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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단일화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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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단일화는 이제 시작이다"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35>

천신만고 끝에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통합21 정몽준 후보간의 단일화 협상이 타결됐다. 필자는 쉽게 타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고, 실제로 몇번의 결렬 위기를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타결과정을 보면, 다 됐던 협상 막판 가서 정몽준 후보가 여론조사 설문과 관련해 애초에 양자간에 합의됐던 '단일화 선호도'를 묻는 방식 대신 '본선 경쟁력' 을 묻는 방식으로 바꿀 것을 요구해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뻔 하는 등 여러 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의 모든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통합21측의 벼랑끝 전술이 먹혀든 것으로 결말이 났다고 한다. 그러나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들이지만 성사 여부는 하늘에 달렸다는 옛말도 있으니 전술적으로 나은 상황을 만든 정몽준 후보가 유리할지, 아니면 양보의 결단을 내린 노무현 후보가 유리할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는 노릇이라고 하겠다.

***1. 평가와 선택의 변수들**

양자간의 합의에 따라 여론조사에 앞서 22일 치러진 TV토론이 1차적인 판단근거가 될 공산이다. 노무현 후보측은 처음부터 TV토론을 중시했었다. 양자가 공중(公衆) 앞에서 토론을 벌이는데 노 후보가 자신을 갖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애초 합의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의 제동, 시간상의 문제 등으로 단 한차례로 끝나는 TV토론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TV토론에서 경천동지할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결국 유권자들이 두 후보에 대해 평소에 갖고 있는 호불호의 선호도가 여론조사에 투영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네가티브적으로 분석해 보자. 과연 무엇이 정몽준 후보에게 불리하고, 무엇이 노무현 후보에게 불리한 요소일까. 노무현 후보에게 불리한 요소는 아무래도 노 후보에게 덧씌워져 있는 여러가지 부적절한 이미지라고 판단된다. 과격하고 경솔하다는 인식, 정책면에서 급진적이라는 인식, 나아가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인식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DJ정권의 유산을 상속한 민주당 대통령후보란 점도 노후보에게는 불리한 요소일 것으로 판단된다.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까지 영남권의 노 후보 지지도가 낮고, 35세 이상에서 49세까지의 노 후보 지지도가 정후보에 비해 떨어지는(50대 이후는 두 후보 모두 현저하게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예외로 친다 하더라도) 것으로 나온다. 모두 노후보의 불리한 점이 여론조사에 투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노 후보의 약점은 그가 단일후보가 됐을 때 이회창 후보에게 뒤질 것이란 이른바 '본선 경쟁력' 취약이란 주장의 근거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면 정몽준 후보는 어떤가. 정 후보는 무엇보다도 검증이 안된 인물이란 점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방해할 최대의 취약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익치씨의 폭로 등에서도 그 단초를 보였지만, 올초 국민경선으로 어느 정도 상대방(한나라당) 공세로 검증과정을 거친 노무현 후보와는 달리 정몽준 후보에게는 무슨 돌출사안이 생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은 확실히 마이너스적 요소다. 또한 선거막판에 불지도 모르는 부산-경남 표의 한나라당 이탈 가능성 측면에서도 아무래도 정 후보가 노 후보보다는 점수를 많이 얻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2. 승복과 유권자 통합의 문제**

유권자들이 어디에 포인트를 둘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TV토론을 하고 여론조사를 해서 정해진 룰에 따라 단일후보를 결정하기는 할 것이다. 단일화 합의문을 보면 지는 사람은 이기는 사람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로 돼 있다. 그러나 진 사람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는다 하더라도 그의 지지층마저 그대로 이전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보통은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유권자 통합의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고들 얘기했다. 일리있는 얘기들이다. 사실 연령대로 보거나 지지계층의 진보성 등을 감안할 때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면서도 노무현 후보에게서 일정하게 실망한 지지층들이 정몽준 후보에게로 옮아갔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이들이 노 후보 지지로 다시 돌아설지 의문시돼 왔었다.

그러나 그 반대 역시 대단히 불투명하다. 두 사람의 지지기반적 상이점 때문에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정정당당하지 못한 태도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이는데, 정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노 후보의 지지층 가운데 지역지지층을 제외하고는 정 후보로 몰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즉 호남의 노 후보 지지층은 정 후보로 단일화되더라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집권 저지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정 후보쪽으로 이전될 수 있겠지만, 이른바 개혁적 지지층은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로 이전되거나 기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선 정몽준 후보의 캐릭터나 출신 등에서 사실 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개혁적 유권자들은 정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간의 차이점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더티 플레이 때문에 노 후보의 핵심지지층이 상당히 격앙돼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사실 단일화 합의도 중요하고 여론조사로 누구로 단일화하느냐 하는 것이 최대 관심이겠으나, 필자에게는 과연 단일화됐을 때 유권자 통합이 얼마나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더 관심이다. 이것이 바로 본선 승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의 진정한 단일화란 측면에서 보면 단일후보가 결정되는 것은 단일화의 출발일 뿐이다. 진정한 단일화, 즉 유권자 통합이 이뤄질 것인지 여부는 단일화 이후 진 후보와 지지층의 승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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