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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와 '보이지 않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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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와 '보이지 않는 손'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47>

***촛불 시위와 '보이지 않는 손'**

공포는 무지로부터 나온다. 고래로부터의 진리가 이 나라 정치판에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

노풍(盧風)이 한창 불었던 지난 4월 당시 민주당 국민경선에 나섰던 이인제 의원은 "보이지 않는 손"이란 새로운 이론을 제기한 바 있었다. 노풍의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 조종을 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대통령선거를 불과 열흘 앞둔 지금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반미운동의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것도 이인제 의원의 논리와 맥락상에선 똑 같다. 반미운동은 곧 노무현 후보에게 유리하며, 그것을 조장하는 보이지 않는 배후세력이 있을 것이란 주장인 것이다.

보수정객들이 걸핏 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외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두뇌구조로는 변화하고 있는 표심과 젊은 층들의 열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그들 식으로 배후에 누군가가 있어 조종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간편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광화문 촛불시위 부근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하는 주장도 들리긴 하지만 정작 촛불시위의 주체인 시민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언젠가는 미군이 철수해야 할 것이지만 지금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철없이 반미를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도 반미로 몰아부치는 태도가 오히려 문제다. 그러한 문제적(?) 시각이 이 나라 기득권층의 오랜 시각이기도 했다.

기득권층이 볼 때 반미적 무드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좋을리는 없다. 정략으로 따질 일은 아니지만, 굳이 서청원 대표의 두뇌구조를 탐사하기 위해 정략차원에서 해부해 본다면 그렇다. 보수기득권층들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불안하다고 선전했던 몇가지 근거들 중 하나는 노 후보가 "미국에 눈도장 찍기 위해 방문하지는 않겠다"고 발언한 대목이었다.

한국의 안보에 미국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런 미국에 눈도장 찍으러 가지 않겠다는 대단히 자주적인(?) 발언을 할 수 있단 말인가—이것이 보수기득권자들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 미군의 무죄평결 때문에 일기 시작한 이러한 무드 때문에 미국 안가겠다고 한 노무현 후보의 발언이 비단 젊은층에게뿐 아니라 40대 이상의 연령층에게도 공감을 사게끔 돼 버렸다. 결국 한나라당으로서는 좋을리 없는 결과를 맞이해 버렸던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무드가 투표율이 낮은 20대에게 투표를 종용하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으로서는 좋아할 일이 될 수가 없는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해석일 뿐이다.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노무현 후보는 보수기득권층의 시각대로 여전히 미국에 적대적인(?) 인물로 찍혔을 것이고, 그것이 결코 선거전에 유리하게 작용했을리 없다.

사실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항의시위(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반미시위가 아니라 항의시위다)는 그 본질면에서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바람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 노풍에서 월드컵 열기로, 이어진 정풍(鄭風), 단일화바람이란 시각에서 봐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변화에 대한 열망과 개혁에 대한 희구의 또다른 표현일 뿐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집권을 하지 못하면 하지 못하는대로, 집권을 하면 집권한대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와 같은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일이 될 것으로 믿는다.

선거에 진다면 야당으로서 지리멸렬하지 않기 위해, 선거에 이겨 집권한다면 제대로 국가를 경영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이다. 서청원 대표 식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란 시각을 갖고 있다면 선거의 승패 여부와 관계없이 대단히 불행한 길로 직행할 것이란 점을 조언해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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