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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폭로비방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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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폭로비방전 중단하라"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44> “네가티브는 미친 짓”

***1. 선거전이 혼탁하다고?**

2주일 남은 대통령 선거전이 드디어 서로가 서로를 무차별로 '조지는' 네가티브 진흙탕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대저 싸움이란 시정잡배들의 몸싸움이나 나라의 권력을 따먹는 거대한 게임이나 그 본질은 똑 같은 것이어서 처음에는 나름대로 예의와 절도를 지키는 듯하다가도 세불리하면 얼굴 붉히고 멱살잡이로 나아가게 돼 있다.

서로 미세한 싸움이면 판세가 미세해서 서로를 '씹게' 돼 있고, 차이가 조금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그 차이를 좁히려는 조급한 마음이 이성의 눈을 가리게 돼 있다. 특히 대통령선거전은 거대한 광기와 광기가 부딪치는 제로섬게임의 특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어 더욱 그렇다.

선거전이 중반을 넘어서면 어느 정도 판세가 드러나기 때문에 결국은 비방전으로 가게 돼 있다. 지금 서로간 상대방에게 "겨가 묻었다, X이 묻었다"며 폭로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이들이 유독 나빠서도 아니요, 이들이 유독 더티해서도 아니다. 특히나 역대 어느 대통령선거보다 "내가 지면 몽땅 죽는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이런 판에서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물론 이런 판국이 되면 언제부터 도덕군자였는지는 모르지만 인위적인 균형감각을 내세우며 서로를 헐뜯는 정당이나 후보들을 도맷금으로 매도하는 언론들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틀린 자세다. 지극히 불공평하다. 불편부당한 언론이라면 왜 이런 비방전이 시작됐는지 그 이유를 따져보는 게 순서다. 그러나 그 이유를 따지게 되면 어느 한쪽이 잘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누군가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그게 두려우니 전매특허로 동원하는게 바로 양비론(兩非論)이다. 그래서는 안된다. 시시비비는 가려야만 한다.

***2. 방향 잘못 잡은 한나라당**

선거전이 네가티브하게 된 책임의 대부분은 한나라당에 있다. 한나라당은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자마자 이른바 도청 폭로로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물론 한나라당이 이러한 폭로전으로 선거전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있다.

공식선거운동 들어가기 직전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단일화 일격에 휘청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지지율면에서 뒤진 상태였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직전이란 단일화 시점도 아주 묘하기 짝이 없었다. 단일화 효과로 단숨에 지지도 역전을 이룬 민주당은 최대의 효과를 얻은 채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했던 것이다.

6~9% 뒤지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특단의 수단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도청 폭로였다. 그러나 이 폭로는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국정원에 대한 공세가 곧바로 노무현 후보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효과를 얻기는커녕 오히려 부산-경남에서 노무현 바람이 부는 현상만 빚었다.

본격적인 네가티브 공세는 아마도 이래서 시작되지 않았는가 분석된다. 김대중정권에 대해 믿거나 말거나 식의 폭로를 하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김대중정권의 계승자라고 하는 것은 한단계 더 거치는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 기왕에 더티플레이를 하는 것이라면 노무현 후보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이 더 낫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누가 더러운 짓을 했다더라" 해놓고 보면 어느새 선거는 끝나 있었던 것이 과거 풍속이기도 했다.

***3.왜 한나라당의 폭로전술은 정당하지 못한가**

폭로전술은 야당의 전매특허였다. 폭로전술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야당에 관한 한 어느 정도 관대함을 보여왔다. 왜 그러했는가. 야당은 우리 정치현실에서 본질적으로 '약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약자가 아니다. 강자도 초강자다. 국회의 원내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인 것은 물론이요, 이 나라 기득권세력들이 총집결돼 있는 소(小) 권력집단이다. 결코 약자가 아니면서도 약자인 것처럼 폭로전술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비난 받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폭로전술로 나온다고 흘러간 옛노래를 틀고 있는 민주당도 문제지만, 시시비비를 따지자면, 세불리하다고 더티플레이를 먼저 선언한 한나라당이 잘못된 것이다. 즉각 폭로비방전을 중단해야 한다. 혹시라도 국민들이 "한나라당이 불리하니까 저렇게 죽기살기로 나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까 무섭다.

국민들이, 유권자들이 돌아가는 판세를 모른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정당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이들이 바로 유권자인지도 모른다. 정신차려야 한다.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상대당을 두려워하면 반드시 표로 심판을 받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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