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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가 어려운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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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후보단일화가 어려운 진짜 이유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34> 추종자들이 문제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각 대통령후보 진영이 일희일비하는 것은 물론이요, 후보단일화협상까지 왔다갔다 하는 희한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자기쪽에 유리하면 일희(一喜)요, 불리하게 나오면 일비(一悲)다.

자고 나면 언론에 실리는 여론조사 결과 때문에 대통령 후보들도 아마 노이로제가 걸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제 대통령선거 D-30일을 지나고 있으니 최소한 국민들은 더 이상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왔다갔다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여론조사를 할 수는 있지만 공표는 금지되는 기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일후보가 나오게 될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민주당 노무현-통합21 정몽준 두 후보간의 단일화협상이 왔다갔다 냉온탕을 왕복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여론조사 결과와 후보자들을 둘러싼 정치세력들의 이해관계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금요일 심야의 노-정 회동에서 전격합의됐던 후보단일화 논의가 갑자기 금주초로 넘어오면서 통합21측의 반발 때문에 급속냉각됐던 이유는 온갖 포장된 수사(修辭)에도 불구하고 딱 한가지다. 단일화 합의 이후 나온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나온 것은 물론이고, 바람직한 단일후보 조사에서도 정 후보가 노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결과가 빌미를 제공했다면 여기에 액셀을 밟은 것은 정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들이다. 통상 협상을 망치는 것은 협상의 실제 당사자들보다도 당사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력들인 경우가 허다하다. 왜 그런가.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최고권좌에 앉는 사람은 후보겠지만, 대통령 혼자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후보 주변의 인물들도 동반출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 3김시대와는 달리 추종자들의 충성도가 빈약한 만큼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가 생긴다. 즉 후보는 양보할 마음이 있는데 추종자들은 절대 양보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후보가 양보하는 것이야 자신의 일이니 상관할 바 아니지만, 그로 인해 후보가 낙마한다면 동반출세를 꿈꾸는 이들 역시 같이 추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오늘(20일) 또다시 후보 단일화 재협상에 착수된 것도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 전인 19일 문화일보-YTN이 TN소프레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또다시 정몽준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다자대결구도시 이회창 41.1%, 노무현 23.9%, 정몽준 27.9%로 각각 나왔다. 또한 단일후보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대결했을 때 정몽준 후보의 경우 50%대40%로 10% 포인트 차이로 이회창 후보를 꺾었으며, 노무현 후보의 경우 46.2%대 42.2%로 역시 4% 포인트 차이로 이회창 후보를 꺾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길 가능성이 생기니 또다시 협상이 재개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정몽준 후보측의 이같은 냉온탕 왕복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리는 없다. 필자가 몇번 지적했지만, 반드시 자기가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방법을 고집한다면 협상 자체가 될 리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 후보 스스로의 판단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론조사로 검증받아야 할 후보로서는 일단 실점을 한 것으로 보인다.

노-정 회담의 단일화 합의가 왔다갔다 한 것은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여론조사 결과와 후보자들을 둘러싼 인(人)의 장막이 만들어낸 합작품적 결과다. 사실 앞으로 김민석 전 의원, 신낙균 전 장관 등 정 후보 주변의 민주당 탈당파들이 단일화 협상에 최대 걸림돌이 될 공산이 높은데, 이들은 정몽준 후보로의 후보단일화가 아니라면 차라리 후보단일화가 안되는 것이 더 낫다고 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여론조사라는 검증장치(불완전하기도 하고 전문가들이 문제점을 많이 지적하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선택가능한 유일한 방법인)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누가 후보가 될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출발해야만 후보단일화가 가능하다. 자기가 질 것이 뻔한 후보단일화를 누가 하려 들겠는가.

그러나 최근 정몽준 후보 주변의 민주당 탈당파들은 정 후보가 반드시 이기는 후보단일화를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사실 후보단일화는 물건너가는 것이다.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되느니 차라리 지더라도 단일화를 무산시키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후보 자신과 후보 추종자들의 이해관계가 어긋나기 때문인데, 실제 현실정치권에서 충분히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필자는 문화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단일화 협상이 정말 어려울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 무슨 얘기냐. 단일후보만 되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상당한 차이로 꺾는 것으로 나온 조사결과가 근거다. 단일후보가 되기만 하면, 즉 예선전에서만 이기면 본선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어찌 예선전이 박터지지 않겠는가. 그런 박터지는 싸움의 와중에서 잇속을 챙겨야만 하는 후보 주변의 정치모리배들이 공정한 룰보다는 자기 후보가 이기는 룰을 만들기 위해 광분할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앞이 안보이는 상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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