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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한국정치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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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한국정치의 모순"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51> 한나라당의 득실

***이인제 효과,행정수도 이전공방과 한나라당의 득실**

민주당을 기어코 탈당해 한나라당이 아닌 자민련이란 '제3의 길'을 택한 이인제 자민련 총재권한대행이 '개인 자격'으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 나섰다. 이인제 대행은 이회창 후보 지원유세에서 "급진 과격세력은 안된다"는 논리로 이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급진과격세력은 안된다는 논리는 사실 이 대행이 지난 민주당 국민경선 당시 써먹었던 색깔론이란 '낡은 칼'의 변형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인제 대행의 지원유세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었다고 한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충청권에서 계속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밀리고 있어 이인제 대행의 지원유세가 최소한 논산쪽 표심에는 조금이라도 플러스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는가 하면, 그렇게 해서 얻는 표보다는 다른데서 잃는 표가 더 많을 것이 분명한 이상 이인제 대행의 지원유세를 거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선거전이 막판을 향해 가고 있을 때는 누구나 그렇지만, 설사 과거 원수로 지냈던 사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지지해준다면 조금이라도 득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한나라당은 이인제 대행의 지원유세에 일단은 가타부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이인제 대행은 이 나라 구태 정치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집약돼 있는, 그래서 정치혐오증을 불러일으키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인제 대행은 지금부터 5년전 신한국당의 경선에서 바로 지금의 이회창후보에게 패배했고, 이회창 후보가 당시 불어닥친 아들 병역비리 의혹 때문에 지지도가 추락하자 경선에 불복해 출마했던 정치인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볼 때 그렇게도 동네북을 공격하고 있는 김대중 정권 탄생의 1등공신이 바로 이인제 대행이다. 그런 이인제 대행이 다시 민주당의 국민경선에 불복해 탈당한 뒤 5년전의 숙적이었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위한 지원유세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과연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지는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원칙도 상식도 없이, 오로지 승리만이 최고의 선이 되고 있는 한국의 모순적 정치현실을 극명하게 표출하고 있는 살아있는 사례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이인제 대행이다. 이런 한국정치의 모순마저 한나라당으로서는 마다할 수 없는 것이 정치현실이라고 생각하면, 이것이야말로 타파돼야할 낡은 정치가 아니냐는 생각이다.

설령 한나라당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이인제 대행의 효과가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더 높은 실정이다. 그를 김대중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여기고 있는 영남의 부동층이 이인제 대행의 이회창 후보진영 가세로 말미암아 방향선회를 할 가능성도 사실 적지는 않은 편이다.

한나라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오로지 집권해야 한다"는 집권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흔적은 이 뿐만 아니다.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공방을 보면 그러한 한나라당의 집권지상주의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회창 후보는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지만 지방분권을 이미 공약한 바 있다. 지방화시대와 관련된 이회창 후보의 공약은 "서울만 잘 살고, 서울만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온 시대 – 누가 바꿀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인구의 절반이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습니다. 국가 부의 2분의 1이 서울에 몰려 있습니다. 주요 기업, 기관 대학들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지방이 먼저 발전하고 지방경제가 되살아나야 이런 지역적 불균형에서 하루 빨리 탈피할 수 있습니다. 지방발전을 위한 제도적이고 국가적 차원의 정책이 지속적으로 뒷받침 될 때 우리 지방도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이러한 설명 끝에 이회창 후보는 지방화를 위해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공기업, 정부산하단체 등의 지방이전을 통한 분산발전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공약과 큰 차이없는 중앙부처의 지방이전 공약을 내세웠던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해서는 오로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내건 공약이기 때문에 "서울의 집값을 폭락시키고 수도권 사람들의 경제를 파탄낼" 공약인 것으로 매도하고 있다. 전형적으로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란 사고방식이다. 이 모든 것은 집권만이 살길이란 집권지상주의가 판단을 흐리게 한 결과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비단 이인제 대행만이 아니라 거대야당 한나라당 역시 낡은 정치의 구습이 쌓아올린 우리 정치의 모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의 장점을 선전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약점을 까발리는 것이 더 잘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낡은 정치의 유산이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그러한 구습에서 한발짝도 못 나아가고 있다. 하루 빨리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가 자리잡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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