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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선전과 네가티브는 독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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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선전과 네가티브는 독약”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52>

선거전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한나라당의 미디어선거운동을 담당했던 사람들은 분명히 문책을 받아야 한다. 왜 그런가. 이들은 시종일관 상대방 후보를 흠집내고, 작은 것을 크게 과장시켜 국민들을 현혹케 하는, 그야말로 흑색선전에 가까운 선거운동전략을 채택한 ‘주범(主犯)’이기 때문이다.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하면 수도권의 집값이 폭락하고 경제가 무너진다는 식의 공격전술은 그야말로 네가티브 선거전의 백미로 꼽힐 만하다. 이런 전술전략은 쇼킹하고 자극적이란 점에서 즉각적인 효과는 있으나 조금만 이성을 갖고 차분히 생각해보면, 말도 되지 않는, 그야말로 억지 주장이란 점을 누구나 알 수 있다. 당장의 지지율을 조금 올릴지는 모르지만 3~4일만 지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제살 깎아먹기 전술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선거 결과 이회창 후보가 낙선한다면 민주당에 완패하다시피 한 미디어선거운동이 주요한 패인으로 지목될 것은 너무나 뻔해 보인다. 또한 이회창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이러한 네가티브적 선거운동 때문에 그가 막판까지 고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책임론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누가 봐도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은 시종일관 네가티브 일색이었다.

왜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진영의 미디어선거운동이 네가티브로 흐를 수밖에 없었는가. 우선은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처음부터 중반 이후까지, 심지어 사흘 앞둔 지금까지 계속 이회창 후보가 불리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흘동안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한번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이겨보지 못했다. 불리하면 수단방법을 가릴 판단력이 없어지는 모양이다.

두번째는 한나라당의 미디어선거운동 대책팀의 아날로그적 두뇌구조는 디지털 시대의 유권자 코드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나라당 주변의 이야기에 따르면 당초 이회창 후보는 젊은이들에게 TV광고제작이나 신문광고 문안작성을 맡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작품은 선거운동 최고사령탑으로 앉아 있는 고령의 당 수뇌부에 의해 거부됐다는 것이다. 도저히 이들의 사고방식으로는 바뀐 유권자 의식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이 지난 지방선거나 보궐선거에서 써먹었던 DJ정권심판론에 너무 매몰돼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사실 DJ정권 심판론은 두 선거에서 막대한 위력을 발휘해 한나라당이 압승하는 견인차가 돼긴 했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전에는 이것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사실 이번 선거전을 개괄한다면 정치적인 세력이나 인재 등의 역학관계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한나라당은 질래야 질 수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와 같은 전력상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전략전술이 잘못되면 패배로 귀결되는 역사적 사례는 무수하다. 한나라당은 그러한 길을 계속적으로 걸어왔다.

그것은 변화되고 있는 정치토양과, 혁명적인 탈바꿈하고 있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에 대한 인식 부족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한나라당은 유권자의 바뀐 욕구와 희망을 읽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이 전력상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전술적인 실패를 거듭하게 만든 원인이었고, 결국 선거전에 돌입해서도 처음부터 불리한 상태에서 싸움을 계속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어쩌면 한나라당에게 네가티브전은 선택이 아니라 강요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선거전은 길거리 유세가 위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무대가 됐다. 대통령선거전이라고 하는데 길거리에서 대규모 유세를 하는 것도 아니요, 최소한 대도시에서는 선거운동원들이 마이크를 들고 가가호호 돌면서 소리쳐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도 사라졌다. 앞으로도 미디어선거운동이 주류로 자리잡을 것은 확실하다.

미디어선거가 선거운동의 주류로 자리잡는 것은 바람직하다. 미디어선거란 차분히 사람들로 하여금 판단해서 선택하도록 도와주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지지를 얻는 정통적인 의미의 선거운동도 비로소 미디어전에서 빛을 발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흑색선전성 미디어선거운동은 당장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결국은 그러한 선거운동의 주체에게 독약이 될 것이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더도 덜도 없이 사흘 남았다. 오늘 저녁에는 마지막 TV토론이 벌어진다. 이유는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지만 막판 부동층이 오히려 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부동층이 늘게 되면 선거운동은 더욱 치열해진다.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유권자가 많을수록 선거전이 가열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흘간의 페어플레이가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후보가 당선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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