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간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제16대 한국대통령선거에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한국 대선에 대한 관심은 특별하다.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북일정상화교섭이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어 일본으로선 한국의 정치구도 변화가 가져올 향후 한일, 북일관계에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언론들은 또 이번 대선이 1971년 이후 처음으로 양강구도가 재연된 선거라는 점과 이회창ㆍ노무현 두 후보의 경력이나 정치스타일, 대북ㆍ대미관 등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일본 언론내에서도 이번 대선을 "'3김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선거"라며 '뿌리 깊은 지역대립의 전통을 극복할 한국정치의 성숙도를 꾀하는 호기'라고 보는 아사히신문이 있는 반면, "문제는 북한"이라며 '한국의 차기정권이 북한 김정일 정권에 대해 '같은 민족'이라는 대응을 계속할지, 아니면 핵개발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미일 등 국제사회와 같이 자세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산케이신문이 있다는 점이다.
아사히신문은 28일 '한국 대통령 선거-눈을 뗄 수 없다'는 사설에서 "(이번 대선으로 3김 시대가 물러나고) 이데올로기 대립이나 원한의 역사는 과거의 것이 된다"며 '대북정책ㆍ대미관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이회창, 노무현 두 후보의 접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아사히는 두 후보의 대북정책ㆍ대미정책에서 노 후보는 '대화와 화해' ''양국의 대등'을 중시하는 반면 이 후보는 '상호주의' '긴밀한 한미관계'를 강조한다고 평가했다.신문은 "양 후보 모두 일본에는 비교적 친숙하지 않다"며 "대일관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고 밝혔다.
아사히가 한국 정치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고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려고 노력한 반면 보수적인 산케이신문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국제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26일 '한국대통령선거, 북한정책에 주목하고 싶다'는 사설을 통해 "한국의 차기정권은 경우에 따라서는 앞으로 5년간 북한체제의 붕괴라는 사태를 만날지도 모른다"며 "한국이 앞으로 북한에 어떻게 대응할지 차기정권의 책임은 크다. 그런 의미에서도 대통령선거의 행방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신문은 "북한문제는 민족문제임과 동시에 국제문제"라며 "차기 대통령후보자들이 북한을 둘러싼 국제협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주목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 차기정권이 "미ㆍ일 등 국제사회와 같이 자세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은연중 대북강경책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아사히신문 28일자와 산케이신문 26일자 사설 전문이다.
***'한국 대통령 선거-눈을 뗄 수 없다'/아사히 28일자 사설 **
한국 대통령 선거가 공시됐다. 북한의 핵개발로 북미, 남북간 긴장이 높아지고 납치문제로 북일관계가 교착상태에 있는 가운데 실시되는 선거다.
12월 19일의 투표결과는 대북강경자세를 취하는 부시 정권하에서 삐걱거리는 한미관계나 김대중 정권 발족 후 극적 개선을 보인 한일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일본 국민에게 있어 특히 눈을 뗄 수 없는 선거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 노무현씨와 한나라당 이회창씨의 사실상 맞대결이다. 여야당 대결구도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시의 박정희 대통령에게 석패한 71년 이후 처음이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노씨는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 계승을 주장하고 핵개발 문제도 '대화와 화해'정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햇볕정책은 북한에 양보만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상호주의에 기초한 북한의 개혁, 개방을 촉구해야 한다고 제창했다. 핵문제에서는 "포기하지 않으면 경제지원을 중단하겠다"며 노씨보다 북한에 강경한 입장이다.
대미자세도 미묘하게 다르다. 이씨가 "긴밀한 한미관계의 유지와 강화"를 제창하는데 대해 노씨는 한미 협조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양국의 "대등"을 중시한다.
접전이 예상된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이사회가 투표 1주일 전 쯤 개최돼 북한에의 경수로제공을 동결할지도 모른다. 북한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선거의 행방에 관계될 것이다.
노씨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고졸 인권변호사'로 알려졌다. 서울대출신인 이씨는 대법원판사 등을 거쳐 총리를 역임한 바 있는 엘리트다. 5년 전 선거에서 김 대통령에게 패했다.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는 노씨와 '안정과 경험'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이씨. 경력뿐만 아니라 정치가로서의 기질이나 스타일도 대조적이다.
'3김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강렬한 개성으로 군림해왔던 김대중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자민련총재 세대가 뒷무대로 사라진다. 이데올로기 대립이나 원한의 역사는 과거의 것이 된다.
서로 지역색이 희미한 노, 이 양후보의 대결은 뿌리깊은 지역대립의 전통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정치의 성숙도를 꾀하는 호기라고도 할 수 있다.
노씨는 공시 직전 월드컵 성공으로 인한 지지율 상승으로 후보가 된 정몽준씨와의 단일화에 성공, 정책을 무시한 '야합'이라고 비판받았다. 이씨와의 본격적인 논쟁은 지금부터다. 양후보 모두 일본에는 비교적 친숙하지 않다. 대일관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
***'한국대통령선거, 북한정책에 주목하고 싶다'/산케이 26일자 사설**
한국의 대통령선거가 27일부터 공식 선거전으로 들어간다. 이번 선거로 5년 임기의 김대중 대통령은 퇴임하게 된다. 그 결과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씨로 상징되는 한국현대정치는 30년에 걸친 '3김 시대'의 막을 내린다.
차기 대통령 후보인 민주당 노무현씨와 한나라당 이회창씨도 대외적으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한국정치에 있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느끼게 한다.
한국정치는 1980년대 후반부터 평화적 정권교체가 정착됐다. 그동안 야당지도자로서 긴 세월 반정부투쟁을 전개해 왔던 김영삼, 김대중씨도 대통령이 됐고 여야의 정권교체도 커다란 혼란 없이 경험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정치는 안정돼 있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선거도 긴장감은 느낄 수 없다. 누가 되든 내외정책에서의 극단적 변화는 생각할 수 없다. 한국이라는 국가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경제지수로 말하면 이미 선진국이다. 국제적인 무게와 책임을 가진 국가의 지도자는 내외에 안도감을 주는 안정적 국정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
대일관계에서도 교과서문제나 야스쿠니신사 문제 등 피해자 의식에 빠진 '일본 때리기'시대는 이미 끝났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지도자로서 과거의 이미지로부터 벗어나 한국의 국제적 지위에 걸맞는 진정한 미래지향과 동반자 의식에 따른 일본관이 요구된다.
문제는 북한이다. 한국의 차기정권은 경우에 따라서는 앞으로 5년간 북한체제의 붕괴라는 사태를 만날지도 모른다. 혹은 북미관계의 추이에 따라서 상당히 심각한 군사적 긴장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이 앞으로 북한에 어떻게 대응할지 차기정권의 책임은 크다. 그런 의미에서도 대통령선거의 행방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차기정권이 북한의 김정일 정권에 대해 '같은 민족'이라는 대응을 계속할지, 아니면 핵개발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미일 등 국제사회와 같이 자세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북한문제는 민족문제임과 동시에 국제문제이다. 차기 대통령후보자들이 북한을 둘러싼 국제협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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