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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부르는 '어둠 속의 파란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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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부르는 '어둠 속의 파란 빛'

hari-hara의 '생물학 카페' <2> 북한 핵개발 통해 본 '방사능과 생명' 이야기

"북한이 비밀 핵무기개발 계획을 추진중이라는 사실을 미국측에 시인한 것으로 밝혀져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국이 급격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의 숀 매코맥 대변인은 북한의 핵개발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않겠다고 약속한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실질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16일 제임스 켈리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이달(10월)초 특사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측으로부터 핵무기 개발 계획을 계속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핵비확산협정(NPT)에도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미관계는 물론 북일관계, 남북관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안녕하세요, hari-hara입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재개했다는 폭탄 선언이 나오자마자 국내외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핵 개발 포기를 조건으로 하여 경제 원조를 해주겠다는 회유책과 핵사찰을 받지 않으면 각종 원조를 끊겠다는 강경책을 동시에 제안하며 북한이 진정 핵개발을 재개한 목적이 무엇인지, 아니 핵개발 재개를 스스로 자인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을 나름대로 유추해보곤 했지요.

1945년, 대륙의 거인 중국을 짓밟고 잠자는 사자 미국마저도 골탕먹인 일본을 한 순간에 두 손 들게 한 것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탄두 두 발임을 부인하진 못할 것입니다. 커다란 버섯구름이 사그라짐과 동시에 모든 것을 앗아간 핵탄두의 위력은 이후, 핵에 대한 엄청난 공포를 사람들에게 심어주었고 ‘핵폭탄=죽음’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사람들은 핵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지게 되었답니다. 그렇다면 정확히 핵은 얼마나 해로운 걸까요?

시작하기 전에 먼저 용어를 정리하고 들어가기로 하죠.
핵폭탄이 두려운 것은 방사선(放射線)과 방사능(放射能)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방사선과 방사능, 많이 들어보신 말이죠? 자, 기억을 더듬어 고등학교 화학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기억의 책장을 더듬어 동위원소(同位元素)란 단어를 끄집어 내기로 하지요.

물질의 기본을 구성하는 원자는 크게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지며, 원자핵은 다시 양자와 중성자가 짝을 이루어 구성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중에서 같은 원자인데 중성자의 개수가 한두개 더 많거나 적은 경우가 있는데, 이런 원자들을 동위원소라고 한답니다. 원래의 개수보다 적거나 많으면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들이 붕괴되면서 나오는 에너지가 바로 방사선이죠. 우리가 병원에서 찍는 X선도 방사선의 일종이랍니다. 방사능은 이런 방사선을 방출시키는 물질을 말하는 것으로 쉬운 예로 우라늄은 방사능 물질이며, 우라늄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방사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898년 최초로 베크렐이 우라늄을 발견함으로써 인류사에 첫 기록을 남겼던 방사능 물질은, 이후 저 유명한 퀴리 부처가 라듐과 플로늄을 발견하면서 더욱더 유명해졌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스스로 파란 빛을 내는 것이 특징인 이 방사선 물질들이 발견될 초기에는 이들의 위험성을 몰랐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무런 보호장구없이 방사능 물질들을 다루었답니다. 그래서 초기의 학자들은 방사능의 무서운 힘에 희생되기도 했지요(실제로 퀴리 부인과 그의 딸 이레느 퀴리 졸리오는 반복된 방사능 조사에 의한 백혈병으로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곧이어 이 물질들이 내는 파란빛은 저승을 밝히는 등불이라는 것을 안 학자들은 이들의 위험성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현재 방사능 물질들은 매우 엄중한 관리를 통해서 유통되고 관리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실험실에서 가끔씩 방사능 물질을 다루곤 하는데, 반드시 지정된 업체어서 지정된 양만을 구입해서 사용해야하며 다 쓴 뒤 용기는 반납해야 합니다. 게다가 방사능 물질 사용 구역에서만 사용해야 하며, 사용시에 실험자는 반드시 필름 배지(방사선 양을 측정할 수 있는 배지)를 착용하여 자신이 얼마나 방사선에 노출되는지를 체크하고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칩니다. 이런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한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방사능 물질이 인체에 해롭기 때문이지요. 재미있지만 끔찍한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1987년 브라질의 한 시골 보건소에서 아주 비싼 의료기기가 도난당했습니다. 곧 이 의료기는 암시장 고물상으로 넘어가 해체되어 팔려나갔는데, 고물상 주인은 의료기 안에서 어두운 곳에 놓아두면 파랗게 빛이 나는 예쁜 돌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를 신기하게 생각한 주인은 의료기는 고철로 팔아버리고 이 신기한 돌들은 친구와 친척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위장장애와 무기력에 시달리게 되었고, 급기야는 여러 사람들이 쓰러지게 되었습니다. 고물상 주인이 발견한 빛나는 파란돌은 세슘-137(cesium-137)이라는 방사선 동위원소였답니다.

