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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개혁 못한다”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62> 핵분열 불가피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고 있지 못하지만 이번 대통령선거 패배에 가장 커다란 충격을 받은 쪽은 누가 뭐래도 한나라당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4년11개월간 앞서다가 마지막 1개월을 못 버텨 선거에 졌다고 하는 말까지 나왔을까. 물론 이러한 언명은 본질적으로 틀린 얘기지만 적어도 한나라당이 받은 충격에 대한 역설적인 표현으로는 적절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이회창 한나라당 전 대통령후보도 정계은퇴선언을 하면서 “(한나라당이 앞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어떻게든 변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하지만 과연 한나라당의 환골탈태는 가능한 얘기인가.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필자는 현재의 한나라당으로서는 불가능한 노릇이라고 단언한다. 왜 그런가.

한나라당은 누구나 알다시피 의원수가 150명이 넘는 거대정당이다. 과반수를 훨씬 넘긴 거대야당이다. 이념적으로는 극좌에서 극우에 이르기까지, 개혁적인 성향의 의원에서부터 전형적인 수구기득권적 의원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은 넓기만 하다. 이와 같은 거대야당이 어떻게 가능했던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정권 재탈환이란 커다란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간다면, 이는 ‘이회창 대세론’으로 포장된, 정권 재탈환에 대한 높은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이와 같은 거대 야당을 결합시켰던 구심력이 완벽하게 사라졌다. 한나라당의 분열은 피할 수 없는 필연과도 같다. 남은 문제는 어떤 형태로, 어떤 시점에 분열할 것인가 하는 것으로 압축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개혁론이란 바로 이와 같은 필연에 역행하려는 몸부림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만 얘기한다면, 한나라당도 주류를 교체하고 세대를 교체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걸맞는 모습을 보일 수만 있다면, 분열없이 환골탈태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다. 개혁이란 시대적 과제에 대한 대응 자체도 오히려 재집권에 성공한 민주당에서 먼저 일어난 것도 그것을 웅변해주는 사례다.

내부적으로 개혁을 달성하기에는 한나라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영남 민정계 인사들 자체가 바로 개혁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모순이 최대의 걸림돌이다. 민주당 역시 큰 테두리 내에서는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도 그런대로 큰 탈없이 주역의 교체 내지는 세대의 교체가 가능한 것은 당정분리 원칙을 천명하면서도 개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노무현 당선자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러한 구심점이 없다. 구심력이 없으면 원심력이 작용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원심력은 개혁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영남 민정계 기득권 세력의 전면적인 기득권 포기선언이 없는 한 더욱 가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도 하다. 말이 좋아 기득권 포기 선언이지, 차기 총선에서의 도태를 전제로 하는 기득권 포기 선언이란 정치인으로서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은 너무나 분명하다.

한나라당이 그런대로 내부를 추스리기 위해서는 ‘건강한 보수’라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다. 노무현 당선자의 정책 가운데 재벌 및 금융, 노동정책에 개혁적인 요소가 많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김대중 정권의 정책을 계승할 것이 분명하고, 무엇보다도 집권한 입장에서 중도좌파적인 입지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노무현 당선자도 좌우의 이념과는 별개인 개혁이란 캐치 프레이즈를 유지하되, 이념적으로는 중도우파적인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건강한 보수란 바로 중도우파에 가장 가깝다. 결국은 건강한 보수란 이념 자체도 민주당에 선점당하는 형국이 될 것이 뻔하다.

정치적인 환경도 별로 좋지 않다. 야당은 탄압을 받아야 단결한다. 5년전 정권을 잃은 한나라당이 바로 그 살아있는 예다. 소수정권으로 출발한 김대중 정권의 의원 빼내오기, 그리고 선거국면의 총풍ㆍ세풍 등에 대한 의혹 수사는 곧바로 야당탄압으로 비쳤고, 선거에 패배한 당시 이회창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칠 수 있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노무현 당선자와 민주당은 의원 빼내오기를 않겠다고 선언했을 뿐 아니라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책임론을 내세우면서 국정의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단결시킬 외부적 요인도 사라진 셈이다.

한나라당이 어떤 식으로든 핵분열되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은 또한 총선이 그리 먼 일이 아니라는 정치일정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적으로 볼 때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개혁적인 인물을 공천할 경우 대선 득표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충청-강원권에서도 한나라당이 딱부러지게 유리한 요소는 없다. 무엇보다도 부산-경남의 지각변동은 상상을 초월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노무현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해 1년여 국정을 운영한 시점에서 치러지는 총선에서 부산-경남의 노무현 당선자 평균 득표율인 30%는 의미가 없는 숫자가 돼 버릴 공산이 높다.

총선에서 그런대로 버텨보기 위해 인적 청산과 세대교체를 가장 필요로 하는 쪽은 한나라당이지만, 영남 민정계가 중심인 한나라당으로서는 그것이 불가능한 도전이 될 수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핵분열이 하나의 필연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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