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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시대의 정치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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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시대의 정치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56> 민주당부터 시작해야

***1. 개혁은 이제 시작일 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탄생에 민주당이 기여한 바는 아주 작다. 불행하지만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만일 대통령 선거전이 당세(黨勢)와 당세의 대결이었다면 한나라당이 승리했어야만 했다.

당의 조직이나 탄력, 그리고 결집도 면에서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교도 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대세론이란 강력한 아교로 당을 결합시켜, 그야말로 민주당을 압도하는 힘으로 선거를 밀어부쳤었다. 민주당은 산지사방 분열된 상태에서 정당조직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마비된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노무현 당선자가 승리한 것은 오로지 20대와 30대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지지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정말 희한한 일이게도 노사모란 팬클럽 조직이라든지, 국참과도 같은 일종의 외곽조직이 기여한 바가 더 크다.

노무현 당선자의 유세에는 한나라당과 달리 당차원에서 동원된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노사모를 중심으로 한 자발적인 청중들이 주류를 이뤘다. 민주당은 선거일정을 조직하고, 유세차량을 배분하고, 후보를 동반할 의원들을 배정한 것 말고는 크게 기여한 바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원내 소수당인 민주당이 당선자의 캐릭터와 달리 개혁을 밀어부칠 수 있는 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노 당선자의 취임 초기에 그리 좋은 환경이 될 수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국민들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 있었던 것과 유사한 방법의 의원 빼내오기식 정계개편을 지지할 리가 없다.

국민 지지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정치공학적인 면에서도 한나라당 의원 빼내기를 시도한다면 오히려 한나라당의 단결을 부추길 뿐이다. 한나라당도 이회창 전 대통령후보의 정계은퇴선언에서 밝혔다시피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개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섣불리 정계개편을 시도한다면 정치의 물결이 거꾸로 흐를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일한 방법은 무엇인가. 불가능한 상황처럼 비쳤던 정치환경 속에서 노무현 당선자를 출현시킨 국민의 힘만이 정치 개혁을 추동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시민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은 마침내 노무현 당선자를 배출했지만, 이러한 열망은 이제야말로 구체적인 정치환경 속에서 정치를 바꿀 수 있는 힘으로 전환돼야만 하는 것이다.

국민의 열망이 정치주체를 바꾼 적은 있지만, 일단 선거가 끝나면 언제나 그러한 바탕이 됐던 진정한 힘인 국민들은 배제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국민이 변화와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를 배출함으로써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의무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구체적인 힘으로 그러한 변화와 개혁의 견인차로 부상해야만 한다.

이런 측면에서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해왔던 여러 조직들은 이제야말로 노무현이란 정치인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새로운 시민운동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통령의 이름을 빌린 사조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당위다. 하지만 그러한 힘 자체가 단순히 노무현이란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변화와 개혁을 담당할 정치주체로 노무현을 선택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노무현 당선자는 정부조직의 수장으로서 나라를 운영해 나갈 것이다. 당연히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 이제는 정치인과 관계없이 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한 국민운동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 정치개혁은 이제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2. 개혁은 민주당에서부터 시작돼야**

국민의 힘이 개혁을 추동할 때 기존 정치권도 이에 호응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패러다임에 매몰돼 있어서야 다음 총선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민주당도, 한나라당도 개혁을 위한 내부적인 진통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한 진통의 바탕에는 강렬한 국민의 열망이 깔려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한 열망은 이제 단순히 개혁을 뒷받침하는 수준을 넘어 개혁을 이끄는 주체가 될 것이므로 정치권이 이에 호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 외면을 받는 정치인이란 은퇴나 도태 외에 달리 길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구체적으로는 민주당이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만 한다. 왜 그런가. 비록 민주당이 노무현 당선자의 배출에 미미한 역할밖에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노무현 당선자의 바탕이 되는 당이요, 개혁적 대통령을 배출한 당으로서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민주당내 다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정치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은 존재한다. 이들이 중심이 돼서 당을 환골탈태시켜야만 한다.

노무현 당선자가 한나라당을 환골탈태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가능하다. 소속당의 환골탈태를 요구한다고 뭐랄 사람은 없다. 당정분리라고는 하지만 대통령이 소속당의 환골탈태를 주문할 수는 있다. 거기에 호응할 세력도 있다. 국민들의 지지도 있다. 어려운 점은 없다. 굳이 어려운 요소를 꼽는다면 민주당내 기득권을 누리면서 노무현 당선자에게 사사건건 걸림돌이 됐다가 당선된 이후부터는 노무현 당선자의 바로 뒤쪽에 서지 못해 안달하는 기회주의자들 뿐이다.

민주당이 개혁적 인사들을 전면에 포진시키고, 구정치인들을 2선으로 후퇴시킨다면 그것이 미칠 파급력은 정치권 전반의 구도를 변동시킬 정도로 클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의 개혁은 곧바로 한나라당이나 기타 정당의 변동을 촉발할 것이란 얘기다. 한나라당 역시 당내개혁없이는 차기(엄격히 얘기하면 아직 노무현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한 것은 아니므로 차차기)에 대한 희망은 물론이요, 2004년 총선에서도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개혁이 정치권을 어떤 모양으로 재편시킬지 지금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치개혁이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민주당으로부터 시작돼야만 한다는 것은 역사적 당위다. 노무현 당선자의 출현이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힘으로 이뤄낸 역사발전의 당위였다면 개혁 역시 민주당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런 논리다. 낡은 정치의 패러다임에 입각한 사고를 버리고 민주당 스스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일 것을 강력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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