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盧ㆍ鄭 다시 만나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盧ㆍ鄭 다시 만나라"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33> 해법은 후보회담뿐

후보단일화 협상이 난기류에 빠져 있다고 한다. 필자가 이미 예고(?)했다시피 후보단일화란, 아무리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을 합의한다 해도 그런 절차를 무사히 마치고 단일후보를 뽑을 때까지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협상팀이 전권을 갖고 있든 없든 결국은 후보의 결단 없이는 일이 마무리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통합21 정몽준 후보가 만나 후보단일화를 하겠다고 합의한 결단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정신인데, 보통 협상 실무자들은 눈앞의 손익에 급급해 진정한 의미와 정신을 간과하기가 쉽다. 그럼 그것이 과연 무엇인가.

두 후보가 만나 단일화하겠다고 합의한 것은 두 개의 자리를 하나의 자리로 만드는데 합의한 것이다. 둘중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한 사람은 후보를 포기하고 상대방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각오가 후보단일화 합의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자신이 이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질 수도 있는 것이다.

운이든 실력이든 여론의 지지든 뭔가 뒷받침이 돼 자신이 단일후보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이번에는 상대방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만족하고,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차차기(次次期)를 향해 지루한 5년의 인내를 감수하겠다는 무언의 약속이 있다는 점, 협상팀들은 항상 이 점을 까먹을 수밖에 없다. 협상팀들이란 최대한 자기 당 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처음과 끝 마무리는 다른 누구도 아닌 후보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난기류에 빠진 근본 이유도 결국은 협상팀이 자신의 후보가 반드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 때문이다. 도대체 자신이 모시는 후보가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것이라면 협상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협상이란 모두에게 50%씩 불확실성이 있다고 믿을 때, 혹은 50% 미만의 확률이더라도 의지로 돌파해야만 할 형편이라고 생각될 때 가능한 것이다.

사실 노-정 단일화협상은 이러한 고전적인 협상의 조건 속에서 열매맺은 것이었다. 1강2중의 구도가 고착화될 경우 두 사람 모두에게 희망이 없기 때문에 단일화 협상은 시작된 것이며, 협상의 결과 두 후보 모두 질 수도 있지만 이길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에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확실한 승리의 전망이 있었기 때문에 합의한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의 후보단일화 합의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것도, 대권을 눈앞에 두고, 비록 국민 대상의 여론조사란 유례없는 방법이긴 하나, 국민 투표가 아닌 사전 검증의 수단을 거쳐, 한 사람이 후보직을 포기하고 다른 한 사람을 밀어준다는 대승적 결단이 전제됐기 때문이었다고 하겠다.

후보단일화 협상을 진행시키는 실무진이나, 그리고 당사자인 노- 정 두 후보는 후보단일화가 실현될 경우 이번 대선 정국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가 막대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확실하게 지는 상황에서 이길지 질지 예측이 어려운 박빙의 싸움으로 가는 티켓은 유감스럽게도 한장 뿐이기 때문에 협상을 하고 결단을 한 것이지만, 이런 상황의 도래를 바라지 않는 정치세력이 엄연히 존재하고, 그런 정치세력을 옹호하는 그룹도 존재한다.

역사적인 결단이니 뭐니 하는 찬사까지 받았던 두 후보의 단일화 합의가 비공개하기로 했던 여론조사방식의 유출로 인해 단 하루만에 무산 위기니 하는 지경까지 가는 것이 바로 후보단일화가 갖고 있는 본질 가운데 하나다. 교묘하게 두 후보를 이간질시키고 협상팀의 판단을 헷갈리게 할 외부 요인들은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단일화 무산을 선언하고 오늘부터 각자 갈길을 갈 것이라면 모르되 애초 두 후보의 합의대로 단일화를 하겠다면, 이러한 방해공작(?)도 염두에 두고 협의를 진행시켜나가야 할 것이다.이런 일들은 대체로 신속한 것이 제일 좋다. 숨쉴 틈 없이 몰아부치는 것 외에 달리 좋은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노-정 두 후보는 필요하면 앞으로도 계속 만나겠다고 했다. 협상이 도저히 진척이 안된다면 두 후보가 만나서 풀어야 할 일이다. 어차피 TV토론을 하고 예정대로 주말 여론조사에 들어가려면 시간도 없다. 협상팀들이 세부적인 선택지는 마련해야겠지만 결단은 후보들의 몫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결국 자신이 이길지 질지 모르는 한판 승부에 임하는 당사자는 협상팀이 아니라 바로 후보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