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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개혁의 성패, 재벌개혁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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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개혁의 성패, 재벌개혁에 달렸다"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63> 개혁의 동력은 네티즌

요즘 신문을 보면 정권 인수위 기사로 넘쳐난다. 오죽하면 노무현 당선자가 “아침에 신문을 보면 인수위가 모든 것을 뜯어고치는 것처럼 비춰져 나 자신이 혼란스러운데 국민은 얼마나 혼란하겠느냐”고 걱정했을 정도라고 한다. 사실 김대중 정권은 끝물인 만큼 다음 5년을 책임질 정권의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인수위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인수위 기사경쟁에 나서고 있는 언론들 가운데 특히 보수언론들의 관심이 노무현 정권의 재벌정책에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재벌개혁은 김영삼 정권 때부터 김대중 정권에 이르기까지 집권초기면 뭔가 이뤄질듯하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흐지부지되곤 했던 우리 사회 최대의 현안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정치개혁에 정신 팔려 있지만 사실 노무현 정권 초기의 성패를 가늠하는 열쇠는 경제문제의 해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정치를 개혁하고 세대를 교체하자고 하는 욕구의 이면에는 보다 합리적인 기제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체제, 이에 기반한 보다 풍요로운 삶에 대한 욕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할 경우 정치개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노무현 집권 초기 경제문제 해결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역시 재벌개혁이다. 재벌개혁이 왜 중요한가. 복잡한 경제관계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미국 월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적인 경제전문통신사 블룸버그의 인터넷 판에 실린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주니어의 칼럼 “한국 경제의 흥망, 대선에 달렸다”는 글을 인용해 보겠다.

페섹 주니어 선생은 대통령선거일보다 사흘전인 지난해 12월 16일 상하이발로 쓴 이 글에서 “한국인들이 한국의 경제가 계속 번영하기를 원한다면 그 적임자는 노무현 후보”라고 단언하면서 “노 후보는 1997년 한국 경제파탄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음험한 재벌에 대해 보다 엄격한 규제강화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또 “재벌의 과도한 사업확장과 한국산업에 대한 철옹성같은 지배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고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손상시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말은 거꾸로 말해 재벌개혁 없이는 한국경제의 계속적인 번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언명에 다름 아니다. 외국 투자가들도 한국경제의 걸림돌인 것으로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는 재벌이란 대체 무엇인가. 한마디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서울대 조동성 교수(경영학)가 정의한 것을 소개해 보자. 그는 미국의 경영관련 백과사전인 IEBM(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Business & Management)으로부터 재벌의 개념을 정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고 한다.

“재벌이란 여러 산업으로 크게 다각화돼 있는 한국의 주요 기업집단에 대해 경영권을 가진 특정 개인이나 그 가족을 말한다. 그리고 재벌기업과 재벌그룹은 재벌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기업과 그 집단을 지칭한다”

재벌은 영어로도 Chaebol이다. 어원으로만 얘기한다면 2차대전 전 일본의 자이바츠(財閥)이지만 알다시피 일본의 재벌은 패전과 함께 해체의 길을 걸었다. 이제 재벌은 영문자로도 Chaebol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오직 한국에만 있는 족벌적 기업형태이다. 우리 경제의 부흥을 위해 한때 개발독재의 필요성도 있었던 것처럼 재벌도 우리 경제에 기여한 바는 많지만 이제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재벌의 문제점은 하도 많이 언급된 만큼 더 이상 부연할 필요도 없지만 연세대 홍훈 교수의 말을 빌어 설명한다면 “(재벌의) 근본적인 오류는 한국기업인들이 기업을 자신과 동일시한다는 데 있다”. 즉 혈연에 의존해 경영체제를 구축한다든지, 기업을 반드시 자신의 분신인 자식(혹은 친인척)에게 승계시킨다든지, 회사돈과 개인돈을 혼동하는 것 등도 모두 여기서 파생하는 현상들이다.

이 글의 목적이 재벌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이나 방법론에 대한 것이 아닌 만큼 이 정도로 해두자. 일단 새 정권은 재벌개혁에 커다란 무게를 두고 있다. 요즘 보수언론이 최대 관심을 두고 보도하고 있는 내용들만 봐도 그러한 의지는 명백해 보인다. 예컨대 재벌들의 편법적인 증여 혹은 상속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 보유 내역 공포 방침이라든지, 상호출자 혹은 보증, 거래내역의 공개방침이라든지 하는 것들도 모두 재벌개혁의 세부적인 내용들이다.

노무현 정권의 이러한 재벌개혁 의지가 앞으로 퇴색하지만 않는다면 일정한 성과가 예상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이러한 개혁의지가 퇴색하지 않을까 하는 점으로 관점은 압축된다. 왜 과거 정권은 왜 재벌개혁에 실패했던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두가지다. 첫째는 재벌 개인에게 집중된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로비였으며, 둘째는 이러한 개혁의지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여론조성수단의 부재였다.

재벌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연과 학연을 총동원하고, 광고를 통해 지배하는 보수언론들을 통한 반대여론의 조성 등을 통해 재벌개혁은 경제불안을 야기시킨다는 잘못된 신화를 유포해 왔으며, 또한 정권에 대해서도 설비투자의 축소, 기업의 해외이전 등 공갈을 서슴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재벌개혁은 결국 국민여론이 가장 중요한 추동력인데도 불구하고, 여론조성의 중요한 통로(과거에는 유일무이한 통로)인 언론에 대해 광고물량의 조절 등을 수단으로 일정하게 통제해 왔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종이신문이나 방송매체가 더 이상 무소불위의 여론전달수단일 수 없는 시대로의 도래가 바로 그것이다. 인터넷의 의사 전달은 광고로부터 독립돼 있고, 아직까지 인터넷 매체들은 재벌광고와 무관하다. 무엇보다 네티즌들의 개혁의지는 수없이 작고 많은 게시판이란 수단을 통해 확산되고 집약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재벌개혁의지는 바로 이러한 힘이 뒷받침될 때 지속 가능하다.

인터넷이란 의사전달통로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아직까지 보수언론이나 재벌들이 확실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한 여론의 조성과, 네티즌 촛불시위에서 보듯이 필요할 경우 여론조성이 행동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 등은 노무현 정권의 재벌개혁에 청신호다. 노무현 정권은 역대 어느 정권도 성공하지 못했던 재벌개혁을 이와 같은 네티즌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뤄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전망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사는 인터넷 칼럼니스트는 그래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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