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라는 소설의 주인공 조안너는 베어먼 할아버지라는 폐인같은 화가가 그린 담쟁이 덩굴 잎에서 희망을 되찾아 죽음의 병인 폐렴을 극복한다. 담에 그려진 떨어지지 않은 잎새라는 상징물이 죽어가던 존지(조안너의 애칭)에게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절망감에서 벗어나게 해 삶에 대한 기대와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이다.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존재 하나, 사건 하나가 이렇듯 우리 인생과 삶에 유의미한, 절대적인 존재로 다가오기도 한다.
인간의 운명이란 무엇일까. 지구상 수십억명 인간의 삶은 모두 유의미하다. 그러나 인간은 때로는 자신의 삶의 가치를 부정하기도 하고 타인의 삶을 무시하기도 한다. 인간과 운명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인간이기에 과거를 반추하며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사주를 때로는 미신이라고 무시하면서도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로 인간의 운명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사진 본지에 인기리에 연재중인 '김태규 명리학' 1부가 '음양오행으로 살펴본 세상사'라는 책으로 엮어졌다.>
동양철학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음양오행은 인간의 운명을 1백4만 가지로 분류하는 인간학이자 운명학이라고 한다. 프레시안에 인기리에 연재중인 '김태규 명리학' 1부가 책으로 나왔다. 제목은 '음양오행으로 살펴본 세상사'(펴낸곳 동학사).
대학교 1학년 때 과연 음양오행이나 명리학이 미신에 불과한 것인지 스스로 확인해 보기 위해서 명리학 공부를 시작했다는 필자는 "음양오행은 서구의 수학과 함께 인류가 발전시켜 온 지혜로서, 이 책에 나와 있는 글들은 그런 다양한 응용범위의 사례들 중 그 편린이나마 보여 주기 위한 것들"이라고 밝혔다.
'음양오행은 그 응용범위가 무한대로 넓은 원리학과 같아서 사람의 운명에 적용하면 운명학이 되지만 나라에 적용하면 국가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고, 경제에 적용하면 경제가 언제 정점을 만들고 바닥을 치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들 사주하면 미신이라고 치부하기 십상이다. 필자 역시 그런 호기심에서 명리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명리학의 역사를 알고 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 후 사주가 미신이 아니라 대단한 체계이며 깊은 학문의 세계임을 깨닫게 됐다고 필자는 설명한다.
김태규 명리학 연구가의 글은 신변잡기가 아니라 사회현상의 원인과 미래를 예측하는 에세이다. 그는 음양오행설의 역사로부터 우리나라 국운의 사이클, 의학과 명리학의 상관관계, 월드컵 붉은 악마 열풍의 원인과 배경을 설명한다.
필자는 또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의 공사배경과 역사를 비교하며 19세기 대영제국과 현대판 로마제국인 미국의 흥망성쇠를 사주를 통해 풀이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미국과 중국의 미래가 어디로 갈 것인지를 예측한다.
재미있는 글들도 많다.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음양오행으로 본 스타크래프트'가 있고, '음양오행으로 본 삼국지' '박찬호와 김병현' '서태지라는 문화코드'에서는 등장인물의 삶과 문화현상을 사주로 풀이한다.
사주로 풀어보는 인생과 국가의 흥망성쇠, 경제현상에 깊이 빠져 든 필자는 원래 고대 법대를 졸업한 잘 나가던 은행원이었다고 한다. 그는 '음양오행과 과학'이란 마지막 글에서 자신이 사주명리학에 빠져 든 이유를 단적으로 이렇게 표현한다.
"수학과 과학은 물의 정신이고, 음양오행은 불의 정신이다. 물과 불은 생명을 성장 발전시키는 기본인데, 물만으로 만물이 발전해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너무 축축하기만 하다, 오늘의 시대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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