결국 이 끔찍한 무지는 4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2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게 했으며, 반경 수십킬로의 땅이 폐쇄되는 등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1986년 4월 26일, 구소련 체르노빌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원자로를 식혀주는 냉각수 공급의 중단으로 달아오른 원자로가 폭발한 사건. 7천명의 사람들이 방사능과 관련되어 사망했으며, 20만명이 방사능 피해를 입고 살아가야 한다)와 함께 1980년대 최악의 방사능 유출 사고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방사능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생물체가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을 피폭이라고 합니다. 방사능은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물체의 DNA에 이상을 일으키고, 세포 내에 강력한 독성물질(H2O2등 과산화물)을 형성해 세포를 죽이게 됩니다. 일반 폭탄은 터질 때만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핵탄두는 터질 때도 강력한 섬광과 폭풍, 고열로 사람을 죽일 뿐 아니라, 주변을 방사능으로 오염시켜 지속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현재 방사능의 피폭이 세포에 이상을 일으켜 암, 백혈병, 골수종, 면역체계 이상, 탈모 등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진행되는 변화이기 때문에 소리없는 죽음과의 영접이라는 생각에 사람들을 더욱더 공포에 빠뜨리게 되죠.

현재 알려진 바로는 일반인의 평균 연간 방사선 피폭량은 240mrem 정도로 허용기준치(500-7500mrem)보다 훨씬 작은 양입니다. 허용기준치가 유동적인 것은 우리 몸에 유난히 방사능에 민감한 부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방사선은 DNA를 손상시켜 세포 분열체계를 교란시키기 때문에 세포 분열이 활발한 곳일수록 쉽게 치명타를 입게 되지요.

우리 몸에서 가장 활발하게 분열하는 곳이 어딜까요? 바로 생식세포와 골수 조직입니다. 따라서, 방사능을 쬐었을 때 유방암 등의 생식기 계통의 암이나, 재생불량성빈혈이나 백혈병같은 골수 이상이 늘어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고, 같은 이유로 유아 또는 태아에 대한 방사선 조사는 어른과는 달리 적은 양으로도 엄청난 이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성인에 비해서 더욱더 엄격하게 규제한답니다.

이렇게 방사능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우리 실생활에서 실질적 방사능의 위험도는 얼마나 될까요?

이런 방사능에 의한 생명의 위험도는 방사능 리스크라고 합니다. 방사능의 후유증으로 인한 개체의 가장 큰 문제는 암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방사선에 의한 암 유발은 여러가지 변수가 존재해 리스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가 없는 것이 문제랍니다. 즉, 방사능을 쬐면 의미있을 정도로 암 발생율이 증가하기는 하지만, 다른 원인으로 인해 일어나는 암과 구별할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현대인의 사망요인 중 약 17%가 암일 정도로 암은 가장 큰 사망요인 중의 하나이고, 그 중에서 어떤 암이 방사능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화학물질이나 유전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방사능 리스크를 조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생명에 관계된 일이기 때문에 함부로 실험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현재 있는 데이터들은 일본 원폭 피해 생존자와 방사선 치료로 인해 고선량의 방사능을 조사한 사람, 혹은 광산에서 사고로 라돈 등의 방사능 물질에 노출된 광부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측정한 것입니다.

이런 경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쐬는 방사능의 양보다 엄청나게 많은 양을 단시간에 쏘인 것이기 때문에 훨씬 더 극적이고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 일상에서는 이 정도의 양의 방사능을 쐴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아주 적은 용량의 방사능을 지속적으로 쏘일 경우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데이터는 그다지 많지 않답니다.

현재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nternatinal Commission on Radiological Protection: ICRP)는 치사암에 대하여 일반인은 방사선 단위당 5%, 작업자는 4%의 방사선 리스크를 부여해서 계산하여 그 위험도를 일반인에게 공개했답니다. 아래 표는 그 위험도를 나타낸 것인데, 실제로 핵탄두나 원전누출사고 같은 대규모의 방사능 피폭이 아니라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는 크지 않답니다. 하지만, 대규모 핵폭발이라면 이와는 상관없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아실테지요.

건강상의 리스크 평균수명손실
하루에 20개피 흡연 6년
과체중(15%) 2년
음주(미국 평균) 1년
모든 사고 207일
자연재해 7일
직업적 피폭(10mSv) 51일

직업종류 평균수명손실
모든 산업 60일
농업 320일
건설업 227일
광산 및 채석장 167일
제조업 40일
직업적 피폭(10mSv) 51일

자료 : NRC Draft guide DG-801
B.L. Cohen and I.S.Lee, "Catalogue of Risks Extended and Updates",
Health Physics, Vol. 61(1991)


사람들이 짐승과 달리 두발로 서게 된 것은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무엇인가를 창조해내는 능력을 부여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끔씩 머리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기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가끔씩 폭주하는 인간의 두 손이 스스로의 목을 조이는 우를 범할 때는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지요. 방사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방사능 물질 자체는 원래부터 지구에 존재하는 것이었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그저 오랜 세월 동안 잠자고 있던 방사능 물질들을 겉으로 끄집어내어 이용가능한 형태로 바꾸어 놓은 것 뿐. 이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물질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전적으로 인류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린 이미 여러 번의 시행 착오를 거쳤고, 처절한 대가도 치렀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이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핵은 더 이상 꿈의 에너지원도, 죽음의 물질도 아닙니다. 높은 에너지와 고위험을 갖춘 물질일 뿐. 인류는 이기적일 필요가 있겠죠. 이 물질의 에너지를 이용하면서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 인류의 두 손은 그것을 이루도록 만들어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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