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의 예론(禮論)를 이야기하면서 한 가지 빠트려서는 안 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순자의 악론(樂論)이 그것입니다.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음악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예론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완전한 예’란 마치 훌륭한 음악과 마찬가지로 천지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순자’의 악론편(樂論篇)을 음악론으로만 읽는다면 순자의 음악에 대한 견해는 매우 편협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음악은 사람을 다스리는 데 탁월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하는 내용이 그렇습니다. 음악을 다른 것의 수단(手段)으로 삼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순자’의 악론편(樂論篇)은 음악에 관한 것이기보다는 예론(禮論)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순자가 음악을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즐겁고 감동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즐겁고 감동적인 예(禮), 나아가서 즐겁고 감동적인 법(法)을 구상하는 것이지요.
즐거움이 지나쳐서 그 도를 이탈하고 혼란하게 되는 것은 물론 경계해야 마땅하지만 예(禮)는 근본에 있어서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참으로 이례적인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순자의 예(禮)는 그처럼 유연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기억할 것입니다. 순자는 예론에서 예(禮)는 기르는 것(養)이라고 하였습니다. 순자의 예가 곧 법이 되는 것임은 이미 이야기했습니다. 따라서 순자는 법이란 무엇을 금지(禁止)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기르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의 잠재력을 길러내는 것이며 ‘법(法)’이란 글자 그대로 물(水)이 잘 흘러가도록(去)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순자의 악론편(樂論篇)은 대체로 묵자의 비악론(非樂論)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만 악론편의 핵심적인 내용은 ‘화순(和順)’입니다. 분계와 법과 규범과 제도라는 각박하고 비정한 것들을 음악으로 화순시키는 것입니다. 악론편을 좀 더 읽어보기로 하지요.
“무릇 음악은 사람의 감정에 파고듦이 깊고, 사람을 감화시키는 속도가 빠르다. 그러므로 선왕이 형식을 신중히 하신 것이다. 음악이 조화롭고 평온하면 백성이 화락하되 질탕한 데로 흐르지 아니하고, 음악이 엄숙하고 장중하면 백성이 정직하여 어지럽지 아니하다.”(夫聲樂之立人也深 其化人也速 故先王謹爲之文 樂中平 則民和而不流 樂肅莊 則民弟而不亂)
“음악이란 사람을 다스리는 가장 효과적인 것이다.”(故樂者 治人之盛者也)
“음악이란 천하를 고르게 하는 것이며, 화목하게 하는 것이며, 사람의 정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선왕이 음악을 만든 것이다.”(故樂者 天下之大齊也 中和之紀也 人情之所必不免也 : 악론편)
더 예시하지 않겠습니다만 순자가 악론을 전개한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순자는 법과 제도적 통제가 가져올 폐단을 경계하였던 것이지요. 나아가 사회의 질서가 타율적이고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공감과 동의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지요.
순자를 계승한 법가의 이론이 바로 이 점을 간과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가가 단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의 하나라고 하는 것이지요.
이 점과 관련하여 여러분은 상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선왕이 예의를 세워서 분별을 두는 이유는 물론 사회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순자가 강조하려고 하는 것은 그러한 소극적인 사회질서가 아닙니다.
예로서 사람의 욕구를 기르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되 욕망이 반드시 물질적인 것에 한정되거나 물(物)이 욕망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함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양자가 균형 있게 발전하도록 하여야 하며 이것이 예(禮)의 기원이라고 천명하고 있는 것이지요. 바로 이 부분의 의미를 결코 가볍게 읽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끝으로 순자가 열거하고 있는 난세의 징조를 소개함으로써 마치기로 하겠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만 하필이면 악론편에서 난세(亂世)의 여러 가지 징조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의 우리 현실과 비교해서 읽기 바랍니다.
“난세의 징조는 그 옷이 화려하고, 그 모양이 여자 같고, 그 풍속이 음란하고, 그 뜻이 이익을 쫓고, 그 행실이 잡스러우며, 그 음악이 거칠다. 그 문장이 간사하고 화려하며, 양생(養生)에 절도가 없으며, 죽은 이를 보내는 것이 각박하고, 예의를 천하게 여기고, 용맹을 귀하게 여긴다. 가난하면 도둑질을 하고, 부자가 되면 남을 해친다. 그러나 태평시대에는 이와 반대이다.”(亂世之徵 其服組 其容婦 其俗淫 其志利 其行雜 其聲樂險 其文章匿而采 其養生無度 其送死瘠墨 賤禮義而貴勇力 貧則爲盜 富則爲賊 治世反是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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