정부의 이번 대북대화 용의 표명은 한국 등의 설득을 받아들여 북한과의 대화에 동의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은 이제까지 북한이 핵계획을 먼저 포기해야 북미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TCOG 성명을 통해 북한 핵계획 포기와 관련, 북미대화를 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미국, 핵무기 관련 북한과 대화용의로 선회' 제하의 8일자 기사에서 부시행정부의 이같은 입장 변화를 '갑작스런 선회(abrupt shift)'로 표현하면서 이는 "북한측의 핵무기 개발 재개에 대해 일관된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부시행정부는 지난 48시간동안 여러 방면에서 (한반도사태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그 사례로 부시 대통령은 지난 6일 각료회담에서 북핵 사태의 평화적 해결의지를 반복해서 강조했으며 북핵문제의 안보리 상정도 일단 연기한 점 등을 꼽았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한 관리는 "우리는 이제 대화쪽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하면서 대북 대화 용의 표명은 미국의 정책변화라기보다는 강조점이 바뀐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부시행정부의 안보관리들이 북한과의 대화는 우라늄농축 및 영변핵시설 재가동 등 2가지 핵계획의 동결 및 궁극적 폐기에만 한정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미국의 대화 제의가 나온 만큼 북한측의 반응이 주목된다면서 한 외교관의 말을 인용, 이달 중순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장관급 회담이 북한측의 반응을 알 수 있는 첫번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번 TCOG 성명과 관련된 내용을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 호주, 캐나다 등의 워싱턴 주재 외교관들에게 브리핑했으며 이들 중 한 외교관은 이번 성명 발표를 "매우 긍정적인 사태발전"으로 평가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