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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공방의 주범은 한나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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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공방의 주범은 한나라당이다”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50> 행정수도 이전 공방에 부쳐

한나라당은 이 나라의 원내 다수당이다. 과거 여소야대였던 13대 시절과는 또 다른 것이 그때는 여당 하나에 야당 세개의 야당 다수체제였지만, 지금은 양당체제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요, 원내 제1당이다. 물론 요즘 잘 나가는 걸로 보면 한나라당이 집권당보다 더한 위세를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 야당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감이 있기는 하다.

원내 다수당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선거전에서도 기호 1번을 받는 것이요, 국회의장도 한나라당 몫이고, 이번 대통령선거전에 대한 국고지원금에서도 제일 많이 받은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전에 접어든 이후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면 겉만 원내 다수당이요, 이로 인한 권리만 누릴 뿐 그러한 위상에 걸맞는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과거 위세가 형편없었던 야당시절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는 선거운동마다 상대방을 물고 들어가는 네가티브전이다. 오늘(13일)자 일부조간의 한나라당 신문광고도 “불안한 후보, 위험한 서울”이란 순도 100%짜리 네가티브다. 거대정당의 권도나 체신머리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선거를 1주일도 채 남겨 두지 않은 시점인데도 지지도면에서 좀처럼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추월하지 못하고 뒤쫓기만 하는 형세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긴 하지만, 원내 제1당으로서 당당함을 전혀 보이주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나라당이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걸고 넘어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네가티브적이고 수세(守勢)적 선거운동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한나라당은 즉각적인 효과를 노려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단히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측면에 대한 공격이 거의 전부다. 즉 행정수도가 이전하면 서울의 집값 땅값은 대폭락해서 모두가 망한다, 수도권 경제는 파탄이다—대략 이런 식이다.

서울 옮기면 서울사람 다 망한다는 식의 공격논리는 대단히 자극적이고 (만일 통하기만 한다면) 그 효과가 즉각적이란 점에서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선거전 막판, 다급하고 시간이 없는 한나라당이 채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방향은 옳지도 않고 우선 맞지가 않다. 행정수도 이전은 안보제일주의의 한나라당에 더 맞는 주장일 수도 있는데, 오로지 상대방이 내놓은 공약이기 때문에 트집잡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게다가 서울 등 수도권 사람과 충청도 사람간의 이간질을 통해 유권자가 더 많은 수도권 정서를 이용해먹겠다는 못된 지역주의적 노림수도 들어 있어 도덕적으로도 올바른 공격논리가 아니다. 행정수도 이전은 한나라당의 뿌리인 민정당, 그 군사정권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생전에 추진하다가 돌연한 서거로 중단된 사업이다.

사실 그 이후 집권세력이 내놓았던 모든 수도권 인구분산정책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따라서 어떤 정당이든 집권을 노린다면 집권후 한번쯤 검토하겠다고 내세울 만한 공약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전인구의 절반과 부의 3분의 2가량이 집중된 수도권의 분산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행정수도 이전이 필요하다는 검토도 있었다고 한다. 상대방에서 그런 공약을 내놓았으면, 우리는 그런 공약에 문제가 있으니 유사한 다른 공약을 내세운다 하면 그뿐이다.

행정수도 이전이란 설사 실현된다 하더라도 몇 년 이상 걸리는 대역사다. 자신들이 집권하면 안하면 그뿐인 공약을 놓고 오로지 표를 끌어당기기 위해 수도권이 몽땅 망한다는 식의 얼토당토않은 흑색선전성 주장을 원내 다수당이 내놓아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며, 그렇게 수도권과 충청권을 이간질시켜서 과연 얻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선거전에 접어든 이후 한나라당은 네가티브에 전력투구를 했다. 오히려 민주당이 포지티브적인 선거운동에 주력했다. 다음을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한나라당**

▷ 부패정권 2세가 또 정권을 넘보는 나라?
이회창이 약속합니다. 부패 정권을 반드시 청산하겠습니다. 가장 깨끗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11/28)

▷ 의약분업 실패, 교실붕괴, 주택대란, 도-감청 불안, 공적자금 탕진, 가계부채 급증, 국민연금 고갈...
나라를 산산조각낸 부패 무능정권에게 이 나라를 다시 맡겨야 합니까? (11/29)

▷ 부패정권의 계승자, 누구입니까? (12/04)

▷ 땅 투기하는 ‘서민’ 대통령 후보 보셨습니까? (12/05)

▷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속으시겠습니까? 부패정권 2세와 특혜재벌 2세의 나눠먹기는 제2의 DJP야합입니다. (12/06)

<한나라당 광고>***민주당**
▷ 희망을 보여주기에도 바쁩니다. 저 낡은 폭로극, 철새들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습니다 (12/02)

▷ 한나라당 후보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자숙하시기 바랍니다 (12/03)

▷ 영국국민들은 IMF를 부른 노동당에게 18년간 정권을 주지 않았습니다. 미국국민들은 경제공황을 가져온 공화당에게 20년간 정권을 주지 않았습니다. IMF를 부른 정당에게 다시 이 나라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낡은 정치세력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12/03)

▷ 남자는 배짱 하나로 산다고 외치던 김성현씨,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12/04)

▷ 네, 한나라당 후보는 낡은 20세기와 계속 상대하십시오. 노무현은 21세기와 상대하겠습니다. (12/06)

<민주당 광고>

후보도 불안하고 서울도 위험하고 집값 폭락한다는 식의 네가티브적이고 선동적인 접근방식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선거는 아직도 1주일 정도 남아 있다. 정치에서 1주일은 너무도 길다. 게다가 지금처럼 격변하는 분위기 속에서 1주일이란 망망대해같은 세월이기도 하다. 당장 좋다고 극약을 쓸 수는 없는 일. 유권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차분히 생각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표떨어지는 것이 네가티브 공세다.

그럴 수 없다, 역전을 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이렇게 한나라당이 생각한다면, 그것도 그들의 자유일 것이나, 최소한 서로가 서로를 무차별로 비난하는 진흙탕선거의 원인제공자가 한나라당이란 사실은 국민들이 분명하게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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