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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류의 위기의식과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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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류의 위기의식과 노무현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46>

한국의 주류(主流)들은 지금 위기의식에 쌓여 있다.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건이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란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류들은 대통령선거일을 열흘 앞둔 지금까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이 돼서도 안되고 될 수도 없으며 될 리도 없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한 신뢰가 어쩌면 무너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들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올초 이른바 노풍(盧風)이란 이름의 바람을 불러일으켰을 때도 동일한 위기의식에 빠진 적이 있으며, 노 후보에 대한 부당한 공격과 대접을 통해 그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세력들의 후원자 구실을 해 왔었다.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1. 위기의식의 근원**

한국의 주류는 학연과 지연, 혈연을 통해 구축된 막강한 기득권 집단이다. 심지어는 여와 야를 포괄하고 있기까지 하다. 정권과 같이 가든 반대편에 서 있든 학연 등의 카테고리적 범주에서는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는 운동권에서도 엘리트와 비엘리트간의 구분이 존재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그들은 학연이란 측면에서 보면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출신이란 카테고리 속에서 움직이는 그룹일 수도 있고, 정치적으로 보면 영남 보수층이란 카테고리 속에 들어갈 수도 있다. 그들은 기업집단를 움직이는 엘리트의 모습을 띠기도 하고, 정권의 부침과 관계없이 행정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파워엘리트란 양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때로는 여론을 독점하고 있는 보수언론이란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최소한 같은 연원적 범주를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의 정치성향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주류의 범주를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훌륭한 주류의 후보감이다. 경기고-서울법대란 학연은 물론이요, 훌륭한 가문, 막강한 경력 등 주류 가운데서도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던 사람이다.

한때 유력한 후보였던 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표도 주류중의 주류로 꼽힐 수 있다. 그야말로 현대의 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벌가 출신이며, 서울상대 졸업 등 학벌이나 다른 뭘로 보나 주류의 후보감으로 떨어지는 자질은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어떨까. 목포상고 출신의 김 대통령 역시 주류일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렇지는 않다. 김대통령은 민주화 투쟁의 역정 속에서 주류로 편입된 케이스다. 특히 김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여사는 전형적인 주류엘리트의 길을 걸어왔으며, 김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우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역기반면에서는 여전히 비주류였었다.

이런 면에서 노무현 후보는 전형적인 비주류다. 비록 그가 사법고시를 통해 일반적인 의미에서 주류로 편입됐다고 한다 치더라도 진짜 엘리트들이 보기에는 상고출신에 불과하며, 조금 나은 비주류일 뿐이다.

김 대통령 집권 5년동안 권력을 비주류에게 준 것도 수치스러운 일인데, 또다시 김 대통령에게도 못 미치는 비주류인 노무현 후보에게 또다시 5년간 권력을 내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이런 인식이 바로 주류들의 기본인식이었다. 노 후보의 집권이 만약 이뤄진다면 주류들에게는 김대중 정권의 출범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악스런 사건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봐야만 노 후보에게 가해진 주류의 부당한 대접을 이해할 수 있다.

***2. 변화와 개혁의 열망은 주류 교체선언**

한국의 주류는 그동안 사실상 이 나라를 좌지우지해 왔었다. 그러나 정치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고 있다. 인터넷의 광범위한 확산과 변화에 대한 열망의 확대 등이 정치토양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영향력 면에서 소수의 주류보다 다수의 비주류가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수의 주류가 결정해왔던 국가운영의 비전이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다는 비주류의 선언인 것이다.

이번 대선이 세대간 대결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큰 범주에서는 주류교체의 한 양상으로 해석 가능하다. 세대란 측면에서 볼 때 주류는 50대 이상이며, 20대와 30대는 비주류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이 이념간 대결로 흐른다면 그것도 결국은 주류교체의 진통일 뿐이다. 아직은 그런 조짐이 없지만,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주류들이 보수란 이념 아래 대동단결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렇다면 노 후보의 장인 전력 등 색깔론을 다시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 그런 주장을 펼치는 보수논객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결국은 주류들의 입지 상실을 피하려는, 포장된 계산일 뿐이다.

주류는 소수지만 비주류는 다수다. 하지만 소수는 파워가 있고 다수는 파워면에서 밀린다. 그래서 주류는 주류이고 비주류는 비주류인 것이다. 이같은 파워면의 우열은 지금까지는 유효했으나 이제는 그 균형이 거꾸로 변하고 있는 추세다. 비주류의 파워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올초부터 불기 시작한 이른바 '바람"의 측면에서도 증명 가능하다.

4월의 노풍(盧風)이나 그 이후의 월드컵 열기, 그것의 정치적 양태인 정풍(鄭風), 또한 단일화 바람(단풍-單風), 그리고 반미열풍 등의 본질은 동일하다. 그것은 변화와 개혁을 바라며, 기존의 주류를 교체하려는 비주류의 열망이 각기 처한 정치적 사회적 환경에 맞춰 그 모습을 달리했을 뿐이다.

***3. 노무현은 과연 불안한가?**

한국의 주류는 인식전환을 해야만 한다. 반성해야 한다. 아직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다. 따라서 최소한 그에 대한 지극히 부당한 시선만은 거둬야 한다.

비주류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을 두려워하거나 부정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를 내부 개혁과 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주류의 위기의식은 정말로, 어김없이 현실화하고 말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주류가 노무현 후보의 집권가능성에 불안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노 후보를 불안해 하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와 지속여부에 대해 불안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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