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미풍(美風)은 역풍(逆風)”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미풍(美風)은 역풍(逆風)”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49> 한국 대선과 미국

미사일적재 北선박 나포를 통해 본 한국대통령선거와 미국의 역할

한국 대통령선거철이 되면 한반도 주변의 이해당사국들은 어떻게서든지 영향을 끼쳐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성향의 대통령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자기들 국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 이상 그런 생각을 갖는다는 것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 이해당사국들의 바람은 동북아의 가장 강력한 패주(覇主) 미국 때문에 언감생심 바람으로만 그쳤어야 했다. 한국 대선에는 오로지 미국만이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물론 지구상에서 미국 말 안듣는 몇 안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북한도 역시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은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아닌 말로 지금이라도 북한이 휴전선에서 대포라도 몇방 쏴버리면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든 현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한국 정치에 대한 영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집권세력들과, 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언론 등을 이용하면 그야말로 막후에서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지금 그럴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은 누구라도 안다. 자연히 영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번 한국 대선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조짐을 표출해 왔었다. 부시 미 행정부는 대북포용정책을 기조로 하고 있는 김대중 정권을 탐탁치 않게 여겨왔으며, 당연히 다음 정권은 자기들 구미에 맞는 보수적 정권이 들어서기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영향력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국익에 관한 한 정부와 언론이 동심일체인 미국은 주요 언론의 사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화제가 됐던 미국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은 명백하게 미국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선호하고 있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미국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러한 전략은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가지겠는데, 때마침 미국의 무한궤도차량에 희생된 두 여중생에 대한 미국의 무죄평결로 일기 시작한 이른바 ‘반미 물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 반미(反美)란 말은 맞지 않다. '미국 바로 알기'라고 하는 말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우리는 한국전쟁에 희생한 미군에 대한 우리 국민의 고마움이란 정서, 또한 정서외적으로 강요돼온 친미주의적 풍조 때문에 미국을 고마워하는 정도를 넘어 미군의 범죄까지도 눈감아주는 것이 관례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미군에 관한 한 한국은 사실상 치외법권 지대였다.

따라서 미군의 범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평등한 한미 관계에 대한 국민적 자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미라는 용어보다 지미(知美), 즉 미국 바로 알기란 말이 더 적합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떻든 이와 같은 물결은 미국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선언을 간접적으로 함으로써 중간지대에 위치한 중립적 유권자들이 보수적인 후보로 쏠리도록 할 의도를 갖고 있었을 게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주창하면서 “눈도장 찍으러 미국에 갈 일은 없다”고 선언한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더 관심이 쏠리도록 한 결과를 빚었다.

여기에는 또한 우리 국민들의 정치의식을 얕본 미국의 오판도 작용을 한 것 같다. 명백하게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미국의 의도가 민족적 자존심으로 무장된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거꾸로 자극해 오히려 반발심을 불러일으킨 측면도 없지 않다.

미국이 예멘으로 향하는 미사일 적재선박을 나포한 것도 결국은 이처럼 미국의 의도가 연속적으로 좌절됨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강하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인공위성을 통해 이미 북한 선박이 11월 중순 남포항을 출발했을 때부터 추적하고 있었다.

이 선박이 태평양과 인도양을 지나 목적지인 예멘에 도착하기 직전, 우리 식으로 얘기한다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좀처럼 역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대선 1주일을 앞둔 이 시점에서 나포를 했다는 것은 절대로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미국의 의도는 별로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필자의 이러한 분석처럼, 누구나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러한 의도는 별로 약발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개입하려는 의지를 명백하게 보이면 보일수록, 오히려 미국이 도우려는 한국의 대통령 후보에게는 불리한 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