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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정몽준’, 正道를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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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정몽준’, 正道를 걸어라”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39> 개헌론 진통에 붙여

단일화 경쟁에서는 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표가 패했으나, 기실 '정치인'으로서 정몽준 대표의 출발점은 바로 이곳이다. 그가 단일화 경쟁에서 만일 이겼다면 '대통령 후보 정몽준'은 존재했을지 모르지만 '정치인 정몽준'은 존재불가능해졌을지도 모른다. 단일후보로서 본선에서 이긴다면 대통령이 되는 것이요, 진다면 아마도 정계에서는 은퇴하게 됐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인으로서 정몽준은 아이러니칼하게도 단일화 경쟁에서 패배하면서 비로소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몽준 대표는 승부에서는 좌절감을 맛보았으나 정치인으로서의 출발은 대단히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깨끗하게 승복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국민들에게 강렬하고도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긍정적 이미지는 대통령선거 이후에도 정치인으로서 독자생존하는 데 대단히 소중한 자산이다.

87년 대선 당시 단일화 압력에 승복하지 못하고 평민당을 창당해 나갔던 김대중 대통령은 그에 대한 업보로 다시 대통령이 되기 위해 10여년간 고심참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97년 대선국면에서 경선불복하고 신한국당을 뛰쳐나갔던 이인제 의원이 지금 어떤 정치적 처지에 놓여있는지를 보면, 승부에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부에 졌을 때 주변의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확연히 알 수 있는 일이라 하겠다.

정몽준 대표가 그러한 승복의 전통을 확립하는 첫 단추가 됐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행운이다. 지고도 좋은 이미지를 잃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차기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면 그것보다 더 큰 행운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의 승복선언은, 어디까지나 변화와 개혁 그리고 과거와는 다른 정치를 원하는 유권자의 열망에 부응하는 새로운 전통을 확립하는 데 첫걸음을 뗀 것일 뿐이다.

"이번에는 노무현에게 졌으니 할 수 없지만 다음에는 한번 나라를 맡겨볼 만한 인재"라는 식으로 국민의 신뢰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시종일관 언행일치가 돼야만 한다. 통상 정치인들은, 자기가 잘하는 행동은 국민들이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기가 잘못하는 행동은 국민들이 전혀 모를 것이라고 착각하는 잘못을 범한다. 국민들은 그 반대다. 잘하는 것에는 둔감하고 잘못하는 일에는 민감하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무서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통합21 내부에서는 여론조사를 잘못해 졌다는 둥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실제로 있다. 그런 마당에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 자리 수락에 미적미적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가 패배 속에서도 쌓아올린 좋은 이미지를 한순간에 잃는 우를 범하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정치적 이해에 관계없이 약속을 분명하게 지킨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기본 골격이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약속하라는 통합21측의 주장도 따지고 보면 참으로 허망한 주장이다. 이미 김대중 정권의 출범 전 약속이었던 내각제개헌이 어떤 식으로 불발됐는지 다들 알고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추진하겠다면 그것은 스스로 정도를 걷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신뢰와 지지를 획득하고, 그러한 지지를 바탕으로 자신이 쟁취해야 하는 것이지 노무현 후보측이 약속해준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은 너무나 분명하다. 국민들에게 약속을 구하지 않고 정치인들과 밀실협상이나 합의를 통해 뭔가를 쟁취해내겠다는 발상은 한여름밤의 허망한 꿈이요,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책공조 차원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라든지, 정ㆍ부통령제, 4년 중임제 등을 논의하는 것은 오히려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책임총리제'를 내걸었던 것도 대통령에게 집중된 과도한 권한이 갖는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어떤 식으로 개헌을 하든, 그것은 2004년 총선에서 민의의 심판을 거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논의의 물꼬를 터야 할 시점이다.

또한 설령 개헌이 된다 하더라도 그 적용은 2008년 선거나 돼서야 가능하다는 불가피한 시점상의 절차를 따져본다면 정말로 개헌을 하기 위한 실질적 논의의 출발점으로 이번 대선보다 더 좋은 장(場)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개헌논의는 권력을 나눠먹기 위한 협상이 아니다. 최소한 이번 개헌논의의 한 주체를 이룰 지금의 대통령후보들과는 무관한 2008년의 잔치에 대한 골격의 논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급하게 논의를 시작해야 할 현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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