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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개혁은 포퓰리즘이 아니다"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64> 보수세력의 의도적 오해

노무현식 개혁의 얼개가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 이를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이 장롱 속에서 꺼내 먼지를 턴 뒤 다시 단골로 써먹고 있는 용어가 바로 포퓰리즘이다. 대중영합주의란 번역으로 포장되고 있는 포퓰리즘이란 말이 노무현 정권을 공격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라고 이들은 믿는 모양이지만, 필자는 그것이 어처구니 없는 무식의 발로이거나 아니면 의도된 거짓말이라고 판단한다.

포퓰리즘이란 무엇인가. 말뜻 그대로만 해석한다면 국민 다수의 지지만이 정권획득의 기반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포퓰리즘은 불가피하다.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노무현식 개혁을 포퓰리즘으로 몰아부치고 있는 한나라당의 당직자도 총선 국면에 가면 유권자 인기에 영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어느 누구도 문자 그대로의 포퓰리즘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없는 것이다. 독자의 자발적인(?) 구독에 의지하는 언론 역시 다소 차원은 다르지만 논조나 기사내용이란 측면에서 포퓰리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이 지적하는 포퓰리즘의 폐해는 말하자면 포퓰리즘의 연원이 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포퓰리즘 자체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이 될 터이니 우리 정치와 경제에 관련된 대목만 지적한다면 포퓰리즘이 안고 있는 폐해는 두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제도나 정당의 매개를 불신하고 직접 대중에 호소하는 방식의 포퓰리즘이 갖는 폐해가 될 것이며, 다른 하나는 노조 등의 조직화를 통한 대중동원을 바탕으로, 경제현실을 무시한 계량적 평등주의에 입각한 사회복지정책의 강행 정도가 될 것이다.

과연 노무현식 개혁이 벌써부터 이와 같은 포퓰리즘의 폐해란 측면에서 비판받을 만한 것인가. 그런 걱정이 정말 나라의 장래를 위해 유효한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노무현식 개혁은 무엇보다도 절차의 중요성을 우선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인터넷을 통해 장관감을 추천받고, 동시에 사회전반의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는 인사정책도 결국은 밀실에서 권력자와, 그를 둘러싼 기득권세력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전횡됐던 과거의 인재선발시스템을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돌려놓으려는 노력일 뿐이다.

인위적으로 정계개편을 하지 않고 야당 수뇌부와도 정례적인 회동을 통해 정책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선언이나, 청와대 비서진을 정무와 정책으로 분리하겠다는 발상, 이 모든 것은 절차를 중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이 선별적으로나마 계승하지 않을 수 없는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은 또한 노조와의 충돌을 불가피하게 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노조는 차라리 민주노동당을 지지했으면 했지, 노무현 정권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복지정책도 결코 노조를 지지기반으로 끌어들일 수는 없을 것이 분명하다. 페론적인 포퓰리즘은 애당초 노무현 정권에게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속-증여세의 포괄주의 도입방침도 부(富)의 부당한 세습을 통해 부도덕한 전횡을 일삼는 재벌개혁의 한 방편일뿐, 대중에 영합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노무현식 개혁의 대부분은 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결국 국회에서 결판이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어도 현재 정치구도로서는 한나라당이 노무현식 개혁의 포퓰리즘을 경계할 필요도 없다. 다수정당인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이러한 개혁은 물건너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노무현식 개혁이 의미를 갖는 것은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의 집권초반기에 해당하는 2004년 봄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노무현식 개혁의 관철 여부가 총선의 이슈가 될 것은 분명하며, 총선에서 노무현 정당이 승리할 경우 임기중 대부분의 개혁은 실현가능한 것으로 바뀔 것이다.

노무현식 개혁은 정치는 물론 경제와 사회 전반의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 구습을 타파하고 비로소 정당한 절차에 따른 문자 그대로의 민주주의로 진입하기 위한 시도다. 이것은 수구기득권층인 입장에서 보면 독점적인 권리의 박탈인 것이다.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이 포퓰리즘을 이슈로 내세우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이 부정적인 의미에서 포퓰리즘을 운위하는 것은 다수의 국민을 천민 취급하면서 독점적으로 누려왔던 지위와 권리의 박탈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의 발로다.

보수정당이나 보수언론이 진정으로 노무현정권에 대해 감시해야 하는 것은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의 내용물이 아니라, 과연 선언한 대로 정당한 절차를 밟아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또한 개혁에 걸맞는 인사들을 기용해서 일을 제대로 해나가는 것인가 하는 점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개혁 자체를 기득권 박탈로 이해하고 두려워할수록 국민의 시선은 그들로부터 떨어져 나갈 것이 너무도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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