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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 대선 주요변수 아니다"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42> 투표율ㆍPK 표심이 관건

오늘을 시작으로 모두 3번에 걸쳐 대통령 후보들이 TV토론을 펼친다. 정치ㆍ외교ㆍ통일(3일), 경제ㆍ과학(10일) 사회ㆍ문화ㆍ여성ㆍ언론(16일) 분야 등에 걸쳐 후보자들끼리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 토론에는 후보자들이 메모지 한 장도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돼 있어 순수한 '본신 내공'으로 벌이는 실력대결이 될 것이란 점도 관심이고, 무엇보다도 후보자들끼리 서로 질의 응답하고 반론, 재반론을 하는 방식이어서 아닌게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을 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TV토론으로 인해 지지했던 후보를 바꾼다거나, 지지할 생각이 없었던 후보를 선택한다든지 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란 게 필자 의견이다. 왜 그런가. 이번 선거는 몇가지 뚜렷한 특성을 보이고 있어 유권자 대부분이 지지후보를 결정했든가, 설사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찍지 않을 후보는 확실히 결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부동층마저도 심적으로는 찍을 후보 혹은 찍어서는 안될 후보를 결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TV토론은 오히려 지지후보를 결정한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결정이 옳았다는 정당성 확보 차원으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또한 사실상 지지후보를 결정했으면서도 이런저런 불만 때문에 확실한 지지표명을 못했던 부동층이 각기 그러한 불만을 해소할 기회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불안정성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던 유권자들은 TV토론을 통해 안정감을 보고 노무현 후보를 찍겠다고 결정할 수 있을 것이요, 반대로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회창 후보의 보수성에 불만을 갖고 있던 유권자들은 이번 TV토론을 통해 이회창 후보도 개혁성을 갖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이 후보를 찍어야겠다고 결심하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TV토론이 결정 변수가 아니라면 무엇이 이번 선거의 뚜렷한 특징인 것인가. 그러한 특징의 어떤 속성이 이미 선거판세를 결정하도록 만들었는가.

***1. 개혁과 수구세력의 대회전**

첫째는 이번 대통령 선거의 뚜렷한 특징으로 누구나 꼽고 있는 세대간 대결 양상 때문이다.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성향이 높은 20대와 30대, 그리고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성향이 높은 50대 연령층간의 대결양상은 올 초반부터 변하지 않는 구도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정치판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세대와, 반대로 급격한 변화를 반대하고 김대중 정권기간 중에 있었던 변화마저 과거로 되돌아가야만 사회가 안정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수구세대-수구란 말이 통상 부정적으로 사용되는데, 여기서는 옛것을 지킨다(守舊)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간의 대결이다.

물론 이런 구도라면 이회창 후보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20대와 30대 연령층은 유권자 가운데서 48%나 점하고 있는 반면 50대 이상 연령층은 3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적인 경쟁에서 그렇게 압도적으로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물론 노무현-정몽준으로 분리돼 있었을 때는 논외로 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는 유권자의 22%를 차지하는 40대 유권자들이 그래도 50대 유권자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40대는 근소하게나마 이회창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물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둘째는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50대 이상의 연령층에 비해서는 물론이고 40대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20대와 30대의 의식이 아무리 각성된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볼 때 40대 이상의 연령층보다는 훨씬 낮은 투표율을 보일 것으로 대부분 보고 있다.

TV토론이 위력을 발휘하는 연령대는 바로 40대다. 노무현 후보는 바로 40대를 겨냥해 안정감을 보이기 위해 애를 쓸 것이고, 이회창 후보도 바로 이 연령층, 특히 40대 초반을 겨냥해 자신이 그렇게 수구적인 인사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애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필자는 40대 역시 거의 내심으로는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지해야 할 후보는 정한 상태인 것으로 분석한다. 이들에게 TV토론은 실제적인 투표행위로 들어가게 만드는 명분일 뿐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번 대선에서 관건은 투표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선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는 TV토론도 아니요, 도청논란도 아니다. 투표율이다. 그것도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결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2. 부산-경남 표심은 어디로?**

투표율과 함께 이번 대선을 결정짓는 또하나의 결정적인 변수는 부산-경남의 표심이다.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부산-경남이 대선 승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꼽고 있다. 보통은 부산-경남에서 노무현 후보가 지지율 40%를 넘기면 상당히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고, 그렇지 못하면 이회창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다.

유권자 분포를 보면 그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전체 유권자는 3천5백만명 정도인데 수도권(서울ㆍ인천ㆍ경기)은 47%이며 부산-울산-경남이 16.5%로 그 뒤를 잇는다. 대구-경북은 11.1%이고 광주-전ㆍ남북은 11.2%이며 대전-충남ㆍ북은 9.9% 강원-제주는 4.4%이다.

지역별로 보면 이렇지만 원적별로 보면 호남과 영남이 우리나라 출신지역의 양대 주류다. 수도권도 따지고 보면 토박이보다는 영남과 호남에서 이주한 인구들이 대다수다. 따라서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노무현 후보가 영남에서(대구-경북까지 합쳐서) 30%정도만 득표를 해도 유리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나라당이 부산-경남 수성을 위해 비상을 건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여기서 밀리면 싸움을 해보나 마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투표율 전쟁은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쉽게 눈치챌 수 없으나 부산-경남의 표심을 얻기 위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싸움은 눈에 번연히 보인다. 남은 선거기간중 양당의 전력은 이곳에 집중배치될 것이 뻔하다. 선거전의 이슈도 "김대중 정권의 계승자 노무현"이라는 한나라당 구호와 "부산사람 부산사랑 노무현"이란 민주당 구호간에 한판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서로 먼길을 돌고 돌아 곡절 끝에 이곳까지 왔으나 정작 승부는 세대간의 투표율 대결과 부산-경남의 표심 획득 여부란 두 가지 요소에 따라 결정되는 싸움이 되고 말았다. 언뜻 허망해 보이기는 하지만 현재 한국 정치와 민심의 현주소가 이러한 두가지 요소 속에 극명히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양상을 빚는 것이지 전혀 우연한 결과는 아니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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