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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는 민생파괴의 제도화, 위기의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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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는 민생파괴의 제도화, 위기의 일상화

[김민웅 칼럼]<74> 미국 자본주의 위기의 확산 시스템일 뿐

한미 FTA는 미국에 의한 한국경제 구조조정 기획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결론은 분명하다. 지금 위기를 겪고 있는 지구적 자본주의의 현실에서 약소국의 방어 장치를 치밀하게 해체하는 한미 FTA는 결코 안 된다.

당연하지 않은가? 한미 FTA는 미국 자본주의가 현재 겪고 있는 위기의 부담을 우리에게 일정하게 전가시킬 뿐이며, 일단 그 틀 안에 들어가면 이걸 막아낼 방법은 별로 없다.

미국 자신도 비틀거리고 있는 판에, 그런 상대의 구조적 위기요인이 마음대로 이 나라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 "투자자-국가 소송(Investor-state disment), 보다 정확히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disment는 dispute settlement의 합성어임)"이란 이름의 "자본에 의한 공익성 정책 파괴 전략체계"만 문제가 아닌 것이다.

협정의 내용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따지기 이전에, 가장 중요하게 주목해야 할 바는 무엇인가? 이 협정에 대한 미국의 기본 목적이다. 한미 FTA에는 단순한 관세 협상이 아니라, 시장의 운용방식을 미국에게 유리한 쪽으로 구조 조정하겠다는 데 그 의지가 실려 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이 협정타결에 나설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오바마 정부가 이 협정의 재협상을 관철한 까닭도 미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한국시장에서 해결하겠다고 했던 것 아닌가?

우리는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하겠다는 정도이지만, 미국은 한국 시장에 대한 미국의 지배질서를 구축하는 데 기본적인 목표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한미 FTA는 한국 경제에 대한 미국의 "구조조정 기획(SAP: Structural Adjustment Plan)"이다. 우리가 관련법을 적지 않게 고치게 되는 이유도 다 이 SAP의 요구에 의한 것이다.

공익 방어 체계 허물어

미국에 의해 구조조정 당하면서 얻게 되는 미국 시장 확대란 무슨 의미인가? 그건 앞으로 쬐금 벌고 뒤로 몽창 빠져나가는 격이다. 게다가 안에서는 아예 벌 수 있는 구조가 점차 사라져간다. 미국 금융자본의 지배가 보다 강화될 판이니, 우리의 선택지는 더더욱 소멸되어갈 것이다.

여기에다가, 공익성 정책은 자본의 이해 앞에서 제소 대상이 될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은 정책 자체가 "공정하고 비차별적"이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개념적용의 구체적인 기준과 내용도 설정하지 않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가?

"민영화(privatization)"라는 이름으로 "공적 영역을 사유화(privatization)"하려는 끊임없는 자본의 지배전략은 정책의 공익성 자체가 자신들에게 불공정하고 차별적이기 마련이다. 가령 민생을 위한 정부의 복지정책이 의료나 통신, 교통 등의 분야에서 자본의 이해와 충돌하게 되어 있는데, 무슨 기준으로 공정과 비차별을 결정하겠다는 말인가?

자본의 요구에 정부의 정책과 공익적 제도가 도전 받게 되는 것을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는커녕, 그런 도전과 위협을 도리어 가능하게 하는 통로를 개설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닌가? 그런 까닭에 한미 FTA는 민생파괴의 제도화이자, 위기의 일상화를 가져올 뿐이다.

한미 FTA 추진 세력, "전형적 먹튀" 아니겠는가?

ISD 또는 ISDS라고 불리는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내지 제소 장치를 비판하면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 운운하고, 이는 해외의 우리 사업도 보호하는 방식이라고 강변하고 있는데, 그건 그나마 우선 그 막대한 소송비용부터 제대로 감당할 수 있고, 분쟁 해결 전문 법률시스템을 우리가 갖추고 있을 때 해당하는 말이다.

이런 조건이 없으면 아예 시작도 못해보고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고, 정책을 만들 때 미국 자본의 눈치부터 먼저 보고 구상하게 되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도 미국 로비 업체에 맡기고 있는 정권이니 이 소송도 미국 법률회사를 고용할 작정인가?

지금 먼저 필요한 것은 투자자-국가 제소 장치가 아니라, 우리 경제와 공적 영역에 대해 지배전략을 구사하려는 자본에 대한 통제 시스템을 치밀하게 마련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기 국민들의 삶은 제대로 지킬 방도도 없이 온 국민을 호랑이 굴로 끌고 들어가려는 자들은 대체 누구인가?

자기들로서는 뭔가 덕을 보는 것이 있기는 있는 모양인데, 이건 전형적인 먹튀 수법이다. 나중 일은 나 몰라라, 하겠다는 것 아닌가?

여기서 멈추라. 아니면, 돌들이 소리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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