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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단협, 정치권의 '자해공갈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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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후단협, 정치권의 '자해공갈단'인가”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38>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가 정치권의 ‘자해공갈단’이란 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오늘(27일) 조간신문을 펼쳐보니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 일 없다는 속담을 재삼재사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 이제는 자해공갈단 수준을 넘어 민주당만으로는 성이 차지 못해 한나라당까지 망치려드는 정치꾼들의 집합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아침부터 입맛 씁쓰레하게 그런 소문을 떠올리게 만든 기사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약칭 후단협의 공동회장을 맡았던 김원길 의원이 박상규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에 입당했다는 소식이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당으로 복당한 후단협 의원들이 자숙할 생각은 하지 않고 김종필-이한동씨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등의 켸켸묵은 주장들을 펼쳤다는 뉴스가 바로 그것이다.

후단협이 그동안 자해공갈단이란 비아냥까지 들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후보단일화를 추진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들은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맞대항하기 위해서는 노무현-정몽준 후보로 나뉘어져 있어서는 안된다는 논리까지는 그런 대로 수긍할 만한 했다. 문제는 후보단일화의 대상을 정몽준 통합21대표로 미리 정해놓고 자기 소속당에 칼질을 해댔기 때문에 자해공갈단이란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야합이란 비난 속에서도 후보단일화가 그런 대로 절차적 정당성을 얻었던 것은 두 정치인이 단일화하라는 여론의 명령에 따라 사즉생의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또한 결국 여론을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를 결정했고, 진 사람이 승복했던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여기에 후단협이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었고 그들로 인해 후보단일화가 방해를 받았을지언정 도움이 된 적은 없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사실 후보단일화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후단협이 결성된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일화 시험을 거친 노무현 후보로서는 관용과 포용 정책을 쓸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적어도 후단협에 관한 한 정의는 살아있지 못했다. 그런 틈새에서 후단협이 별 비난 받지 않고 복당하게 됐으니 감지덕지 입다물고 앞으로 선거기간동안 백의종군하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런 후단협 소속 의원들이 민주당에 복당하자마자 후보단일화가 마치 자기들 공(功)이기라도 한듯이 찧고 떠들고 까불면서, 한나라당에서마저 손잡기를 기피하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라든지, 여론조사에서 1% 수준에도 못미치는 지지율을 보이는 이한동 전 총리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식의 덜떨어진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사실 후보단일화만 하더라도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의 정체성이나 정책상의 이질성이 가장 커다란 문제로 지적됐었다. 다만 후보단일화란 국민여론에 순응한 것이고, 정책상의 조율을 위한 후속조치들이 계속 취해지고 있으니 그나마 명분을 유지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마당에 김종필-이한동씨와의 연대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며, 설혹 그런 연대의 결단을 내린다 하더라도 그것은 노무현-정몽준 두 컴비의 몫이지 최소한 이들이 그런 주장을 꺼낼 계제는 아닌 게 분명하다.

후단협의 이러한 몰염치성은 김원길 박상규 의원으로 가면 그아말로 점입가경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은 후보단일화로 인해 지지도가 급격하게 역전돼서 그런지 이들을 별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필자가 보기에는 전혀 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원길 의원은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가 부패정권이라고 외치는 김대중 정부에서, 그것도 한나라당이 가장 강력하게 비난하는 것 가운데 하나인 의약분업과 관련된 보건복지부 장관을 했던 사람이다. 또한 김원길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복심(腹心) 가운데 한사람으로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최측근 복심을 받아들인 한나라당이 김대중정권을 어떻게 부패정권이라고 떠들어댈 것인지 궁금하다. 부패정권의 주요한 책임자라도 한나라당에만 들어오면 면죄가 된다는 얘기인가. 또 어떻게 김대중 정부의 의약분업이 실패라고 비판할 수 있을지도 미상불 관심이다.

국민들은 1백50석에 육박하는 한나라당 의석이 결코 작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세 불리기도 좋지만 역시 과유불급이다. 김원길 의원의 보좌관들이 통음하면서 같이 못 가겠다고 했다면 그것이 결국 대다수의 여론인 셈이다. 한나라당에게 필요한 것은, 이회창 후보가 지지율을 올리는 데 필요한 것은 김원길 의원처럼 김대중 정권의 장관출신이 아니라 개혁성이다. 한나라당 내부의 개혁적인 인사들을 주변에 중용시키는 것이 그나마 더 효과적으로 반DJ성향의 청장년 표를 얻는 길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후단협 의원들은 '비상식'이 횡행하지 않을 수 없는 앞으로 22일간의 대통령선거기간을 활용해 이 나라의 주요한 두 정당인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동시에 국민들로부터 떼어놓겠다는 '원대한' 꿈을 실현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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