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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특사’ 김대중 대통령이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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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특사’ 김대중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60> 續 “DJ는 다시 평양을 방문해야 한다”

***1. 말썽꾸러기 동생(spoiled brother) 북한**

북한은 적인가, 동반자인가. 북핵 위기와 관련해 북한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쟁을 겪은 세대, 혹은 그 영향권 안에 있는 세대들의 눈에 북한은 위험한 장난을 하는 집단 쯤으로 보일 소지도 없지 않다. 과연 북한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북한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세우는 일이야말로 북한 핵위기 해법을 마련해야 할 정부에게는 물론이고, 결국에는 필요한 국민적 합의를 위해서도 무엇보다 선결돼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군축이 선행되지 않는 한, 북한 군부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확고부동한 장악력에 일말이라도 회의가 존재하는 한, 휴전선을 가운데 두고 남북으로 압도적인 재래식 군사력이 집중돼 있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북한의 현실적인 위협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물론 북쪽에서도 마찬가지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화 측면에서 앞서 있는 남한의 군사력에 대해서는 북한도 위협을 느낄 수 있다.

최소한 군부에 대한 장악력과 안정성 면에서는 1인독재국가인 북한과 민주주의 국가인 남한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1인독재체제에서 안정성과 장악력이 더 큰 것으로 보이지만 한순간에 붕괴될 개연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앞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지금까지처럼 북한 집권층의 남침 의도보다는 오히려 북한 체제의 안정성과 더 깊은 연관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마저 부인해서는 안되며 언제나 극한의 상황에 대한 대비는 있어야 한다. 없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일이지만,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불의의 상황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난다면 미리 대비하는 것이 그같은 비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북한을 전쟁의 상대로 규정해서는 아무런 일도 되지 않는다. 햇볕정책이 계승돼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 내부의 변혁은 그들의 일이겠지만,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변혁 자체의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의 개선에는 우리가 필요하다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미국과의 극한 대립으로 가는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을 중요하다.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북미간의 대립에 개입하는 것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기도 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경우 미국의 입장에서는 국지전이지만, 그로 인한 파급은 한반도의 전면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 여기서 미국도 북한도 아닌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핵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당위가 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결론은 분명해진다. 우리에게 북한은 말썽꾸러기 망나니 동생일 수밖에 없다.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고 분탕질을 치는 동생이 막가파로 가지 않도록 현명한 형으로서의 역할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다. 북한에게 핵포기를 설득하고, 미국에게도 극한적인 대응없이 핵위기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은 말썽꾸러기 동생을 둔 현명한 형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되는 것이다.

***2. 북핵 특사 ‘김대중 대통령’이 해야 할 일**

말썽꾸러기 동생을 설득하는 최적의 인물로 김대중 대통령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얘기는 이미 했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내용으로 북한을 설득해야 하는가. 작금의 북핵 위기 해결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점에서 역시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중 방북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북한의 설득은 솔직히 정치적인 짐이기도 하다. 잘 되면 더할 나위없이 좋지만 성과가 없을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된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을 이룩함으로써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김대중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긍정적인 성과가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도 있다. 여러가지를 고려하면 역시 노무현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 전에 고리를 풀어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임기중 방북이 성사돼야 한다.

김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서 해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우선 순위는 역시 핵개발 포기가 될 것이다. 이미 한국주도로 진행중인 경수로 건설사업의 지속이라든지, 미국을 설득해 중유공급을 재개한다든지 등의 협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북미간에 핵위기를 일괄타결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는 데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증대시킨다는 의미에서 대사급에 준하는 남북한 대표부의 설치 등의 합의를 끌어낼 수도 있겠다. 언제든지 단절 가능한 핫라인보다는 역시 남북 대표부가 운영되면 서로간 불가측의 상황이 도래했을 때 위험을 상당부분 줄이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합의가 도출되면 이는 또한 북미간의 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휴전선 부근에 집중된 군사력의 후방 배치라든지, 무엇보다도 중요한 군축에 관한 논의 등도 있어야 할 것이다. 군축은 우리 내부의 보수적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이 상호 군사력을 일정 수준으로 감축하게 되면, 한반도의 전쟁가능성은 줄어들 것이고, 그것은 북한에 대한 지원을 퍼주기로 인식하는 이들에게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군축으로 인해 절약되는 예산을 평화예산으로 편성해 북한을 지원할 수도 있다. 군축을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군축감시위원회가 생기면 남북한의 군부들간에 접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러한 남북 군부간의 접촉강화는 곧 긴장완화에 청신호가 될 수도 있다.

구체적인 대안은 정책담당자들의 몫이므로 더 이상의 아이디어 차원의 얘기는 접겠다. 김대중 대통령이 재방북해 북핵위기를 해결한다면, 아니 해결의 단서를 마련하기라도 한다면, 김대중 대통령 개인으로서는 여러가지 영욕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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