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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을 어찌할 것인가”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48> 노무현진영의 고민

***노무현 진영의 고민, "권영길을 어찌할 것인가"**

대통령선거가 이제 1주일 남았다. 선거 판세에 대한 구체적인 여론조사 보도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에도 불구하고, 주의 깊은 독자들이 종이신문들을 꼼꼼히 읽어보면 이들이 전하고 있는 기사 속에 현재의 판세를 어느 정도 밝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선거전이란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기 때문에 여론조사 등 과학적인 기법을 통해 드러나는 도중의 판세야말로 독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대목이다. 뭐라고 복잡하게 얘기할 필요 없이 어느 후보가 앞서고 있고 어느 후보가 어느 정도 차이로 뒤쫓아가느냐, 이것이 가장 궁금한 대목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종이신문들은 각기 고비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해 자체적으로 지지도 조사를 하고 있기도 하고, 다른 종이신문들의 조사결과도 입수한 상태에서 신문을 제작한다. 따라서 그러한 독자들의 욕구에 영합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이 알고 있는 판세에 대한 윤곽을 기사 속에 넣지 않을 도리가 없는 형편이기도 하다.

***1. 안개의 판세, 박빙의 싸움**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일단 현시점에서는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유리한 형세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한나라당에서도 언제나 “이제 우리가 역전시켰다”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종이신문들의 판세분석에 일단 공감이 간다. 역전시켰다는 주장은 그동안 밀렸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고 있으면 과연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이것은 정말 오리무중이다. 앞서고 있는 쪽에서는 많이 앞서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고, 뒤지는 쪽에서는 이제 역전시켰다고 주장할 것이다. 반대로 앞서고 있는 쪽에서는 많이 앞선다고 할 경우 여러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으니 일부러 조금 앞선다고 밝힐 수도 있다.

여론조사기관에 따라서도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A기관의 조사결과를 설사 입수했다 하더라도 이와 차이가 큰 B기관의 조사결과가 있다면 어느 것을 믿어야 하느냐는 문제에 봉착하기도 할 것이다.

부동층이 많이 늘고 있다는데, 도대체 그것이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렇게 해석하면 특정후보에 유리했다가, 다르게 해석하면 반대로 다른 후보에게 유리하기도 한 모순적 상황에 부딪치기도 한다.

여론조사의 응답률이 낮은 것도 조사결과의 신뢰도에 장애로 작용한다. 침묵하는 다수는 과연 누구를 밀고 있는가. 두껑을 열기 전까지 어느 누구도 대답하기 어려운 난제다. 게다가 그래서는 절대로 안되겠지만, 여전히 지역감정이라든지, 흑색선전 등에 의해 막판 판세가 좌우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현재 판세는 누구의 유불리를 떠나 박빙의 싸움이 되고 있다—이렇게 보는 것이 가장 편한 길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박빙의 형세를 가정하면 제3의 후보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우리 선거판세에서 제3의 후보는 당연히 민주노동당의 권영길후보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8%대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그래서 대통령 당선가능성이 전무한 상태인데도 대통령후보들간의 TV토론에도 끼어들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2. 권영길 후보 지지표의 정치학**

박빙의 싸움이 된다면 권영길 후보의 득표력이 막판의 주요한 변수로 등장할 개연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권영길 후보는 개혁과 수구로 나눠져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보수정당인 민주당이나 한나라당과는 차원이 다른 민주노동당의 후보다. 다만 개혁이란 점에서 민주당과 부분적으로 색깔을 공유하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의 지지계층이 다소 중복된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권영길후보가 노무현 후보의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며, 실제로 박빙의 싸움일 경우에는 그것이 승부를 좌우할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항간에서는 벌써 권영길 후보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얻었던 8%대 이상의 득표를 하면 이회창 후보가 당선된다, 5% 이하 득표를 하면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다—이런 식의 루머가 퍼지고 있다. 수치야 제멋대로이겠지만, 이러한 3자균형의 메커니즘만은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처음에는 노무현 후보 지지자와 권영길 후보 지지자간의 문제로 논쟁이 뜨거웠는데, 이제는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까지 가세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형세다. 일부 보수언론들이 권영길 후보의 약진을 크게 보도하면 여기에는 이회창 후보를 돕기 위한 음모가 개재돼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언론의 속성상 제3의 후보가 약진할 경우 이를 보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한나라당이 은근히 권영길 후보의 약진을 부추기고 있는 형세이고 보면(한나라당으로서는 당연한 전략이겠다) 그러한 음모론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몰아칠 수만은 없는 형편이기도 하다.

유권자 심리에는 또한 사표방지심리라는 것이 있다. 즉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절대로 당선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을 인지하면, 자신의 이상에는 좀 못미치더라도 당선가능한 차선의 대안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사표방지심리를 현실정치에 적용시키면,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기는 하지만, 절대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없으니, 차선이지만 그래도 개혁적인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다—이런 식이 될 것이다.

과연 권영길 지지표가 선거막판까지 결집할 것인지, 사표방지심리가 승리할 것인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번 대선의 향방에 중요한 변수인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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